[불금호러 No.104] 도시의 정글로 내려온 사냥꾼 - 프레데터 2
다크맨

프레데터 2 - Predator 2 (1990)
도시의 정글로 내려온 사냥꾼
<프레데터>의 속편은 어떤 의미론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팬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없고, 존 맥티어넌 감독도 없는 속편이라니. 그 빈자리를 대니 글로버가 대신해 주연을, 스티븐 홉킨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었죠. 감독 교체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슈워제네거가 없는데 속편이 될 수 있는지 당시로서는 의문인 영화였죠.
이야기의 무대는 1997년의 로스앤젤레스, 극심한 폭염 속에서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마약 조직 간의 전쟁이 도시를 혼란 속으로 몰아갑니다. 마이크 해리건 경위는 총격전 현장에 돌입해 부상당한 동료들을 구출하지만, 콜롬비아 조직원들이 참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됩니다. 그리고 연방 요원 피터 키스가 이끄는 정체불명의 팀이 현장을 장악하고 해리건의 수사를 방해하죠. 게다가 해리건의 동료 대니가 프레데터에게 살해당하자, 해리건은 복수를 위해 프레데터를 추격하게 됩니다.

전편의 성공 이후 속편 제작이 결정되었을 때, 모두가 슈워제네거의 복귀를 당연시했는데요. 하지만 프로듀서 존 데이비스에 따르면, 협상은 개런티 25만 달러 차이로 결렬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폭스 스튜디오는 제시한 금액을 고수했고, 슈워제네거는 더 높은 금액을 원했던 것이죠. 결국 슈워제네거는 같은 해 <토탈 리콜>과 <유치원에 간 사나이>에 출연했고, 존 맥티어넌 감독도 <붉은 10월>을 선택하며 속편을 거절합니다. 가장 중요한 인물들의 부재로 <프레데터 2>는 불안한 출발을 했고, 결국 전편만 한 성공은 거두지 못합니다.
하지만 <프레데터 2>는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팬층이 늘어나는 영화가 됩니다. 가장 흥미로운 건 프레데터 세계관의 확장입니다. 전편을 통해서 관객들은 이 사냥꾼이 명예를 중요시한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고, 속편은 그 점을 더욱 보강합니다. 또한 프레데터 우주선과 동족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지구를 방문하고 있었다는 설정도 추가되었죠. 결정적으로 우주선 안에 에이리언의 해골이 등장하면서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훗날 두 캐릭터의 크로스오버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프레데터 캐릭터는 전작에 이어 케빈 피터 홀이 90kg가 넘는 슈트를 다시 입고 연기했습니다. 이번에는 보다 공격적이고 젊은 사냥꾼으로 그려졌으며, 스탠 윈스턴은 프레데터의 디자인을 미묘하게 변경해 밝은 피부색, 많은 송곳니, 이마의 부족 장식을 추가하며 캐릭터의 개성을 한층 살렸습니다.
그리고 전작을 압도하는 잔혹 수위가 <프레데터 2>의 강력한 매력입니다. NC-17 등급을 피하기 위해 20회 이상 재편집되었음에도, 영화는 전편보다 월등히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장면들을 쏟아냅니다. 절단된 사지, 뽑혀 나간 척추와 해골 등 마치 도축장 같은 피투성이 시퀀스는 호러 장르 팬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죠. 전편 역시 SF 호러 분위기를 가졌었는데, 속편은 고어 액션을 통해 나름의 차별화를 꾀한 과감한 전략이었던 것이죠.

지하철 시퀀스는 영화에서 손꼽히는 강렬한 호러 액션 장면입니다. 무장 강도들이 승객들을 위협하며 혼란이 최고조에 달할 때, 프레데터가 객차 전원을 교란하자 조명이 스트로브처럼 깜빡이기 시작합니다. 이를 틈타 프레데터는 차량 안으로 난입해, 무기를 든 강도와 무장한 승객만을 잔혹하게 제거합니다. 불규칙하게 번쩍이는 조명 속 사냥 장면은 호러 분위기를 극대화했고, 영화의 폭력적 에너지와 연출 감각을 가장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속편의 문제는 졸속 제작에서 야기된 허술한 각본입니다. <프레데터 2>는 빈약한 플롯 때문에 잔혹한 고어 액션임에도 긴장과 서스펜스가 약합니다. 그리고 부두교에 심취한 자메이카 갱단의 킹 윌리에 대한 묘사도 지나치게 과장되어서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들기가 어렵죠. 의외로 대니 글로버는 선방을 합니다. 당시 메이저 액션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가 연기한 해리건은 슈워제네거의 더치와는 다른,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였습니다.

<프레데터 2>는 졸속 제작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정글에서 도시로의 대담한 설정 변화, 프레데터 세계관의 확장, 무자비한 폭력성, 의외로 대니 글로버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이 영화만의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팬층이 늘어나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불안한 시작과 곳곳의 허점들을 나름의 과감한 선택으로 정면 돌파하면서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덧붙임...
1. 프로듀서 존 데이비스에 따르면, “우리는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영화에 출연시켰어야 했다. 25만 달러 차이로 계약이 결렬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회상했는데요. 이 금액 차이로 인한 결정이 영화의 흥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 슈왈제네거가 빠진 후, 제작진은 패트릭 스웨이지를 버디 캅 스타일의 또 다른 주연으로 고려했다는군요. 하지만 스웨이지는 1989년 <로드 하우스> 촬영 중 입은 부상으로 회복 중이어서 출연할 수 없는 상태였죠. 스티븐 시걸도 고려되었으나,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CIA 정신과 의사이자 무술 전문가로 바꾸길 원했고, 홉킨스 감독은 평범한 경찰 캐릭터를 원했기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3. 짐과 존 토마스 형제는 속편 각본을 단 3주 만에 완성했습니다. 그들은 폭스 측에 6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폭스는 “도시 정글에 프레데터를 배치하는” 컨셉을 선택했습니다. 1997년 LA를 배경으로 한 폭염과 갱단 전쟁이라는 설정은 프레데터가 사냥하기에 완벽한 핫스팟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3주라는 짧은 집필 기간은 플롯이 빈약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4. <프레데터 2>는 초기 컷에서 과도한 폭력으로 NC-17 등급을 받았습니다. 1990년 9월 처음 도입된 이 등급 제도의 초기 대상이 된 것이죠. 스티븐 홉킨스 감독에 따르면, R등급을 받기 위해 영화를 20회 이상 재편집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절단된 신체, 참수 장면, 빌 팩스턴의 죽음 장면 등 잔인한 장면들이 대거 삭제되었습니다.

5.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프레데터 사냥단 멤버들은 실제로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농구 선수들이 연기했습니다. 대니 글로버가 열렬한 레이커스 팬이었고, 제작진이 매우 키 큰 사람들이 필요했을 때 그가 도움을 요청했죠. 선수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프레데터의 탈을 쓰는 좋은 경험을 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든 장면 중 하나였다고 하는군요.
6. 우주선 트로피실에 등장한 제노모프(에일리언) 해골은 원래 각본에 없었습니다. 특수효과 아티스트 존 로젠그란트와 셰인 마한이 농담처럼 제안한 것으로, 그들은 <에이리언 2>와 <프레데터 2> 모두에서 작업했습니다. 이는 다크호스 코믹스의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시리즈(1990년 초 출간)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했죠. 폭스가 에이리언 시리즈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권리 획득이 쉬웠고, 이 작은 이스터에그는 훗날 거대한 크로스오버 프랜차이즈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7. LA 다운타운 골목에서의 촬영은 제작진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합니다. 골목은 쓰레기로 가득했고(대부분 영화에 그대로 사용), 큰 쥐들이 들끓었다고. 영화 촬영 소음에 화난 주민들은 창문에서 병과 배설물이 담긴 종이봉투를 던졌고, 최악의 순간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실제 시체를 발견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특수효과 담당 셰인 마한은 "내가 촬영한 곳 중 가장 끔찍한 장소였다. 더럽고 우울하고 역겨웠으며, 사람들이 벽에 소변을 보고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8. 프레데터를 연기한 케빈 피터 홀은 극중에서 이중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프레데터와 함께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프레데터 사냥단의 리더 역할이었죠. 1편에서도 헬리콥터 조종사로 잠깐 실제 얼굴을 보인 적이 있는데, 속편에선 다른 프레데터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죠.
9. 빌 팩스턴이 연기한 제리 램버트 형사는 지하철에서 프레데터에게 살해당합니다. 영화에서 프레데터가 그의 척추와 해골을 뽑아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그 해골은 나중에 우주선의 트로피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프레데터가 얼마나 빠르게 사냥감을 수집하는지 보여주는 디테일이었죠. 킹 윌리의 해골도 마찬가지로 트로피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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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평범한(?) 형사 주인공이 아놀드 찜쪄먹을 정도로 잘 싸우는 게 좀...^^;
3등
잘 읽고 갑니다
잔혹해서 더 좋은 ㅎㅎ
도시에서 갱단을 상대하는 다크 히어로 같은 모습이 10대 소년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죠.
도시 정글의 프레데터 간지 폭발.




















문제점도 크지만, 여러모로 시리즈의 기틀을 닦은 영화군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