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에 등장하는 가부키 [도죠지]의 내용 - 알고 보시면 더 재밌을 거 같아서
링마벨
영화 [국보] 정말 추천드리는데요,
여기에 가부키 작품들이 여럿 나옵니다.
그 중에서 [도죠지] 라는 작품이 두번 등장하는데(키쿠오와 슌스케가 마지막으로 같이 한 공연도 도조지),
요 가부키 내용을 좀 알고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써 보아요.
(화면 내에도 자막으로 간단 작품설명이 등장하는데, 그걸로는 조금 알기 어려워서요)
[도죠지]
가부키에는 ‘도조지모노(道成寺物)’라 불리는 작품군이 있습니다. 일본 전통 예능 중에 하나인 노(能)의 “도조지” 라는 작품이 있는데, 타종 공양을 하러 절에 간 여성이 춤을 선보이다가 한 맺힌 표정으로 종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큰 틀을, 여러가지로 바리에이션한 것입니다.
구마노(熊野)로 지방으로 참배를 하러 온 승려가 있었습니다. 안친이라는 이름의 이 승려는 대단한 미남이었는데, 수행 중에 그 지방 유지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어요. 이 집 주인인 기요쓰구의 딸 기요히메는 안친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대담하게도 안친이 자는 방에 몰래 숨어들어 갑니다. 하지만 안친은 기요히메를 거절하며, 구마노에 갔다 오는 길에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기요히메를 돌려보낸 뒤, 구마노 참배가 끝나자 들르지도 않고 곧장 돌아가 버립니다.
- 속았다는 것을 안 기요히메는 분노하여 맨발로 안친을 뒤쫓아 도조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우에노(上野) 마을까지 따라갑니다. 안친은 기뻐하기는커녕 자신은 안친이 아닌 딴사람이라며 거짓말에 거짓말을 거듭하고, 도망치려 합니다. 얼마나 싫었으면.... 기요히메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결국 뱀의 몸으로 변해 안친을 뒤쫓습니다.
안친을 쫓는 기요히메의 모습은 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강을 건너오는 뱀 그 자체였죠. 강을 건너면서 안친은 나룻터의 뱃사공에게 "뒤쫓아오는 사람을 건네주지 말아주시오." 라 부탁했지만 소용없었고, 기요히메를 피해 안친이 도망쳐 들어간 절이 바로 나중에 도조지가 되는 히다카지였습니다. 사정을 들은 승려들은 다급히 종각에 매달아 두었던 범종을 내려 그 속으로 안친을 숨겨주었지만(영화에서도 등장하는 바로 그 종입니다), 기요히메가 변한 이 큰 뱀은 절에까지 들어와서는, 종루 주위를 돌더니 꼬리로 쳐서 종루 문을 부수고, 종을 칭칭 감아 꼬리로 범종 꼭대기의 용두를 두드립니다. 불쌍한 안친은 종 안에서 불타 죽고 맙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뱀이 되어 사람을 태워 죽입니다.... 뱀의 독과 열기에 불이 붙어 커다란 범종이 불타고, 사람들이 나중에 물을 끼얹어 식힌 다음 종을 들어보니, 안친은 재로 변해 있었습니다. 안친을 죽인 후 기요히메는 뱀의 모습으로 투신자살합니다. 왜그랬써....
안친과 함께 범종을 태워 없앤 히다카지는 절 이름을 이름을 가네마키지(鍾卷寺 : 종을 감고 있는 절)등으로 바꾸었는데, 마지막으로 바꾼 이름이 도조지였습니다. 4백년 동안 몇 번이나 불타버린 범종 대신 다시 새 종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가 겨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때 범종 공양을 하면서 절 내에 여인은 들어오지 못하게 했어요. 왜인지는 다 아시겠죠... 범종이 완성되어 낙성식이 열리고, 인근에 사는 남녀 신도들이 모두 모였는데, 한 명의 시라뵤우시(여장을 한 남자 춤꾼)가 나타나 자신의 춤을 범종에 바치고 싶다고 부탁합니다. 범종도 다 만들어졌는데 무슨 일이야 설마 있겠느냐, 싶어 승려들은 들어오도록 허락했습니다. 그 시라뵤우시는 멈추지 않고 축하 춤을 추더니, 모든 승려가 잠들자 춤을 멈추고는 범종을 노려보며 "난 저 종이 싫어!" 하고 소리지르며 범종을 끌어내리고, 아래쪽 땅을 파서 종 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주지는 그때서야 저 시라뵤우시의 정체를 깨닫고 승려들을 모아 불경을 읽어 내려갑니다.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범종 안에서 불을 내뿜는 커다란 뱀 한 마리가 기어 나왔고, 범종을 불살라버리려다 오히려 자신의 몸에 불이 붙자 계단을 굴러 히다카 강으로 들어가버렸다고 합니다. (요 결말 부분에는 여러 판본이 있어서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종 위에 키쿠오와 슌스케가 올라가 앉는데, 이것은 이미 뱀으로 변한 다음 모습입니다(옆 머리카락을 빼고 옷을 바꿉니다)
도조지 가부키에서 기요히메(하나코라는 이름으로도 나옴)는 몇 차례 의상을 갈아입는데 그중에는 ‘히키누키(引抜)’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의상을 바꾸는 장면이 있습니다. 의상을 미리 여러 겹 입은 후, 간단한 시침질용 실로 고정해 둡니다. 그랬다가 연기 직전에 고켄(後見, 연기를 도와주는 역할로 영화에서도 무대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고정해 둔 시침질용 실을 풀고 배우와 타이밍을 맞춰서 위에 입은 의상을 벗깁니다. 이러한 ‘히키누키’를 포함해 민첩하게 의상을 갈아입는 연출이 도조지의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링마벨
추천인 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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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3등 감사합니다.
세상이 가르쳐 준 비밀이라는 일본 만화에서도 언급됐었어요.
재능없는 미모의 가부키 배우가 도조지의 여역으로 연기하던 자신을 산 부잣집 후계자에게 버림받은 뒤 벌어진 이야기였는데 뱀 형상의 귀신이 되어 나타났었죠.
나름 인상깊었던 에피소드였는데 도조지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소개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