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제시 플레먼스는 거의 모든 작품의 스타가 되었을까
MJ

어떻게 제시 플레먼스는 거의 모든 작품의 스타가 되었을까
알고 보니, 가장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제시 플레먼스는 의외로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이다. 아내 커스틴 던스트와 함께 L.A. 집으로 초대했고, 고향 텍사스까지 내려가 부모님도 만나게 해주었다. 부모님은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지금 같은 미래를 상상할 수는 없었다.
제시 플레먼스가 조용해질 때—그리고 지금 와코Waco에서 동쪽으로 30분 떨어진 어린 시절 집 현관에 앉아 있는 이 순간, 제시 플레먼스는 갑자기 조용해졌다—이게 끝인지, 아니면 시작인지 알 수 없다.
이토록 적게 말하면서도 많은 것을 암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마틴 스콜세지의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에서 인상적인 첫 등장 장면을 떠올려보라. 플레먼스는 연방 요원으로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사기꾼 집 문을 두드리며, 살인 사건 때문에 왔다고 말한다. “무슨 일로 왔소See what about ’em?” 디카프리오가 묻는다. 플레먼스는 멈춰 서서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한다. “누가 저지른 건지 보려고요See who’s doin’ it.” 1초도 안 되는 순간, 영화 전체가 한 단계 더 가속되는 느낌을 받는다. 스콜세지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치 뜨거운 칼이 차가운 버터를 가르는 느낌이죠. 질리지 않아요.It’s like a hot knife cutting through cold butter. I never tire of it.”
또는 HBO <러브 & 데스>(이 작품으로 플레몬스는 세 번째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에서 엘리자베스 캐릭터가 플레먼스에게 끌린다고 고백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플레먼스는 또 한 번 길게 침묵한 뒤 말한다. “아.” 감독 레슬리 린카 글래터(텍사스 먼슬리Texas Monthly도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여전히 놀라워한다. “한 순간에 모든 게 담겨 있어요.” 플레먼스는 작곡가가 여백을 활용하듯 침묵을 다룬다. 말줄임표 속에 상징의 바다가 떠다닌다. 뒤에 이어지는 것은 처참할 수도, 기막히게 건조한 유머일 수도 있다. 울음을 터뜨릴 수도, 누군가에게 총을 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멈춤’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다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플레먼스와 나는 밀러 라이트 맥주를 들고 말들이 거친 겨울 풀을 코로 헤집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이고, 눅눅하고 기온은 영하 10도 쯤, 바람은 넓게 트인 회색 진흙빛 들판을 그대로 가로질러 불어온다. 고요함을 깨는 건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뿐이다. '마트'를 향해 동쪽으로 굼벵이처럼 굴러가는 차 한 대. 아마도 와코에서 돌아오는 걸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끝에는 두 방향밖에 없으니 말이다. 길은 4만여평 땅을 외부 세계와 연결한다.
6개월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플레먼스를 처음 만났다. 커리어에 대해 식당에서, 골프장에서, 그리고 커스틴 던스트와 함께 사는 집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은 고향을 차로 돌며 어린 시절을 되짚었다. 그리고 이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니, 더 말할 이유가 많지 않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든다고 플레먼스는 말한다. “특히 밤의 침묵이요.” 이곳에 돌아와 다시 균형을 맞추곤 한다. 처음 시작했던 평평한 선에서 말이다. 열 살 때부터, 플레먼스는 차도에서 걸어나와 1년의 절반을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냈다. 오디션을 보고, 가끔 영화나 TV 역할을 맡으며. 그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학교와 집안일이라는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제초 작업, 메스키트mesquite 나무 베기, 건초 나르기. 극단을 오가면서 할리우드와 텍사스 사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무수한 방식들을.
36세가 된 플레먼스는 아이가 생긴 지금 이곳을 더 소중하게 느낀다. 던스트와 두 아들을 두고 있다—다섯 살 에니스와 세 살 제임스. 모두 텍사스의 삶에 꽤 빨리 적응했다. 비록 파트타임 텍사스 생활이긴 하지만. “텍사스는 공기가 좋아요.” 던스트는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넓은 하늘, 트인 땅, 말들… 그런 걸 사랑해요.” 우리는 L.A. 샌퍼낸도 밸리에 있는 부부의 집 뒤쪽에 앉아 있었다—"Architectural Digest" 잡지가 ‘목장 하우스’라고 부른 곳인데, 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그때는 2023년 6월, 할리우드의 두 번째 파업 중 첫 번째였고, 파업은 플레먼스의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제로 데이> 촬영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커리어 중 가장 큰 해가 될 시기에 기사 쓸 계획이었다. 대신 가족과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휴식기, 인터미션 같은 시점에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훑고 다니며, 출생증명서 말고도 제시 플레먼스를 “텍사스 배우”—사실 우리 최고의 배우 중 한 명—로 규정짓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성가신 기자인 나까지 끼어 있었다.
사실 거의 모든 역할이 텍사스 마트 시 같은 곳에서 자라며 얻게 되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텍사스의 가장 유명한 배우들—배리 코빈, 토미 리 존스, 매튜 맥커너히, 시시 스페이식—모두 텍사스 작은 마을 출신인 것이다.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 한 번 스며들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혼 같은 것. 아무리 멀리 떠나도, 아무리 화려한 환경에 둘러싸여도 사라지지 않는 것. 플레먼스가 하는 모든 일에 내재되어 있고, 화면 속 아주 작은 역할 하나에도 비범한 깊이를 불어넣는다.
오늘 아침 '마트'에 도착하자마자, 플레먼스는 바로 헛간으로 날 데려갔다. 거기서 아들 제임스가 반짝이는 새 부츠를 신고 활보하며, 할아버지가 말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돕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작은 존 웨인 걸음 봤잖아요.” 플레먼스는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웃었다. “자기가 카우보이인 줄 알아요.”
자라면서 플레먼스도 자신이 카우보이라고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아버지는 팀 로퍼였고, 사촌은 야생마를 탔다. 어린 시절부터 미니시리즈 <외로운 비둘기Lonesome Dove>의 로버트 듀발과 또 다른 텍사스 출신 토미 리 존스 같은 스크린 속 카우보이들을 동경했다. 어렸을 때 항상 밧줄과 장난감 권총을 가지고 다녔다—언젠가는 필요하니까. 1990년, 엄마가 처음 오디션에 데려갔을 때도 둘 다 챙겨갔었다. 플레먼스는 지금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에 첫 일을 따냈는데, 코카콜라 광고에서 카우보이를 연기하는 역할이었다.

Jesse Plemons circa 1998.

Plemons, age ten, in Mart Youth Football.
여섯 살쯤 되었을 때 '텍사스 청년 로데오 연합Central Texas Youth Rodeo Association'에 들어갔다. 또래 대회는 “꽤 터무니없다”고 플레먼스는 말한다—그러고는 ‘염소 털 뽑기(goat hair pulling)’라는 것을 설명했다. 누군가가 염소를 경기장 한쪽 끝 말뚝에 묶어 두면, 말 타고 달려가 말에서 재빨리 내려 염소에게 달려가 털 몇 가닥을 뽑아 심사위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플레먼스는 꽤 잘했다고 한다.
“제가 최고였죠” 말하고는 웃었다. “아니, 그냥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상위권에 들 만큼은 빨랐다. 염소 털 뽑기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그냥 곁다리 이벤트. 하지만 최선을 다했고, 움켜쥘 수 있는 작은 영광은 무엇이든 붙잡았다.

Jesse Plemons at his home in Los Angeles on February 9, 2024.
그해 6월, 나는 버뱅크의 오래된 명소 '스모크 하우스Smoke House'에서 플레먼스를 처음 만났다. 유명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자리를 떠날 때가 되어서야 누군가가 사진을 요청했다—“당신이 했던 그 ,,, 정말 좋았어요”.
팬이 멀어지자, 플레먼스는 으레 그렇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그 ... ’을 좋아한다고 했으니까요.” 플레먼스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파워 오브 더 독>), 에미상에는 세 번이나 지명됐다. 톰 행크스,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과 함께 연기했고, 지난 20년간 가장 화제가 된 TV 시리즈에도 출연했다. <플라워 킬링 문>을 포함하면 플레먼스가 참여한 작품은 이제 일곱 편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말론 브랜도, 캐서린 헵번, 로런스 올리비에 같은 전설적 배우들과 나란히 놓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비평가들의 존경을 넘어서 대중에게 집요하게 따라다님을 받는, ‘완전한 스타’의 자리에까지 나아가는 주연 작품을 갖지는 못했다.
돈을 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레이킹 배드>에서 연기한 점잖고 우아한 사이코패스 '토드Todd'로 기억할 거라고 플레먼스는 말했다. 하지만 <게임 나이트>에서도 밈을 낳은 기괴한 경찰역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텍사스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에서 연기한 랜드리—어색하고 뻔뻔한 말장난꾼—로만 기억한다. 역시 작은 조연에서 시작했다. “약간의 ‘사족’ 같은 캐릭터였죠.” 제작자 피터 버그Peter Berg는 말한다. 주인공 쿼터백의 사이드킥일 뿐이었다. 하지만 플레먼스는 거의 초자연적인 장면 장악력으로 주연 그룹까지 올라섰다. “무엇을 줘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장면을 줬고, 또 해냈다.
감독 스콧 쿠퍼Scott Cooper는 플레먼스를 세 번이나 캐스팅한 바 있으며, 윌포드 브림리, John Cazale, 진 해크먼, 그리고 플레먼스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로버트 듀발같은 명배우들과 나란히 놓았다. “그런 명배우들은 그냥 서서 진실을 말하죠.” 쿠퍼가 말했다. “그리고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아요.” 어떤 장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능력은 영화감독들이 사랑하게 만들었다. 피터 버그에게는, 2시즌의 악명 높은 줄거리—랜드리가 누군가를 죽이는—를 살려낸 것이 바로 플레먼스였다. 터무니없는 전개는 마땅히 드라마 자체를 망가뜨렸어야 했지만, “제시가 충분히 예술적으로 소화한 덕분에 우린 살아남았어요.” 버그는 말했다. “해낼 수 있는 배우는 제시뿐이었을 겁니다.”
플레먼스의 연기 테크닉은 미묘해서 거의 감지되지 않을 정도다. 얼굴은 열린 듯 솔직하고 순박했다가도, 순식간에 주먹처럼 닫히며 입술이 위협적으로 오그라들고 눈동자가 상어처럼 차갑게 변한다. 이런 순간에 탁월하며, 선하거나 악하거나로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을 잘 연기한다—행동은 극악무도할지라도(심지어 <파고>에서 연기한 상냥한 중서부의 정육업자 에드Ed는 사람을 고기 분쇄기에 넣는다) 동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인물들. “제시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들입니다He lets you in.” <제로 데이> 감독 글래터Glatter가 말했다. 플레먼스는 “세련된slick 워싱턴의 내부자”를,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하는 전직 대통령 옆에서, 우리가 이미 기대하는, 땅에 두 발을 딱 붙인 인간으로 연기한다. 때로 공감해서는 안 될 때조차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가오는 것을 결코 미리 알아채지 못한다.
올 4월 개봉한 영화 <시빌 워>에서도 다시 해낸다. 정치적 반목으로 산산조각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이다. 플레먼스는 단 한 장면에 등장하는데, 바로 영화의 주연인 커스틴 던스트와 함께다. 사탕 빨간색 선글라스를 쓰고 카빈 소총을 들고 압도적 명대사를 남긴다. “좋아…”, “그럼, 넌 어떤 미국인이냐Well,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또다시 등장하는 침묵—무심하고, 공포스럽고, 플레먼스의 수많은 ‘작은 순간’ 중 하나.

Plemons walks the picket line in support of the SAG-AFTRA and WGA strike in Los Angeles, on August 1, 2023.

Plemons attends the world premiere of Love & Death, at Austin’s SXSW, on March 11, 2023.
우리는 스모크하우스에서 플레먼스의 렉서스를 타고 짧은 거리를 달려 돌아왔다. 워너 브라더스 정문 앞에서 파업 중인 작가들이 줄지어 피킷을 들고 있는 모습을 지나, 달빛 아래서 가까스로 보이는 용설란이 흩뿌려진 작은 자갈길 안쪽에 자리한 집 앞에 도착했다. “여긴 별로 L.A. 같지가 않아요.”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래서 더 좋아요.”
L.A.에 오기 시작한 것은 1998년이었다. <그들만의 계절Varsity Blues>에서 작은 역할을 따낸 직후였다. 당시 리즈 위더스푼, 닐 패트릭 해리스, 그리고 훗날 아내가 되는 배우 등 수많은 젊은 배우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어온 유명한 오크우드Oakwood 아파트에 머물렀다. 단지 유명해지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그저 ‘여기 오기 위해’ 있는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같은 광고, 시트콤 오디션을 같이 보러 다녔다. 하지만 플레먼스 마음은 거기에 없었다. <CSI>나 <Judging Amy> 같은 TV 드라마 속 ‘문제 많은 십대’ 같은 진지한 역할에 끌렸다. 농담이나 핫도그를 파는 착한 에너지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었다. “그런 걸 못해서 진짜 다행이에요.” 플레먼스가 말했다.
집 앞에서는 장난감이 흩어진 현관을 조심히 지나야 했다. 검게 대충 칠해진 인형의 집을 넘어 발을 옮겼다. 아들 에니스와 제임스가 할로윈에 약간 ‘집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임스는 요즘 직접 만든 좀비 캐릭터도 연습하고 있다. 어린 시절 가족 모임에서 가스 브룩스Garth Brooks 노래를 부르거나 <오즈의 마법사> 속 날아다니는 원숭이를 흉내 냈던 아버지처럼, 제임스도 끼가 넘친다. “마치 아기 크리스 팔리Chris Farley 같아요.”
현관에는 일하는 부모라면 익숙할 혼란스러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편물 더미, 아이들 그림 뭉치, 크기도 출처도 제각각인 공들. 이곳은 오기 전에 훔쳐보았던 <Architectural Digest> 2021년 11월호에 등장했던,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산장 같은 집과는 거의 닮지 않았다. 세련된 덴마크 가구와 19세기 테라코타 타일은 아늑한 혼돈 속에 잠겨 있었다. 플레먼스는 흥얼거리듯 휘파람을 불며 지나, 한 가온데 당구대가 있는 작은 바 옆에 있는 거실로 안내했다. 그러다 한 여자 분이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사용했다 주장한 앤티크 오르간을 보여주기 위해 멈춰 섰다. (크리스천 밴드 멤버였다고 플레먼스는 말했다. “그러니까 거짓말했다면 그건 꽤 심각한 문제죠.”)
방금 아이들을 재우고 나온 던스트가 있었다. 편안하게 인사를 건넸다. 비록 공식적으로 결혼한 것은 2022년 여름이지만, 둘은 2016년부터 함께해 왔다. 드라마 <파고>에서 부부로 처음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던스트는 그 전까지 플레먼스를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파고>를 촬영하던 캘거리에서 눈 때문에 갇혀 있던 동안 <프라이데이 나이트 라이츠Friday Night Lights>를 정주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캐릭터들의 미네소타 억양을 맞추는 노력을 했다. 즉각 리듬을 맞췄고, 처음부터 친밀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부터 서로가 편안하다고 느꼈어요.” 던스트는 말했다. “그리고 자유로웠죠.” 5년 후, 두 사람은 다시 <파워 오브 더 독>에서 부부를 연기했고, 던스트 역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두 사람 모두 ‘할리우드 로열 패밀리’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던스트는 집에 기자가 그냥 앉아 있는 게 이상했다고 털어놓았다. 던스트는 플레먼스보다 훨씬 유명하고, 훨씬 오랫동안 유명했다. 돌파구는 열 살 때 찾아왔다. 1994년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와 함께한 역할이었다. 지금 집은 스파이더맨과 키스했던 화재 탈출구에서 2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나중에 던스트가 귀띔해 준 사실인데, 집 앞 대문은 청소년기 스타로 성장하던 시절, 몰래 계란을 던지곤 했던 바로 그 문이라고 한다.

Kirsten Dunst and Jesse Plemons attend the Academy Awards on March 10, 2024.

Plemons with Killers of the Flower Moon castmates at the Palm Springs International Film Awards, on January 4, 2024.
던스트 인기는 플레먼스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초기 인터뷰 중 하나에서 최근 던스트의 오래된 카메라를 갖고 놀다가 사진 촬영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리트 사진에 이끌리며, 몰래 낯선 사람들을 찍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커스틴이 파파라치에게 쫓기는 걸 보면서 알게 됐어요.” 말했다. “반대편에 서 있는 건 절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에요.” 던스트가 임신했을 때 파파라치들은 가족 주변으로 몰려들어, 사진기자들이 도대체 사진이 몇 장이나 필요한지 플레먼스가 직접 물어야 할 정도로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플레먼스는 언론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연기 과정’을 설명하는 걸 싫어한다. (“너무 거슬려요.”, “잘난 척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고는 말하기 힘들어요.”) GQ에 따르면 “할리우드에서 가장 못 노는 사람”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틈에서 편하지는 않아도, 사람들에게 무한한 흥미를 느낀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버릇이나 작은 습관을 관찰하고, 나중을 위해 머릿속에 저장하는 걸 즐기는 듯 보였다. 날 당구에서 이긴 뒤, 오른손잡이인데 큐대를 왼손으로 잡는 점을 내게 말했다. “제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친절한 사람 중 하나예요.” 던스트는 말했다. “섬세함 덕분에 다른 사람을 아주 예리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공감 능력 때문에 경계를 세우기 어려울 때도 있다. <러브 & 데스> 출연진과 있었던 리셉션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화장실에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와어어트 워프Wyatt Earp 후손이라고 주장하며 남자에게 잡혔다. 결국 다시 출연진에게 돌아가지 못했고, 출연진은 플레먼스를 두고 떠났다. “아마도 제 성장 배경 때문인 것 같아요.” 말했다. “사람들과 그냥, 뭐랄까…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치는 법을 모르겠어요.”
플레먼스가 정말 잘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음악이다. 그날 밤, 테킬라를 따라주고 당구에서 나를 계속 교육(?)시키는 사이,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LP 컬렉션에서 진 클라크, 도노반, 마이클 헐리 같은 레코드를 하나씩 꺼냈다. 바 옆 벽에는 밥 딜런의 “If Not for You” 단 하나뿐인 테스트 프레싱이 걸려 있었는데, 쿼드러포닉 사운드 시스템을 설치해 준 음악 감독 친구가 준 선물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밤들을 보낸 듯한 소파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만약 플레먼스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70년대 오스틴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제리 제프 워커와 존 프린 같은 음악가들이 활보하던 콘서트 홀 Armadillo World Headquarters 장면 속으로. 검지 손가락에는 가수 타운스 밴 잰트의 이니셜 “TVZ”가 새겨진 문신이 있다.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아티스트였고, 심지어 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가르쳐 준 것은, 규칙이라는 것은 진짜 없으며, 시는 누구에게서든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타운스나 존 프린 같은 사람들 보면 굉장히 소박해요.” 말했다. “뭐랄까, ‘이 촌스러운 힐빌리를 좀 봐.’ 싶은데, 그 안에서 그런 게 나오는 거죠?”
밤이 깊어지고, 당구에서 나를 이기는 게 지겨워지니, 플레먼스와 던스트, 그리고 나는 강아지 콜트과 함께 데크로 나왔다. 콜트은 열여섯 살 된 비글로(역시 텍사스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옆 소파에서 호화롭게 뻗어 있었다. 플레먼스 본인의 음악 이야기도 나눴다. 오스틴에서 활동했던 얼터너티브 컨트리 밴드 "카우보이스 앤 인디언Cowboy and Indian", 그리고 언젠가 다시 밴드를 하고 싶다는 희망—가능하다면 오스틴에 두고 온 음악가 친구들과 함께. 최근 텍사스 동부 오스틴에서 리노베이션 중인 집 이야기도 나눴다. 곧, 어쩌면 영원히 그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텍사스에서의 삶이 더 쉽다고 말했다. 오스틴에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요. 쳇바퀴 위에 있지 않아요.”
던스트와 함께 영화 개발에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첫 프로젝트는 던스트가 <시빌 워> 작업 중 만난 한 사진가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또한 코미디 드라마 <드렁크 히스토리Drunk History> 제작자 데릭 워터스—플레먼스에게는 무한히 많은 듯한 “내 친구들” 중 하나—와 함께 90년대의 허름한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한 남자에 대한 프로젝트도 작업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윌리 웡카, 오슨 웰스, 월트 디즈니를 똑같이 섞어 놓은 듯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적 압력에 맞서 뭔가 순수한 걸 지키려 애쓰는 진짜 예술가죠. 불가능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번 휴식은 자신의 직업과 종종 집착적이기도 했던 관계를 마주할 공간도 마련해 주었다—“당신의 모든 가치가 일에 묶여 있는 듯한” 느낌 말이다. 아이가 생기기 전 더 심했지만, 여전히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 제대로 된 휴가는 던스트와 결혼한 그해 여름이었다. 그 전 16개월은 말도 안 되게 바빴다. 전년도 여름에는 넷플릭스 스릴러 <윈드폴Windfall> 촬영 중 부상을 당했는데, 제이슨 시걸Jason Segel이 플레먼스를 오렌지 과수원으로 몰아가다시피 쫓는 장면에서 너무 힘을 주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몇 달 후 회복 중이었지만, 다리가 터질 듯하게 만드는 낭종이 생겼다. <플라워 킬링 문> 촬영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절뚝거렸다. 우연히도 (로버트) 드니로 역시 다리를 다쳐 제작진은 절뚝임을 캐릭터 설정에 반영했지만, 플레먼스가 절뚝일 수는 없었다. 하차할지 여부는 촬영 전날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크랭크업한 지 2주 뒤, 플레먼스는 바로 <러브 & 데스> 촬영을 시작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들 제임스가 태어났다. “스트레스 때문에 아토피가 생긴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치료(therapy)를 받기 시작했는데, 건강하지 못한 일과 삶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거부했지만, 치료는 도움이 되었다. “캐릭터에 쏟아붓던 에너지 일부를 자신에게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텍사스로 돌아가는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물론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L.A.에 있고, 던스트 어머니와 남동생도 바로 근처에 산다. 아들 에니스는 좋은 학교에 막 들어갔고, 제임스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플레먼스와 던스트 모두 매우 인기 많은 배우들이다—그리고 오스틴은 좋은 점이 많음에도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곳은 아니다. 플레먼스는 2003년 이후 오스틴에서 살아온 제프 니콜스Jeff Nichols 같은 감독들이 텍사스에서 작품을 제작하길 바란다. 그러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오스틴은 단지 하나의 개념일 뿐—지금 있는 곳과, 있고 싶은 곳 사이의 또 다른 경계 공간이다.

Plemons in his living room.
당구에서 날 완전히 이긴 다음 날 아침, 나를 베르두고Verdugo 산자락의 구릉지에 자리한 그림 같은 공원으로 데려가 골프에서도 굴욕 줄 작정이었다. 그날은 엽서에나 나올 법한 캘리포니아 날씨로, 섭씨 약 21도에 산들바람이 불었다. 한때 암사슴 한 마리가 언덕에서 천천히 내려오더니 새끼 사슴 무리를 데리고 페어웨이 위에서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티업을 준비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플레먼스는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여유롭고 느긋했다. 골프 카트의 컵홀더에 꽂힌 핸드폰에서는 케빈 에이어스Kevin Ayers, 텍사스 텐틀맨Texas Gentlmen, 컷 웜스Cut Worms처럼 컨트리와 사이키델릭 록이 느슨하게 흘러나왔고, 그사이 나는 공을 계속 와일드우먼 캐년Wildwood Canyon 쪽으로 쳐 날렸다. 클럽하우스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배우들도 파업에 동참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나눴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다. 몇 주 뒤 텍사스 '마트'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그러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배우조합(SAG)이 새 협상을 타결하고 언론 인터뷰 금지를 풀기 전까지는. 드디어 12월 말, 계약이 비준된 지 이틀 뒤, 플레먼스는 <제로 데이> 촬영에 복귀하기 전 짧은 휴식 차 집에 머물 예정이라며 연락을 보내왔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었다.

A scene from the Plemons ranch in Mart, Texas, as photographed by Jesse Plemons.

A scenes from the Plemons ranch in Mart, as photographed by Jesse Plemons.
약속 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했다. 플레먼스 아버지에게 줄 맥주 한 팩을 사기 위해 어딘가 들를 생각이었지만, 결국 고속도로 35호선을 빠져나온 뒤 20마일 넘게 아무것도 없는 황야만 지나치게 되었다. 플레먼스 가족 농장으로 이어지는 긴 길을 올라가자 활발한 코기 한 마리가(나중에 스티비Stevie라는 이름을 들었다) 튀어나와 짖으며 달려들어 내 정체를 완전히 들켰다. 큰누나 질Jill이 안으로 들이기 위해 나왔다. 거실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던스트가 복도에서 맞이했다. 제임스와 에니스는 엄마 뒤에 숨고 있었고, 모두 막 샤워를 끝낸 참이라고 했다. 너무 일찍 와버린 데 대해 사과하며 크리스마스 트리 옆 식탁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고, 마침내 젖은 머리의 플레먼스가 나와 인사를 하며 포옹했다. 곧이어 부모님들 짐 밥Jim Bob과 리사Lisa도 나왔고, 우리는 이야기하는 동안 정중히 사양한 열두 잔쯤 되는 커피 권유를 받았다.
어머니 리사는 플레먼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같은 일을 해 왔고,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을 훈련하는며 지냈다. 아버지 짐은 28년간 소방차를 몰다 마지못해 은퇴했다.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중시하는 성실한 공무원이었고—농장의 모든 시설을 직접 지었다—대부분 보수적인 동네에서 보기 드문 확고한 민주당 지지자이기도 했다. 또, 반갑고 붙임성 좋은 “올드 보이” 타입으로, 웃음이 많고 반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다른 남자들과 수다 떨며 보낸 사람 특유의 친밀한 말투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베너티 페어Vanity Fair 파티에서 방을 돌아다니며 유명 배우들을 보통 사람 대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고 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지 20분쯤 되었을 때, 짐 밥은 칸 영화제에서 샐마 헤이엑Salma Hayek을 만났던 일에 대해 얘기했다—유명인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지만(음모를 공유하듯 미소 지었다)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헤이엑에게만큼은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플레먼스 가족의 맥레넌McLennan 카운티 역사는 거의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3년 'Waco Tribune-Herald' 기사에는 아버지 증조할머니가 지역 박람회에서 퀼트와 저장식품 부문 3등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 론 제퍼슨 플레먼서Lon Jefferson Plemons의 집은 지금도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아버지 짐 밥은 동네 나이 많은 사람들 중 몇몇은 아직도 그날의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 밥으 증조 할아버지 론Lon이 소를 귀찮게 하던 개들을 쫓아가다 울타리를 넘기 위해 총을 기대어 두었는데, 총이 넘어지며 발사되어 증조 할어비지 최후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플레먼스 아버지는 액스텔Axtell이라는 곳에서 자랐는데, 지금 사는 곳에서 약 1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베일러Baylor에 다니던 리사를 와코 댄스홀 팝콘 기계 옆에서 첫눈에 반해 알게 됐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아이들이 포트 워스Fort Worth와 카우프먼Kaufman에서 태어난 뒤 달라스Dallas 지역에서 지내다가 벨미드Bellmead로 옮겼다. 이 땅이 마음에 들어 '마트'에 정착했고—사실은 원래부터 이곳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레먼스 집안에는 배우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텍사스 보몬트Beaumont에 작은 극장을 운영하는 먼 친척이 하나 있긴 했다. (어머니) 리사 아버지는 플레먼스 아역 활동에 함께 다니다 잠시 연기 욕심이 생겨 <Walker, Texas Ranger>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인쇄 광고 모델 일도 조금 했다. 하지만 플레먼스는 오랫동안 자신이 집안 최초의 연기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16살쯤 되었을 때 아버지와 함께 기타를 치고 있었고, 아버지는 처음 들어보는 곡을 퉁기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직접 쓴 노래라고 했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금고를 뒤적이며 먼지 쌓인 릴테이프를 꺼냈고, 9~10곡 정도의 자작곡이 담겨 있었다. 플레먼스는 한 곡을 골프장에서 내게 들려줬다—제임스 테일러를 떠올리게 하는 맑고 고요한 테너 보컬 위에 섬세한 어쿠스틱 기타가 얹힌 아름다운 곡이었다.
“그전까지는 늘 ‘이건 어디서 온 걸까?’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플레먼스는 말했다.
“모든 것에는 다 근원이 있는 법이죠.”

Plemons, age six, with James Garner on the set of Streets of Laredo, in 1994.

With his dad, Jim Bob Plemons, circa 2000.
한 시간쯤 지나서 집에 도착했고, 우리는 아이들을 더스트와 질에게 맡긴 채 플레먼스와 부모님, 그리고 내가 모두 리사의 차에 올라 마트 시내로 향했다. 인구 1,748명이라는 표지판을 지나갔다. “줄었네,”라고 플레먼스가 말했다. 그리고 시내의 유일한 신호등이 있는 텍사스 애비뉴로 들어섰다. 다운타운은 플레먼스가 살던 시절과 거의 변함없었다. 식료품점, 은행들, 그리고 가족이 다니던 제일 침례교회가 있다. 일요일이면, 짐 밥은 목사가 늘 “감리교인들보다 먼저 데어리 퀸에 도착하도록” 예배를 일찍 끝내주곤 했다고 말했다.
플레먼스와 누나가 어렸을 때, 리사는 이렇게 주변 지역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보조 출연자로 데려가곤 했다. 재미있는 탈출구 같았지만, 플레먼스는 진지하게 임했다. 리사는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질도 마찬가지였다. 옛날식 드레스를 입으면 바람에 굴러다니는 덤불에 자꾸 걸리는 게 싫었고, 특히 <Children of the Corn IV> 촬영에서 얼굴에 바르는 가짜 땀을 아주 싫어했다. 하지만 플레먼스는 모든 순간을 즐겼다. 1997년 영화 <True Women> 촬영장에서 플레먼스가 팔을 부러뜨린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1800년대 복장을 입은 채 응급실로 달려갔고, 결국 시대 고증에 맞는 슬링으로 팔을 고정한 뒤 플레먼스는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2A 디비전 II'에서 여덟 번 우승한 마트 팬서스 홈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풋볼 시티 USA야,”라고 짐 밥은 말했다. 경기 날이면 도로를 전부 차단한다고 한다. 플레먼스가 다녔던 옛 마트 고등학교를 지나쳤는데, 지금은 버려진 채 잡초만 무성했다. 예전에는 모든 경기가 열렸던 챔블리스 필드도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잠시 차를 세웠고, 플레먼스는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뛰어나갔다.
플레먼스는 중학교 때 쿼터백이었고, 고등학교에 오면서 타이트엔드로 포지션을 바꿨다. 하지만 그 무렵 늘 LA에 가느라 연습을 빠졌다. 팀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야구도 그만두었다. 핫샷 투수였고, 짐 밥의 말에 따르면 영리한 커브볼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7학년 시절 구역 챔피언십 경기 대신 출연을 위해 영화를 찍으러 갔다가 결국 장면에서 잘려버렸던 적도 있다.
마트에서는 아무도 리사와 짐 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를 할리우드에 보내다니? 그럼에도 지지를 받았다. 리사가 일하던 학교의 교장이었던 대럴 에번스는 제시 플레먼스 이야기의 영웅 같은 인물이다. 리사가 LA에 갈 수 있도록 몇 주씩 학교를 비우게 도와주었고, 플레먼스가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플레먼스가 스스로 화학을 공부하려 애쓰던 어느 순간, 차라리 GED(검정고시)를 따는 게 낫겠다고 결심했다.
두 세계를 오가는 건 쉽지 않았다. 한 번 떠나면 석 달 동안 집에 없었고, 돌아오면 친구들은 “이번엔 영화 몇 편 찍었어?”라고 물었다. 충격적일 때도 있었다. 하루는 10대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서고, 다음 날은 귀향 퍼레이드에서 밴드와 함께 행진하고 있었다. “마트, 텍사스로 돌아오면 말이야, 여기서는 네가 무비스타가 아니라고, 친구,”라고 짐 밥은 말했다.
부모님은 지금까지 아들이 찍은 건 뭐든 다 봤고, “이상한” 것들까지도 다 좋아했다. 아들이 군인도 되고, 사이코패스도 되고, FBI 요원도 되고, 기술 전문가도 되는 걸 지켜봤지만,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어떤 건 보면, 와, 진짜…”라고 짐 밥은 말했다. “잠깐만, 쟤, 아는데. 내가 기저귀 갈아줬던 애라고. 그런데도 나를 속이네.”

Plemons at home in Los Angeles on February 9, 2024.
지금은 늦은 오후다. 아까부터 걷히지 않던 구름 뒤로 해가 기울고 있다. 아이들은 집 안에서 낮잠을 재우려는 더스트와 함께 있는데—들리는 소리로 보아, 잠들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막 와코에서 돌아왔다. 플레먼스가 좋아하는, 베일러 대학 바로 옆 고속도로에 자리한 오래된 조지 식당에서 온 가족, 그리고 더스트의 엄마 이네즈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직도 퀘소와 튀긴 피클, 튀긴 할라페뇨를 먹은 뒤 축 처져 있다. 모두 치킨프라이드 스테이크와 으깬 감자가 나오는 진짜 식사에 앞서 나온 ‘워밍업’일 뿐이었다. 플레먼스는 카메라 앞에 다시 설 날을 대비해 몸 관리를 해야 한다며 까만 메기와 그린빈을 주문해 놓고도, 그레이비를 너무 조금만 뿌렸다고 나를 놀렸다.
플레먼스는 LA에서보다 조금 더 말수가 적어진 듯 보였다. 공평하게 말하자면, 텍사스에 도착한 이후 줄곧 이염과 싸우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부모님 차 뒷좌석에 앉아 기자가 좋은 쪽 귀에 계속 질문을 퍼붓는 가운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며 고향을 돌아다녔다. 피곤하다면—자기 얘기를 하는 데 지쳤거나, 1년 중 몇 안 되는 고요한 순간에 내가 침범해서 지쳤다면— 이해할 것이다. 파업의 여파로 그동안 사라져버린 온갖 잡다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일만 남았는데, 사실 평생 진짜로 신경 써 온 것은 바로 일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지나간 일을 너무 오래 되짚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보라는 것 중 극히 일부만이 진짜 영화 자체를 위한 거예요.” 말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그냥 ‘기계’를 위한 거고요.”
파업의 결과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고 플레먼스는 말한다. 여전히 미래를 걱정한다—예술이 ‘콘텐츠’로 평평하게 눌려버리는 현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I’m Thinking of Ending Things>를 연출한 찰리 카우프만 같은 감독들이 여전히 자금 마련에 고생하는 현실. 또한 배우를 디지털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인공지능 그림자도 있다. “지금 쓰는 기사를, 아예 제가 쓸모없어졌을 때 뭘 할지 브레인스토밍하는 내용으로 채우는 것도 좋겠네요.” 플레먼스가 말한다. “당신은 뭘 하고, 나는 또 뭘 할지.”
곧 엠마 스톤과 함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앤솔로지 영화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Kinds of Kindness>에 출연할 예정이다. 플레먼스조차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주 멀리 다른 곳으로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위험도 감수하고, 어쩌면 실패도 하면서. 사프디 형제나 아리 애스터와도 작업해 보고 싶다. 조던 필의 <Nope>에 출연할 뻔했지만, <플라워 킬링 문>과 일정이 겹쳐 하차했다. 코엔 형제와도 영화를 찍고 싶어 수년 동안 오디션 테이프를 십여 개나 보냈다. 마블 영화는 어떨까? “절대 안 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당장은 아니에요.” 말한다.
‘쓸모없어질’ 걱정을 하는 건 이해할 만하지만, 근거 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은 바이너리 코드 사이에 있다. 기계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방식으로 인간성을 부여하는 틈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심지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캐릭터의 어떤 조각을 붙잡아 공감과 존엄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보게 된다. “저 사람 누구지? 어떻게 자기 안에 그런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찾아내는 거야?”
“제시에게 미래는 무한합니다.” 스콜세지 감독은 말한다. “그 정도로 훌륭한 배우예요.” 버그는 플레먼스가 나이를 먹으며 장군이나 대통령 같은 역할에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어머니는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제시 플레먼스를 한물간 컨트리 가수를 연기하는 <Tender Mercies> 스타일 영화에 캐스팅하지 않는다면, 돈을 버리는 행위다.) “프레드 아스테어Fred Astaire처럼 춤추는 건 본 적 없어요.” 쿠퍼가 말한다. “하지만 못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일에 대해 이렇게 신이 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플레먼스가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리고 또다시 찾아오는 그 의미심장한 침묵— “그냥 나머지죠.”
맥주를 비우고 일어나 악수를 청한다. 이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다시 한번 침묵이 스스로 말을 하도록 내버려둘 준비가. 그리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https://www.texasmonthly.com/arts-entertainment/jesse-plemons-star-everything/
How Jesse Plemons Came to Star in, Well, Pretty Much Everything
Turns out the most powerfully restrained actor of his generation is an open book. He and his wife, Kirsten (Dunst—you may have heard of her), welcomed us into their L.A. home and then had us down to Mart, Texas (population 1,748), to meet his folks, who thought he had promise, sure, but never could’...
www.texasmonthly.com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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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3등 잘 읽었습니다.
정리 감사합니닷!!
개성적인 마스크에요
글 잘 봤습니다!!
저 작품에서 비중은 꽤 높았지만 완전히 너드로 나와서 딱히 매력이 있거나 돋보이는 배역은 아니었는데 브레이킹배드부터 사이코 역할을 만나면서 커리어가 많이 잘 풀린것 같습니다.





















마스터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배우네요. 글이 장문이지만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