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025 한국 영화의 "주목할만한 시선" 첫번째 - <우리 둘 사이에> :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둘의 이야기
* 모든 이미지 출처: 영화 <우리 둘 사이에>
*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올해도 한국 상업영화 시장은 그다지 밝지 못했습니다. <좀비딸> 등 일부 잭팟이 숨통을 틔워주기도 했지만, 많은 텐트폴 영화들이 침몰하고 일부는 벌써 기억에서 잊혀졌죠. <어쩔수가없다>나 <파과> 같은 기대작들도 나름 훌륭한 평가와 팬덤의 충성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성과를 맛봤습니다.
그런가 하면 콘크리트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처럼 놀라움을 자아내는 결과물들도 다수 등장했는데요. 앞으로 다룰 네 영화는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주목할 만한' 시선입니다.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들이 다루는 메시지는 그저 우리가 많이 보아 왔던 '이런 불쌍한 사람이 있어요' 식의 일회성 소비가 결코 아닙니다.
이 네 영화는 소수자 혹은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당당한 삶의 주체이자 분명한 의지를 가진 존재로 대접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 그 첫 번째 주자는, <우리 둘 사이에>입니다.
우리 둘 사이에
2025. 7. 30. 개봉
감독 성지혜
출연 김시은, 설정환, 오지후 등

<우리 둘 사이에> - 세상의 간섭 없이, 우리 둘 사이에서.
<우리 둘 사이에>는 오늘 제가 리뷰할 네 작품 중에서 제 워딩을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저는 지금 혹시라도 제 어휘나 표현이 오늘의 주인공 '은진'을 속상하게 하지 않을지 고민하며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은진(김시은)'은 10대 시절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영화 시점 기준 대략 인생의 절반은 비장애인으로, 나머지 절반은 장애인으로 살아온 것으로 보이죠. 영화는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다룬 영화처럼 은진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충분히 표현합니다. 칼국수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이 계단으로만 갈 수 있는 2층에 있자 혼밥을 해야 하는 은진이 결국 포기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역시 '은진'이 남편 '호선(설정환)'과의 사이에서 갑자기 찾아온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며 시작됩니다. 은진과 호선은 은진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남들과 똑같이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하루를 꾸려나가는 커플이지만, 아이만큼은 낳지 않기로 결정했었죠. 따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서부터 사실 생각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관객의 생각처럼, 영화도 여기서 굳은 결심으로 아이를 낳기로 하는 '은진'과 이미 생긴 아이니까 결국 낳기로 결정은 했지만 현실적인 삶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호선'으로 노선을 나눕니다.
호선 쪽을 먼저 볼까요? 호선은 대학교 시간강사입니다. 논문도 병행하죠. 아시겠지만 정식 교수로 임용되기 전까지, 시간강사로 지내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다소 불안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논문은 아직 멀었는데, 다음학기 강의는 취소되고. 곧 아이는 태어난다는데, 호선은 갑갑합니다.
은진은 계속해서 써온 글이 있었습니다. 책을 내려고 선생님께 지도도 받는 등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죠. 하지만 책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합니다. 그 와중에 임신한 몸으로 아이를 낳는 준비를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글,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본인의 내면을 정리하여 내보이는 일입니다. 결국 글이 잘 안 써진다는 건 은진이 아이를 낳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과 별개로 내적으로는 여전히 '이게 맞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죠. 당연합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의 크고 작은 건강 이슈가 발생하고, 그 와중에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어머니도 내심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주는데 강철멘탈이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런 불안한 심리는 우연히 한 번 만났을 뿐인 '지후(오지후)'를 은진만의 상상의 친구로 만들어내게 되고 말죠. 은진은 상상 속의 지후에게 깊게 의지하게 되고, 함께 놀러다니고 위로받으며 험한 임산부 생활을 버텨냅니다. 그러니까 지후는 은진의 도피처였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지후'가 상상 속 친구라는 점이 밝혀질 때, 영화의 텐션은 수직하강합니다. 호선은 결국 은진에게 정신 좀 차리라며 호되게 말하고, 현실의 지후에게 자신은 은진을 다시 만난 적 없다는 진실을 들은 은진은 멘탈붕괴에 빠지고 말죠.
진실을 깨달은 은진이 고생 끝에 아이를 낳으러 수술실에 실려 들어가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줄거리만 보면 이 영화는 굉장히 냉정해보입니다. 영화 중후반부에 계속해서 은진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격려와 용기를 주던 지후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정말 은진에게 잔인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관객과 은진 모두에게 차가운 현실 속 따뜻한 응원을 끼워넣었습니다. 지후가 상상 속 인물이라는 것은 결국 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은진과 호선, 두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이를 낳을지 말지 결정하고 실제로 출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은진과 호선 '우리 둘 사이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는 거죠. 이는 얼핏 보면 냉혹한 진실 같으나, 두 사람, 특히 장애인인 은진에게 주체성을 부여하고 누가 뭐래도 결국 네 삶의 주인공은 너라는 응원이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만의 결정을 내렸을 관객에게도 응원과 주의를 동시에 보내는 거죠.
은진이 도피처로 선택한 것이 '상상의 친구'라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성인이 상상의 친구에게 지나치게 의지하고,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상상의 친구'는 어릴 적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있었던 존재죠. 즉 장애인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 또 동시에 자기 자신의 삶의 주인인 은진이 성장 중이라는 것,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장치로 볼 수 있겠죠.
영화의 만듦새에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우리 둘 사이에>는 환경에 휩쓸리는 객체로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로서의 장애인을 잘 표현하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영화랄 수 있겠습니다.
오늘 <우리 둘 사이에>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울림이 있는 이야기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대신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계기 되어주는데, <우리 둘 사이에>는 교육적으로도 참 괜찮은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올 하반기 우리 영화의 '주목할 만한 시선' 첫 주자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첫 여름>, <3670>, <세계의 주인> 리뷰도 곧 이어집니다!!
블로그에 더 많은 영화 리뷰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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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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