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조이(2023) 단평
해리엔젤
스포있어요

한때 쿠엔틴 타란티노의 절친이자 영화적 DNA를 공유하던 동지, 로저 애버리의 <킬링 조이(1993)>는 지금 봐도 유혈과 광기로 가득찬 영화입니다.
<킬링 조이>는 기존 하이스트 무비의 클리쉐를 의도적으로 깨뜨립니다. 에릭(장 위그 앙글라드)이 이끄는 강도단은 프로의식은 커녕 결행 당일까지 마약과 술에 쩔어 정신을 못차리는 한심한 히피들이고 무려 프랑스 국립은행을 털겠다는 범행의 스케일에 비해 별다른 세부 계획도 없어서 일이 수틀릴 때마다 애꿎은 인질들만 죽어나가죠. 그나마 준비를 해온 건 본진인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에서 건너온 외부인 제드(에릭 스톨츠)뿐입니다.
<저수지의 개들>, 또는 <트루 로맨스>의 동형이판본 같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나 배우들입니다. 초저예산으로 만든 작품임에도 프랑스 1급 배우를 둘이나 포진시킨 저 캐스팅의 패왕색을 보세요. 청순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배우 줄리 델피는 상의 탈의는 기본에 음담패설을 입에 달고 사는 창녀를 연기하고, <베티 블루>, <니키타>에서 섬세하고 로맨틱한 연기를 보여준 장 위그 앙글라드는 마약과 허무주의에 심취한 아나키스트로 나와 시종일관 장발을 휘날리며 영화의 광기를 조율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진하게 갈릴 이 치기어린 영화는 비록 걸작은 아니지만 대신 한번 보면 쉬이 잊기 힘든 파괴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릭이 은행복도를 걸으며 무심히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일으키는 장면은 정황상 아무 맥락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짜릿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심지어 저 엉성한 은행강도씬을 보다가 불현듯 미래의 걸작 <다크 나이트>의 오프닝이 떠오르는 건, 은행이라는 동일한 공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끝간데 모를 광기'라는 키워드를 두 영화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PS.
영화에서 에릭과 조이는 입버릇처럼 진짜 프랑스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말하지만... 차 안에서 개선문을 찍은 짧은 오프닝과 엔딩을 제외하고는 영화의 모든 장면을 미국에서 찍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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