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 각본가의 엔딩 해설
golgo
The Wrap에 올라온 기사 옮겨봤습니다.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원문은 아래.
https://www.thewrap.com/bugonia-ending-explained-is-emma-stone-an-alien/

<부고니아>가 (미국에서) 개봉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이 최신작은 미지의 세계로의 하강이자,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컬트 명작 <지구를 지켜라!>를 까칠하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두 음모론자(제시 플레몬스와 신예 에이든 델비스)가 어느 CEO(엠마 스톤)를 외계인 침입자라고 믿고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서 불길한 의문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 멍청이들이 옳았던 것일까?
우리는 영화의 결말에 관한 최대 의문점을 풀기 위해 <부고니아>의 각본가 윌 트레이시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비슷하게 불편한 요리 공포영화 <더 메뉴>의 각본도 썼던 사람이다.
이하의 내용은 대형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부고니아>를 아직 안 봤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라. 이 글은 나중에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다.
.
.
.
.
그녀(엠마 스톤)는 외계인인가?
그렇다.
정말로?
그렇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영화 후반부, 엠마 스톤이 연기한 CEO 미셸 풀러는 구속 상태를 풀고서 좁은 통로로 들어갔다가 납치범들이 얼마나 정신 나갔는지를 목격한다. 그녀는 처음으로 납치된 CEO가 아니었다. 납치범들은 이미 다른 여러 CEO들을 납치하고 살해했으며, 숨겨진 방에는 시체와 토막 난 신체, 우주선 그림, 외계인의 기술 등에 관한 낙서들이 잔뜩 있었다. 미셸은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고 깨닫는다.
미셸과 테디(제시 플레먼스)는 미셸의 회사로 향한다. 테디는 몸에 다이너마이트를 두르고 있었고, 미셸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미셸이 테디에게 자신의 옷장이 우주선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전송실이라고 말해주자 테디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곧이어 테디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그의 몸을 날려버린다(아주 참혹하다.)
이윽고 앰뷸런스가 와서 미셸을 병원으로 싣고 가는데, 그녀가 깨어나서 차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차에서 뛰어내려 회사로 돌아가 옷장 안으로 들어간다. 옷장은 진짜로 전송기였고, 그녀 역시 진짜 외계인이었다. 이제 우주선으로 돌아간 그녀는 자신의 동족들과도 재회한다. 그리고 우주선의 모양 역시 테디가 그린 그림과 일치한다.
<부고니아>의 결말이 <지구를 지켜라!>와 얼마나 다른가?
많이 비슷하다. 그래서 원작을 봤다면 이번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결말을 다르게 바꿀 생각을 해본 적 있나.?
나는 처음부터 그 엔딩을 고수했다. 특히 영화의 엔딩에서 지구 곳곳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그림 같은 장면들(tableaus)이 내게는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각본을 쓰는 동안 ‘아 이건 반전을 위해 빌드업하는 이야기구나.’라든지 ‘어떻게 해야 핵심 반전을 관객에게 숨길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두 캐릭터와 그들의 감정적 흐름에만 집중했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 그림 같은 장면들에 대해 더 설명해 준다면?
영화의 엔딩에서 미셸과 그녀의 동료 외계인들은 ‘지구가 잘 버티긴 했지만, 이제 인류는 종말을 맞아야 한다’고 결정한다. 그녀가 ‘평평한’ 지구를 둘러싼 거품을 터트리는 것이 인류의 종말을 상징한다. 이 평평한 지구는 영화 중간 중간 챕터 전환 때 이미 등장했지만, 영화의 엔딩에 가서야 그것이 우주선 안에 있는 작은 접시 속 지구 모형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사람들과 장소가 다시 나오지만,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다. 하지만 걱정 마라. 동물들은 멀쩡히 살아있으니까!
우리는 인간이 없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있는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죽었지만, 마치 그림처럼 배치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경험의 작은 축소판을 엿보게 된다. 우리가 잃게 될 온갖 특이함과 유머, 기이함, 나쁜 점과 좋은 점까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 장면들은 우리가 잃게 될 것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나?
영화의 마지막 샷은 한 마리의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다양한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두 생명체의 공생 관계,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창조하는 상징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영화가 꽃과 벌로 시작해 다시 꽃과 벌로 끝난다. 처음부터 그 순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쓴 장면이었다.
golgo
추천인 1
댓글 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2등 마지막 그 시체들 연출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부분은 없네요..
결말이라고 해서 그 부분일줄 알앗는데..
그 부분 설명이 본문에 있잖아요.^^
"그림 같은 장면들(tableaus)"



















궁금해서 읽었는데 지구를 지켜라하고 비슷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