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출구>와 <체인소 맨: 레제편> “정답 없는 곳에서 만든다”
카란

카와무라 겐키 × 린 시헤이(<체인소 맨> 담당 편집자) 인터뷰
✦ 서로의 작업 방식을 ‘현장에서 지켜본 동료’로
— 두 분의 교류는 언제부터였나요?
린 시헤이: 20대 중반이었습니다. 당시 카와무라 감독은 <모테키>를 작업 중이었고, 그 무렵 처음 인사를 나눴습니다. 자주 볼 때도 있고, 몇 달에 한 번 연락할 때도 있었지만 평균적으로는 1년에 네댓 번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카와무라 겐키: 저에게 린은 가까운 곳에서 재미있는 것을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특히 후지모토 타츠키를 발견하고 <파이어 펀치> <체인소 맨> <룩 백>을 세상에 내놓은 과정은 깊은 존경심을 불러왔습니다.
✦ <8번 출구> "영화인지 게임인지 알 수 없는 체험을 만들고 싶었다"
— <8번 출구>는 개봉 직후 “그 게임을 영화화한다고?”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방향이 보였나요?
카와무라 겐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원작 게임은 구조는 뛰어나지만 서사도 없고, 무대도 한정돼 있어서 영화로 확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거든요.
하지만 극장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특성 ‘닫힌 장소에서 무언가를 열어보는 체험’에 주목했습니다. 요즘 스트리밍 콘텐츠는 시청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며 즉시 이해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됩니다. 반면 극장은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쉽게 나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보를 서서히 열어가는 연출이 가능하죠.
그 ‘닫힌 공간 전체’를 체험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단순한 게임 영화화가 아니라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승산이 보였던 것은 아니고, 실패하더라도 직접 연출하고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 “흥행 설계”보다 “끝까지 만들 수 있을까”가 먼저였다
— <8번 출구>는 극장 흥행, 칸 영화제 초청, NEON의 북미 배급까지 이어졌습니다. 전략적으로 설계한 결과일까요?
카와무라 겐키: 실은 칸 영화제 마감에 맞추느라 제작만으로도 벅찼습니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사운드까지 모든 과정이 빡빡했고 0.1초 단위로 편집을 조정하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포스터와 예고편 같은 핵심 홍보는 직접 관여했지만, 전체 마케팅은 기획자 사카타 유우토 프로듀서와 홍보팀에 맡겼습니다. 저는 작품 안에 ‘이야기 거리’를 얼마나 심어둘 수 있는지, 관객이 보고 나서 말하고 싶어질 요소를 얼마나 넣을 수 있는지에 집중했습니다.
린 시헤이: 저는 <8번 출구>가 엔터테인먼트 영화이면서 동시에 미술적 층위를 가진 영화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루프 호러로 끝나지 않고, 비평적 시각에서도 해석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 “MAPPA가 만든 <레제편>, "상상 이상"이라는 말밖에 없었다”
— 린 편집자님, <8번 출구>를 본 소감과 <체인소 맨: 레제편>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린 시헤이: MAPPA가 “<레제편>을 극장판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각본 단계에서 원작 그대로 갈지, 오리지널 요소를 넣을지 논의했고 이후 콘티와 미술을 확인했습니다.
MAPPA의 작업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연재 속도 때문에 정지된 컷으로 긴장감을 만드는 방식을 택할 때가 많은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이걸 모두 움직임으로 구현한다고?”싶을 정도로 에너지를 극도로 쏟아부은 연출이 이어져서, 시사회에서 처음 봤을 때 ‘이렇게까지 만들었다고?’할 정도로 충격이었고,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 <레제편>은 “전반의 순수한 청춘극”과 “후반의 붕괴”가 충돌하는 구조
— 카와무라 감독님도 <레제편>을 보셨죠?
카와무라 겐키: 원작 팬으로서 “이게 바로 <체인소 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전반부의 청춘과 로맨스, 후반부의 압도적인 파괴와 액션, 이 두 축이 완전히 다른 톤으로 공존하는 구조야말로 후지모토 타츠키의 서사 방식이죠.
레제의 표정, 손의 움직임, 눈동자 같은 디테일, 그 아주 작은 ‘간극’이 움직이면서 캐릭터가 살아난다는 감각은 실사 연기 이상의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덴지가 빠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는 설득력이 애니메이션에서도 통째로 살아 있었습니다.
✦ “우린 예측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 보고 나서 ‘이건 뭐지?’라는 감각을 남기고 싶다”
— 승산을 예측하면서 작품을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린 시헤이: 마음속으로는 “이번 건 잘될 것 같다”는 기대가 반 정도는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열 개 중 한두 개만 반응을 얻습니다. <체인소 맨> 초반에도 1권이 잘 팔리지 않으면 바로 잘릴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SNS 감상에 하나하나 “고맙습니다” 하트를 누르며 살피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카와무라 겐키: “예측해서 만든다”는 말은 현실과 거리가 멉니다. 매 컷, 매 장면에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그림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에 몰두할 뿐입니다. 결과는 그 뒤에 붙을 뿐입니다.
✦ 연재와 극장 — 페이지 넘김과 영화관이라는 ‘닫힌 공간’의 공통점
— 두 분 모두 ‘극장’과 ‘연재 플랫폼’이라는 다른 무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을까요?
린 시헤이: 결국 독자가 페이지를 넘기고 싶게 만드는 설계, 영화라면 극장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몰입시키는 설계,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카와무라 겐키: 맞습니다. 극장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한정된 장소”이고, 연재 플랫폼 역시 한 페이지씩 강제적으로 넘겨야만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닫힌 구조를 어떻게 활용해 “서프라이즈”를 만들 것인가, 그 사고방식은 플랫폼이 달라도 동일합니다.
✦ “게임을 영화화한 게 아니다 — 경계를 무너뜨리는 체험을 설계했다”
— 두 작품 모두 해외 배급과 세계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 영향은 있나요?
카와무라 겐키: 저는 <8번 출구>를 만들 때 “게임을 영화화한다”는 접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게임과 영화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체험’ 자체를 목표로 했습니다. 칸이나 NEON이 반응한 것도 “일본에서 새로운 영화 언어가 나왔다”는 점일 것입니다.
린 시헤이: 지금의 만화 연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점프+는 24시 동시에 여러 언어로 업데이트됩니다. 해외를 따로 의식한다기보다 “지금 이 순간 재밌는 것”에 집중해 만든 결과가 자연스럽게 세계로 나가는 흐름입니다.






















8번 출구 원작 모르고 봤는데..
원작 정보 찾아보니.. 영화가 생각보다 각색을 잘 한 것 같아요.
카와무라 겐키가 확실히 수완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