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시즌3 Guardian 리뷰
MJ

<외교관(The Diplomat)> 시즌 3 리뷰 – 케리 러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정치 스릴러, 터무니없지만 꽤 즐겁다
★★★★☆
현실 감각은 잠시 내려두자. 그렇게 보면 이 긴박감 넘치는 드라마는 놀라울 만큼 훌륭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하고, 액션은 긴장감 넘치며, 대본은 지적으로 빛난다.
(읽어보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 시즌 동안, 영국 주재 미국 대사가 대통령과 국무성을 위해 비밀리에 일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보기 드문 존재로 자리 잡았다. 정치 스릴러이면서 자주 수준 높고(한 캐릭터는 다른 인물을 가리켜 단순히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라 하지 않고 “하이게이트의 헤카테the Hecate of Highgate”라 부른다), 동시에 철저히 현실을 잊고 봐야 하는 작품이다. 잠시라도 의심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 마치 이번 시즌 마지막 회에서 새 미국 대통령이 영국 총리에게 “체커스는 당신 집안의 유서 깊은 별장입니까?”라고 묻는 장면에서처럼. 그러나 ‘매운맛 외교 연속극(spicy geopolitical soap)’으로 받아들인다면? 아, 정말 끝내주게 재밌다.
이번 시즌은 2시즌의 결말에서 이어진다. 케이트(케리 러셀)의 남편이자 때로는 동료인 핼(루퍼스 스웰)이 자동차 폭탄 공격으로 크게 다친 상황이다. 한편 영국 총리 니콜 트로브리지(로리 키니어)는 아직도 토리당 해결사 마거릿 로일린(셀리아 임리)의 행보에 격분해 있다. 로일린은 단순히 <데일리 메일>과 직통하는 성가신 인물이 아니라, 러시아를 연루시킨 ‘위장 작전(false flag operation)’의 주모자로 드러난다. 하지만 영리한 외교관 케이트는 로일린이 더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의 사주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로 미국 부통령 그레이스 펜(앨리슨 제니) — 지난 시즌 케이트가 탐내던 자리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더 급한 문제에 직면한다. 펜의 실체를 알게 된 레이번 대통령이 시즌 2 마지막 순간에 사망한 것이다. 그 결과 펜은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부통령 자리가 비게 된다. 이렇게 많은 비밀 정보를 쥔 케이트라면, 펜의 부통령 자리에 오를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지만, 여덟 개나 되는 에피소드를 채워야 하기에 케이트는 단정히 바지 정장을 싸 들고 곧장 백악관으로 문서 작업을 하러 가지 않는다. 더구나 펜은 케이트를 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 대신, 유아적 성향의 남편 핼을 지명한다.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케이트에게 “무슨 역할이라도 찾아주겠다”고 약속한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반(反)괴롭힘 캠페인 Be Best’ 같은 활동을 제안하기보다, “우크라이나 재건을 이끌거나 NATO 회담 자리에 앉으라”고 제안한다.
이후 전개는 점점 더 황당해진다. 케이트는 영국 대사직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틈틈이 워싱턴 DC로 날아가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역할을 병행한다. 물론 ‘외교관’이라는 제목이 붙은 만큼 주인공이 외교관이 아니면 곤란하긴 하지만, 두 나라를 오가며 일정 관리에 허덕이는 모습은 보는 이도 숨이 막힐 정도다. CIA 국장을 구글 캘린더 확인을 깜빡해 ‘펑크’내는 장면까지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 빌리 아피아(나나 멘사)가 이를 “엉터리(cockamamie) 조합”이라 표현하는데, 더 거친 단어를 써도 될 만하다.
그래도 케이트는 중간에 남자친구를 얻는다. 배우는 폴다크의 에이든 터너로, “며칠 안에 [핼이]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난 네 옷을 전부 벗길 거야”라고 말한다. 가장 매력적인 대사는 아니지만, 두 사람이 처한 상황 — 바쁜 일정과 새로운 군사적 위기 — 속에선 효율적이다.

이번 시즌엔 역시 훌륭한 연기들이 많다. 특히 <웨스트 윙> 출신 앨리슨 제니와 브래들리 휘트퍼드가 다시 만난 점이 반갑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쇼러너 데보라 칸과 함께, 대통령 펜과 남편 토드 역으로 재회한다. 토드는 ‘초신성과 결혼한,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는 전업남편’으로, 모든 좌절을 억눌러가며 억지 웃음을 짓는 모습이 <석세션>의 코너 로이를 닮았다. 케리 러셀은 이번에도 피로함, 분노, 체념을 한꺼번에 표현하는 연기에 능숙하며, 자신과 똑 닮은 외모의 대역에게 “빗 좀 사라”고 퉁명히 말하는 순간조차 생생하다.
케이트의 오른손 스튜어트(아토 에산도)와 CIA 국장 이드라 파크(알리 안)의 미묘한 로맨스 관계에는 크게 감정이입되지 않지만, 다시 보니 반갑다. 비록 ‘정치 음모’와 ‘키스 여부’만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이번 시즌은 또한 케이트와 핼의 결혼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며, 과거에 케이트가 무심히 “남편이 예전에 헤즈볼라에 납치된 적이 있다”고 말했던 장면 같은 대사의 의미를 이제야 맥락화한다.
마지막 두 화에서는 전 시즌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결말을 향해 폭주하듯 달려가며, 일부 구간은 약간 느슨해진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외교관>은 여전히 즐겁다. 현실감각을 끌어안고 보면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멀리 두면 — 마치 오늘날의 현실 정치처럼 — 손에 땀을 쥐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