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 오프닝 해부하기
조윤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는 <매트릭스>이다.
(난 인류의 문화재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 중에서도 오프닝 신은 심심하면 찾아볼 정도로 매우 매력적이다.
내가 왜 이 영화의 오프닝을 좋아하는지 나름대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녹색의 글자들이 아래로 깔리면서 The Matrix 타이틀이 나타난다. 그런 다음 트리니티와 사이퍼 간의 보이스오버 대화가 들리는데 그 내용은 구원자의 등장에 따른 믿음과 불신, 사랑과 갈등이 담겨있다. 이는 앞으로 전개될 영화의 서사를 순식간에 함축한 것이다. 이 때의 장면은 바깥 현실에서 쳐다본 모니터 화면을 비추자 곧 출력된 매트릭스의 화면인 것이다. 이내 숫자 '0'을 극도로 클로즈업 하면서 관객을 매트릭스의 세계 속으로 안내한다. "오프닝은 영화의 초대장"이란 말을 정석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해커 트리니티를 뒤쫓는 경찰과 그들을 나무라는 요원 3명 사이에서의 대화는 역할과 힘의 서열을 나타낸다. 특히 트리니티의 가위발차기에 사용된 촬영기법이 이후 네오의 총알회피 액션에서도 쓰인 점을 고려해볼때 오프닝의 트리니티는 영화 본 내용의 네오와 서사적으로도 거의 흡사해 보인다. 불리한 조건에서 '요원으로부터 탈출하라'는 통신은 사이퍼의 악행부터 전화기를 찾는 장면까지와 유사하다. 경찰이 무력한 채 요원과 트리니티의 추격전은 이후 네오의 추격전 이미지와도 반복된다. 이외에도 트리니티가 건물을 뛰어넘는 장면(네오가 쓰레기 더미로 뛰어넘는 장면과 비슷해보이는데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일어나라(Get up)'고 스스로 주문하는 장면은 이후 네오가 트리니티에게 듣는 말과도 반복된다. 간발의 차로 수화기를 든 채 매트릭스를 빠져나오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렇게 트리니티의 이미지 반복은 후에 네오의 서사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와 보이스의 반복을 통해 오프닝은 영화의 전개를 함축적으로, 매우 훌륭하게 압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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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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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공각기동대의 오프닝도 꽤 인상적이죠
2등 액션 비주얼이 워낙 뛰어나서 후에 만들어진 많은 영화들에 영감도 많이 주었고요.
헌데 스토리는 어쩐지 다크 시티가 너무 생각나서 좀 그렇더라고요.
후에 찾아볼게요!























제가 매트릭스 관련 가장 후회하는 게...
정식 개봉 전 국내 방송에서.. 관련 영상과 예고를 엄청 틀어줬던 걸 그대로 봤다는 거예요. 당시 획기적인 해외 영화라면서 개봉 전부터 난리였죠. 아무 정보 없이 봤다면 어땠을까.. 늘 아쉽습니다.
오프닝에서 첨언할 건... <공각기동대>에서 영향 받은 게 좀 보인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