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져스> 사운드트랙 Pitchfork 리뷰
MJ

작성자: 윌 린치 (Will Lynch)
장르: 록 / 실험음악 (Rock / Experimental)
레이블: 밀란 (Milan)
일자: 2024년 5월 6일
7.2/10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베테랑 영화음악 작곡가들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삼각관계 테니스 드라마 <챌린저스Challengers>를 위해 테크노 주도의 스코어를 선보였고, 보이즈 노이즈(Boys Noize)는 이를 세련되고 강렬한 메가믹스로 재가공했다.
최근 <챌린저스> 시사회 레드카펫에서 기자들은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에게 이번 영화음악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2010년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로 시작한 화려한 경력으로 지금까지 아카데미상을 두 번 수상했다. “밴드에서는 우리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고, 우리가 주인입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은 달라요. 우리는 감독과 협업하고, 함께 만들어갑니다.” 레즈너가 말했다.
레즈너는 그 말을 장난스럽게 했지만, ‘통제’—통제하거나, 원하거나 포기하는 것—는 오랫동안 예술의 핵심 주제였다. 로스가 합류하기 전, 나인 인치 네일스는 사실상 레즈너의 솔로 프로젝트였다. 예술적 디테일에 집착했고,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처럼 보통 레이블이 맡는 부분까지 직접 관리했다. 지배와 복종은 데뷔 앨범의 첫 곡인 “Head Like a Hole” 이후로 나인 인치 네일스 가사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그 곡을 썼을 때 레즈너는 20대 초반, 돈도 없고 녹음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심야 시간에 자신의 데모를 만들던 시절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컬트 영웅이자 업계의 총아로, EGOT(에미, 그래미, 오스카, 토니) 달성까지 딱 하나 남겨두고 있다. 가장 유명한 가사가 “I wanna fuck you like an animal”인 사람이 디즈니 영화의 음악을 맡아 오스카를 받게 될 줄이야. 커리어 1막이 ‘자신이 주도권을 쥔 시기’였다면, 2막은 ‘창작의 통제’를 타인과 나누거나 넘겨주는 시기로 정의된다.
이번 영화 <챌린저스>는 통제와 복종이라는 주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Call Me By Your Name, Bones and All로 느릿하지만 관능적인 연출을 보여준—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역시 레즈너와 로스가 음악을 맡았다. 젠데이아(Zendaya)가 연기하는 타시 던컨은 선수 출신 테니스 코치로,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두 남자 아트 도널드슨(마이크 파이스트)과 패트릭 츠바이크(조시 오코너)를 쥐고 흔드는 인물이다. 예고편 속 호텔 방 장면에서 세 사람은 삼자 키스를 나누는데, 미소를 띠고 두 남자가 서로에게 이끌리도록 내버려둔 뒤 “내일 경기에서 이긴 사람한테 내 번호를 줄게”라 말한다. 결국 츠바이크와 사귀지만, 던컨이 커리어까지 관여하려 하자 헤어진다. 반면 도널드슨은 리드를 기꺼이 따른다. 부상으로 은퇴해서 코치가 되고, 이후 두 사람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스턴 마틴 광고에 함께 등장하는, 타시가 조종하는 ‘테니스 파워 커플’로 변모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츠바이크와 도널드슨의 경기로, 타시는 교묘하게 이 경기의 흐름을 설계하며 자신을 ‘결승전의 상품’처럼 내건다. 그렇게 해서라도 ‘진짜 멋진 테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챌린저스>는 관능적이고 뜨겁다는 표현으로 수식되지만, 실제로 노골적인 성행위는 거의 없다. 관능의 긴장은 젠데이아가 연기하는 인물과, 두 남자 위에 군림하면서 만들어내는 힘의 역학에서 비롯된다. 영화의 태그라인은 “네가 섬기는 자 앞에 무릎을 꿇어라”라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초기 가사에서 그대로 따온 듯하다.
레즈너와 로스는 이번에도 감독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스스로는 떠올리지 못했을 음악을 만들어냈다. “루카가 ‘모든 음악이 박동하는 테크노, 영화가 심장처럼 뛰도록 하면 어떨까?’라고 했어요. 혼자였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겁니다.” 레즈너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 결과물인 <Challengers (Original Score)>는 일렉트로클래시(“Yeah x10”)에서 신스팝, 빠르고 기능적인 테크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럽 사운드의 향연이며, 피아노와 기타가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과 자연스럽게 섞이는 섬세한 사운드 시그니처로 레즈너와 로스 특유의 색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 음악은 영화 속에서 배경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액션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기숙사 싸움 장면에서 킥드럼이 터져 나올 때, 또는 테니스 드라마에 ‘레이브 음악’을 덧입히는 전복적 아이디어처럼, 그 조합은 예상 밖인데도 완벽히 어울린다. <소셜 네트워크>의 음악처럼, 이번 스코어도 영화에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다. 실제로 거의 모든 리뷰가 이 음악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BBC는 영화 자체를 혹평하면서도 스코어만큼은 칭찬했다.
다만, 레즈너와 로스의 대부분 영화음악이 그러했듯 <챌린저스> 음악도 영화 밖에서 완전한 앨범으로 기능하기엔 다소 울퉁불퉁하다. 세 곡 중 두 곡이 3분 미만이고, 몇몇은 여러 버전으로 반복된다. 이를 의식한 듯, 두 사람은 독일 출신 DJ이자 프로듀서인 보이즈 노이즈에게 OST의 믹스/리믹스 버전을 맡겼다. 박자와 템포의 폭이 넓은 음악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것은 쉽지 않았으나, 절묘하게 처리해 30분짜리 파티 믹스를 완성했다. 라켓이 공을 때리는 소리와 코트 위 신발의 마찰음을 샘플로 더해, 역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Compress / Repress"를 개버(gabber) 풍으로 재해석한 버전은 의외로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 곡은 구아다니노 감독이 공동 작사하고 레즈너가 노래까지 맡은 트랙으로, 여기서는 ‘창작 통제의 공유’가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레즈너는 지금껏 개인적 진정성과 솔직한 표현을 중시하는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를 실어왔는데, 이번 곡은 영화의 주제를 그대로 따라가며 단순하고 깔끔한 신스팝 스타일을 띤다. 나인 인치 네일스 팬이라면 이 노래의 가사가 레즈너 단독이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다. 다른 작가의 의도를 따른 모습에는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제가로서는 괜찮지만, 나인 인치 네일스 곡으로 보면 조금 심심하다. 그러나 이번 주 베를린 상영회에서는 이 노래가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동안 관객 몇몇이 의자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https://pitchfork.com/reviews/albums/trent-reznor-atticus-ross-challengers-original-sc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