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소셜 네트워크> 사운드트랙 Pitchfork 리뷰

MJ MJ
549 1 0

Reznor and Ross - The Social Network.jpeg.webp

 

작성자: 제이슨 그린 (Jayson Greene)

장르: 록 / 실험음악 (Rock / Experimental)

레이블: 널 코퍼레이션 (The Null Corporation)

리뷰: 2022년 7월 24일

 

8.7/10

 

피치포크는 매주 일요일, 과거의 중요한 앨범을 심층적으로 재조명한다. 오늘은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와 애티커스 로스(Atticus Ross)의 첫 번째 영화음악 작업,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의 혁신적 협업을 다시 돌아본다. 이 음악은 영화에 냉혹하고 불안한 정조를 부여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의 2010년작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 저커버그를 세계 최대의 소셜미디어 제국으로 이끈 상처로 문을 연다. 하버드 대학 지붕 위로 카메라가 이동하며 저커버그가 단호한 표정으로 기숙사로 향하고, 여자친구 에리카 알브라이트에게 잔인하게 차인 직후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결심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워낙 상징적으로 자리잡았지만, 사실상 허구의 조합이다. 영화 속 하버드는 실제로는 존스 홉킨스 대학이며, 하버드 측은 촬영 허가를 거부했다. 마크 저커버그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는 아론 소킨이 쓴 대본 속 인물을 연기하는데, 소킨은 페이스북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으며, 벤 메즈리치의 <억만장자의 우연한 탄생(The Accidental Billionaires)> 한 권에 근거해 캐릭터를 구상했다. 또한 “그건 네가 나쁜 놈이라서야(It’ll be because you’re an asshole)”라는 대사를 남긴 에리카 알브라이트란 인물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게 좋아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차인 괴짜의 복수극으로서의 페이스북”이라는 문화적 우화로 굳어진 것은 이 장면 덕분이다. 왜냐하면 영화음악의 첫 음이 바로 여기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클로즈업된 소리로 녹음된 업라이트 피아노가 단순한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브라이언 이노의 <Music for Airports>의 “1/1”이나 윈도우 95 시작음이 연상된다. 트레몰로 현악기들이 그 주위를 맴돌고, 피아노는 유령처럼 소리를 가르며 떠돈다. 어둡고도 밝고, 우수하면서 위협적인—영화의 전체 세계가 40초 안에 응축된다. 그리고 카메라가 기숙사 창문을 비출 때, 깊고 어두운 신시사이저 음이 울려 퍼지고, 바로 그 순간 화면에는 작곡가들의 이름, “Trent Reznor & Atticus Ross”가 등장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정점을 안겼다. 소킨에게는 <웨스트윙 >이후 A급 시나리오 작가로의 전환점이 되었고, 핀처에게는 <세븐>이나 <파이트 클럽> 이후 오스카 유력 작품을 연출하는 기회였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실리콘밸리식 스타성의 화신을 연기하며 영화배우로 입지를 넓혔고, 제시 아이젠버그는 실제 저커버그와는 전혀 다른 화법으로, 하지만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페이스북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커리어에 가장 큰 변화를 맞은 이는 레즈너와 로스였다. 이 영화가 받은 세 개의 오스카 상 중 하나가 ‘최우수 음악상’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첫 번째 영화 음악 작업이었고, 거의 처음 시도에서 완성도를 얻었다.

 

핀처가 함께 작업하겠냐고 제안했을 때, 레즈너는 잠시 망설였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투어를 막 끝내고 결혼한 직후였으며, 영화 음악은 처음이었다. 오랜 동료인 로스에게 조언을 구했고, 두 사람은 스튜디오에서 사운드를 주고받으며 핀처에게 파일을 보냈다. 음악이 너무 어둡거나 거칠지 걱정하면서 말이다. 약 16곡을, 각각 3분 반에서 8분 길이로 완성했다.

 

시범곡들은 일종의 ‘무드보드’였다. 그중 7번째 트랙, 나중에 영화 테마가 된 “Hand Covers Bruise”는 레즈너와 로스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곡이다. 하지만 핀처의 사운드 편집자 렌 클라이스가 그 곡들을 영화 전반에 재배치해 실제 스코어의 토대가 되었다. 레즈너는 러프 컷 상영 중 그 피아노 음이 엔딩 크레딧 위로 흘러나올 때 소름이 돋았다고 회상한다.

 

핀처는 레즈너에게서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음악이 없었다면 영화는 전형적인 소킨식 직장 코미디로 흘렀을 것이다. 윙클보스 형제의 우스꽝스러운 소송극이나 하버드 캠퍼스의 재치 있는 대화들엔 위협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았을 테니까. 핀처가 처음 보여준 40분짜리 임시 버전은 ‘기분 좋은 존 휴즈식 영화 느낌’이었다고 레즈너는 언급했다. 하지만 음악은 <블레이드 러너>나 <샤이닝>처럼, 젊은 하버드생의 머릿속에서 디스토피아가 태어나는 순간을 사운드로 구현했다.

 

영화 속에서 언제나 음악 아래엔 또 다른 버전, 경쾌하고 가벼운 영화가 숨어 있다. 디비야 나라드라(Max Minghella)가 저커버그가 자신을 배신하고 페이스북을 만든 것을 깨닫고 성가대 리허설 도중 의자에서 넘어지는 장면 같은, 전형적인 소킨식 스크루볼 코미디 순간들이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밤거리로 뛰쳐나가는 순간, 리게티의 “Lontano”를 연상시키는 악몽 같은 전자음이 흐르고, 이는 스와마트론(Swarmatron) 신시사이저로 만든 비명을 닮은 음색이었다. 단지 턱시도를 입은 하버드생이 달리는 모습이, 전율적인 불안으로 변한다.

 

저커버그와 에두아르도 사베린(앤드류 가필드)이 가상의 페이스북 그룹이 생성한 여성들에게 유혹당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유머러스해야 할 장면이 괴이하고 사악한 의식처럼 들린다. “Intriguing Possibilities” 같은 밝은 곡조에서도 저음의 어두운 기운이 오히려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을 재구성한 보트 레이스 장면은 그 대표적 예다. 영화 전체에 깔린 부패의 기운은 레즈너와 로스의 음악 덕분이다.

 

이 사운드트랙은 레즈너 인생의 ‘제3막’을 여는 신호탄이었다. 핀처가 그에게 기회를 주며, 이후 10년간 영화음악의 질감을 규정하는 작곡가로 변화하게 된다. <맹크Mank>에서의 1930년대 헐리우드 오케스트라 재현, 90년대 중반 평온한 정서까지 이어졌지만, 이 영화의 냉혹한 세계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나마 근접한 것은 픽사의 <소울Soul>에서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을 묘사한 음악이었다. 거긴 밝고 청결하고 효율적이지만 조작적인, 실리콘밸리식 연옥처럼 느껴진다.

 

브라이언 이노가 “앰비언트 음악은 무시할 수도, 흥미롭게 들을 수도 있다”고 했듯, 레즈너와 로스는 그 반대편을 탐구했다. 집중을 유지시키되 은근히 신경을 소모시키는 음악 말이다. 이어폰을 끼고 책상 앞에 앉아 일하다 보면, <소셜 네트워크> 곡들이 ‘각성된 불안’을 완벽히 재현한다. “In Motion”은 감각을 그대로 맛보게 하는 곡이고, “The Gentle Hum of Anxiety”라는 곡명은 이미 모든 해석을 담고 있다. 이노가 공항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면, 레즈너와 로스는 ‘공유 오피스를 위한 음악’을 만든 셈이다.

 

“Hand Covers Bruise”의 피아노 테마는 사운드트랙에 두 번 더 등장하며 점점 희미해진다. 영화 속에서는 저커버그 안에 남아있는 인간적인 흔적의 모티프로 작용한다. “Do I have your full attention?” 장면에서도 그 음이 다시 들리고, 저커버그의 눈빛이 완전히 식어갈 때, 저 깊은 저음의 신시사이저가 다시 울린다.

 

이 어두운 음 하나가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암시한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친구 사진을 보고 전 애인을 찾아보던 시절, 소셜미디어가 우울·불안·외로움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누구도 몰랐던 2010년. 당시 사용자는 5억 명, 엄청나지만 아직 종교 신도 수를 넘어서지는 않았다. 지금의 메타(Facebook)는 훨씬 더 거대해졌고, 영화 속 묘사는 향수 어린 기록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가올 시대를 예고한다. 2011년, 저커버그는 정치 광고 자금 출처 공개 규정을 피하기 위해 연방선거위원회에 예외를 요청했다. 음악은 이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의 전조를 알고 있다. 그 신시사이저의 울림은 바로, 페이스북에서 조직되고 생중계된 폭동의 소리다. 그리고 오늘날 상원 청문회에서 공허한 눈빛으로 증언하는 저커버그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린다.

 

<소셜 네트워크>는 이런 미래를 놓쳤다. 누가 회사를 차지했는가,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가의 이야기에서 멈췄다. 마지막 장면에서 라시다 존스가 "You’re not an asshole, Mark. You’re just trying so hard to be”라고 말하고 떠난 뒤, 저커버그는 허구의 에리카 알브라이트 프로필을 찾아 ‘친구 신청’을 누른다. 그 위로 비틀즈의 “Baby You’re a Rich Man”이 흐른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결말에 걸맞은 곡은 레즈너의 음악이었을 것이다—공허하고, 맥박치듯 반복되며, 불안하게 열린 채 텅 빈.

 

https://pitchfork.com/reviews/albums/trent-reznor-atticus-ross-the-social-network/

MJ MJ
11 Lv. 11358/12960P

https://blog.naver.com/mongolemongole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 golgo
    golgo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멀고도 가까운]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21:52 6702
공지 돌비 비전+애트모스관 체험단 이벤트 당첨자입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21:35 5605
HOT '위키드: 포 굿' 박혜나 X 정선아 For Good 뮤직... 2 golgo golgo 1시간 전19:20 203
HOT 일본 주말 박스오피스 TOP 10 (11/14~11/16) 5 카란 카란 2시간 전18:54 313
HOT 프레데터로 보는 인간 사냥꾼 12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8:51 506
HOT 신뢰성있는 일부 초기 단평 - ‘주토피아 2' 오스카 장... 7 NeoSun NeoSun 3시간 전17:30 647
HOT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전세계 누적관객 8917만... 4 하드보일드느와르 3시간 전17:23 435
HOT <프랑켄슈타인>(2025) 해석/감상 | <프랑켄슈타인>은 바니타... 5 해달sMinis 해달sMinis 4시간 전16:46 375
HOT 주토피아 2. 4 라디에이터K 5시간 전16:13 816
HOT <주토피아 2> 엠바고 간단 후기 9 마이네임 마이네임 5시간 전16:09 2041
HOT 주토피아 2 동물들의 본격 느와르 7 uncletom uncletom 5시간 전16:05 1034
HOT '주토피아 2' 간단 후기.. 잘만든 속편 15 golgo golgo 5시간 전15:52 1909
HOT 내년에 아이멕스 영화 두편의 대결 볼만 하겠군요. 6 단테알리기에리 6시간 전15:15 1005
HOT 마일스 텔러, 〈판타스틱 포〉 재난에 대해 조쉬 트랭크를 ... 2 NeoSun NeoSun 6시간 전15:01 627
HOT 탐 크루즈, 거버너 어워드에서 생애최초 오스카 명예상 수상... 4 NeoSun NeoSun 7시간 전14:16 661
HOT 고어 버빈스키 감독, AI가 집중하는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하다 1 NeoSun NeoSun 7시간 전14:13 456
HOT [국보]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두 주인공의 연기력에 소름끼... 8 링마벨 링마벨 7시간 전14:09 862
HOT 거버너스 어워드 레드카펫 배우들 모음 - 1 NeoSun NeoSun 7시간 전14:09 367
HOT '주토피아 2' 당근펜 9 golgo golgo 8시간 전13:07 921
HOT 시무 리우, “슈퍼히어로 영화 비판이 유행..하지만 장르의 ... 9 카란 카란 9시간 전11:53 1435
HOT '체인소맨' 레제편, 북미 박스오피스 4000만 달러... 6 하드보일드느와르 11시간 전09:33 808
HOT '젤다의 전설' 실사판 촬영시작, 뉴질랜드 세트장... 6 NeoSun NeoSun 11시간 전09:30 2036
1196401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6분 전21:01 54
1196400
normal
GI 41분 전20:36 109
119639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9:54 234
1196398
image
단테알리기에리 1시간 전19:50 196
1196397
image
hohoho123! 1시간 전19:46 120
1196396
normal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시간 전19:28 186
1196395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9:20 203
1196394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9:17 557
1196393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9:13 258
1196392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9:01 152
1196391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18:54 313
1196390
image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8:51 506
1196389
image
단테알리기에리 2시간 전18:48 366
1196388
normal
Sonatine Sonatine 2시간 전18:27 158
119638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8:09 272
1196386
normal
GI 3시간 전18:04 291
1196385
normal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7:56 300
119638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4 225
119638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4 335
119638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4 210
1196381
image
무비티켓 3시간 전17:49 309
1196380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3시간 전17:47 284
119637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3시간 전17:35 498
119637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30 647
1196377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3시간 전17:23 435
1196376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7:12 321
119637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54 641
119637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52 271
1196373
image
해달sMinis 해달sMinis 4시간 전16:46 375
119637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6:39 394
1196371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32 362
119637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32 586
1196369
normal
라디에이터K 5시간 전16:13 816
1196368
image
마이네임 마이네임 5시간 전16:09 2041
1196367
image
uncletom uncletom 5시간 전16:05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