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와 <드래곤볼>에도 영향을 준 전설 <트론>, 일본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을 붙이다
카란

1982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 <트론> 은 단순한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CG 시대의 문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트론>은 대담하게 영화의 절반 이상을 CG로 구현해 ‘디지털 미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제시했다.
이 혁신은 일본의 거장 창작자들에게도 강렬한 자극이 됐다.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 그리고 <토이 스토리>의 존 라세터까지 —
세 장르의 대표 작가들이 모두 <트론>을 계기로 ‘영상 혁명’의 가능성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오토모 가츠히로 ― “빛과 속도, 그리고 미래 도시의 미학”
<아키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네다의 붉은 바이크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다.
오토모 감독은 인터뷰에서 “<트론>의 빛의 궤적과 라인 디자인이 카네다 바이크의 한 영감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트론>의 ‘빛의 궤적(라이트사이클)’은 도시의 야경을 가르는 ‘빛의 질주’라는 개념으로 변주돼, <아키라>의 네오 도쿄와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줬다.
즉, ‘트론의 빛’이 네오 도쿄의 미학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토리야마 아키라 ―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관의 씨앗”
<드래곤볼>이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유쾌한 SF 세계관’ 역시 <트론>의 DNA를 느낄 수 있다.
토리야마는 과거 단행본 코멘트에서 “<트론>은 정말 대단한 영상이었다”고 언급하며, 그 특유의 미래적 디자인 감각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 속 기술 문명, 유려한 메카닉 디자인,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하는가”라는 테마는 <트론>이 제시한 ‘디지털 인간주의’와 깊은 궤를 같이한다.
존 라세터 ― “픽사의 출발점이 된 한 편의 영화”
픽사의 창립 멤버이자 <토이 스토리>의 감독 존 라세터는 “<트론>이 없었다면 픽사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트론>의 초기 CG 영상을 보고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의 결합에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고 회상하며, 이 깨달음이 바로 훗날 세계 최초의 CG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로 이어졌다.
<트론>의 ‘디지털 세계 속 인간 이야기’는 픽사가 구축한 “기계 안에 깃든 감정”이라는 철학의 원형과도 맞닿아 있다.
“CG 이전과 이후를 나눈 경계선”
이처럼 <트론>은 단순히 ‘SF 영화의 시조’가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과 전 세계 시각 예술의 언어를 바꾼 기념비다.
빛, 속도, 기계, 인간, 그리고 감정 — 이 다섯 요소를 조합한 영화적 상상력은 이후 <아키라>, <드래곤볼>, <토이 스토리>를 비롯해 <매트릭스>, <아바타>,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까지 이어졌다.
1982년의 한 실험이 결국 21세기의 영상문법을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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