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나쁜 계집애 : 달려라 하니 노스포 후기
맥쑤

과거 아기공룡 둘리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TV 애니메이션 중 하나죠. 물론 다른 한국 애니가 그런 것처럼, 재미와 인기 그리고 작품성 측면에서 워낙 넘사벽인 둘리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는 축에 속하긴 하지만, 그래도 저처럼 고전 애니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으신 분들 사이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TV판 방영 당시 원래 주인공은 하니가 아닌 빌런 역할을 한 나애리가 이번 극장판에서는 드디어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에 제목이 나쁜 계집애이기도 하고요, 하니에게 있어 왜 나애리가 나쁜 계집애로 기억되고 있는지 이미 TV판에서 나온 둘만의 사연을 통해 잘 알 수도 있을 겁니다. 하니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새어머니와 재혼하고, 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중동으로 가면서 친어머니와 살던 집을 팔고 그 집을 나애리네 가족이 사면서부터 시작되는 악연이죠.
이런 서로 라이벌이자 앙숙 관계인 두 육상 천재들이 어느덧 같은 고등학교 육상부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고, 전국 각지역 동네에서 비공식으로 진행해온 길거리 달리기 종목인 에스런이 육상 협회에서 공식 종목으로 승인하여 이벤트 형식으로 개최되는 2인 릴레이 경기에 참가함으로써 라이벌에서 동료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 바로 이번 극장판의 주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제가 얼마 전에 연의 편지를 보고 귀멸의 칼날 때문에 잊고 있었던 한국 애니에 대한 뽕이 차올라서 기대가 좀 컸었는데요...간단하게 먼저 언급하자면, 연의 편지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혁신과 미래라 할 수 있다면, 이번 달려라 하니 극장판은 한국 애니가 지니고 있는 발전된 모습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과거 TV판이 지니고 있는 개성과 매력을 현대화된 트랜드에 걸맞는 작화로 살려낸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는 TV판 애니를 잘 모르는 요즘 세대 관객분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 할 수 있으며, 이야기 또한 현시대에 맞춤화된 구조와 스타일을 통해 신선함을 더한 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캐릭터 묘사라든지 대사를 비롯한 주요 장면 연출 등이 한국의 구시대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단점들이 치명적으로 드러난건 좀 아쉬웠습니다. 연의 편지가 작화부터 이야기와 캐릭터까지 일본 애니에서 나올 법한 일부 강점들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잘 차용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더군요. 게다가 캐릭터의 매력을 구축하거나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중간중간 채워줘야 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생략하고 건너뛰는 것도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각본 측면에서는 꽤 영리하다는 인상도 받기도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에스런은 실제 동네 거리에서 펼쳐지는 종목이기 때문에 경기 중간중간 행인과 물체들 그리고 코너 구간을 비롯한 여러 장애물도 극복해야 하는데요, 아무 장애물 없이 직선 구간에서만 승부를 보는 정식 육상 종목 국가대표 나애리가 이 경기를 처음 접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게 바로 이거라 할 수 있습니다.
기대보다는 좀 아쉬웠지만, 현시대에 맞는 세련된 작화와 음악으로 만나는 과거 추억의 애니를 극장판으로, 그것도 가정이 아닌 극장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참 의미있는 체험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메인 ost와 엔딩 ost는 개봉 한참전에 유뷰트에 정식 공개되었을 때부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나온 귀칼 ost들도 압도할 정도로 너무 역대급이라 개봉하면 꼭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TV판 애니에 대한 추억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다소 추천하기 좀 망설여지지만, 어느 정도 추억을 공유하고 있으신 분들의 경우 너무 큰 기대를 가지지 않으신다면 한번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맥쑤
추천인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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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란님!!🙏🙏 아쉬운 점들이 적지 않았지만...말씀하신대로 고전 애니를 극장에서 다시 본다는 거에 의미를 두고 관람을 선택했는데 결코 후회되지 않았거든요!!😆
3등
넵~ 기회 되실 때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
있을듯




















작화나 음악은 많이 발전했지만, 캐릭터나 전개의 아쉬움은 여전한가 봐요..
그래도 고전 애니를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