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고 욕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던데 전 영화를 봤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 스포 조금
dolstone
요즘 가장 말 많던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말이 많다고 해도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긴 하죠. 애초에 영화 시작을 근본부터 바꾸어 놓은 것부터 시작해서 CG가 구리네, 스토리가 엉망이네, 원작을 훼손했네 등등 인터넷을 보면 날 선 비난들이 엄청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박스스코어를 보면 실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별로 없는데 말이죠. ㅋㅋㅋ
그런데 하도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하길래 저는 오히려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원작을 꽤 재미있게 읽어서 책도(e북이지만) 단행본으로 다 갖고 있고 웹툰도 꼬박꼬박 보고 있었는데, 몇백억을 퍼부었다던데 댓글들을 보고 진짜 얼마나 망했길래 이런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극장에 가서 봤는데... 솔직히 든 감상은 이 영화가 욕을 먹은 모든 부분 중 반은 욕을 먹을 만 해서 먹은 거였고, 나머지 반은 억울하게 욕을 먹은 (혹은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모르고 욕을 한) 경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야?'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공필두의 무장성채나 유상아의 아라크네의 거미술, 천인호의 능력 같은 능력이나 기술 설정부터 시작해서 성좌나 배후성, 스타스트림 등 스토리 전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설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 빈약합니다. 설명을 하긴 하는데 (나레이션으로 한번 죽 읊어주고 넘어가죠) 그 짧은 설정으로 과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이건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을 것 같지만 짧은 러닝타임 동안에 설명하기는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퇴마록 애니때도 이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영상화를 할 꺼면 영화로 만들지 말고 차라리 넷플릭스 시리즈 같은 걸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고갈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뭐랄까 스나이더컷 저스티스 리그와 킹덤 오브 헤븐 확장판 생각이 나더군요.
'원작의 아이템만 차용해 만든 영화'라는 평가는 영화를 이렇게 만들었으면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세금 같은 거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비난받는 부분인 김독자가 작가한테 악플을 날렸더니 작가가 '그럼 니가 해봐' 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부분이나 김독자의 가정사가 싸그리 날라간 점, 전체적으로 등장인물이나 설정만 체리피킹해서 이야기를 재구성 한 부분들을 보면 전작에 대한 존중이 없어 보이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죠.
사실 미디어믹스를 할 때 '원작을 망쳤다' 라는 이야기는 거의 언제나 나옵니다. 하다 못해 웹소설을 웹툰으로 연재를 할 때면 초반에 이런 소리를 듣는게 아닌 경우보다 훨씬 많습니다. (물론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대부분 명작 반열에 오르긴 합니다.) 그러니 영화화하는데도 이런 소리를 듣는 건 어쩔 수 없죠. 게다가 원작 자체가 시대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초인기작이니까요. 그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고, 원작을 본 사람들도 많으니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유독 웹소설이나 웹툰 원작을 영상화 (영화 or 드라마) 할 때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상화를 할 때 연출이나 작가들이 원작을 굳이 - 원작의 가치를 부수거나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될 부분을 손을 대던지 해서 - 자기 맘대로 개조를 해서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강제로 집어넣으려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뭐 욕을 먹는 일이 있는지 웹소설이나 웹툰 따위랑 똑같이 만들면 자기들 자존심이 용납을 못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상화를 할 때 원작을 손을 대는 것은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을 사랑했던 독자들은 시청자가 되어 영상화 된 작품을 볼 때 이 사람들이 원작을 존중하는지, 무시하는지, 아무 생각이 없이 영상화를 했는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못느낄 수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작품 입장에서 가장 억울한 부분과 제작사가 가장 잘못한 부분을 뽑으라면 전 처음 작품 개봉할 때 김독자가 소설 원작자한테 악플 보내는 부분을 홍보장면으로 써먹자고 결정한 사람이 이 영화 관객수의 절반은 깎아먹었다고 확신합니다. 사실 초반에 기존 원작에 대한 팬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불타올랐던 부분이 이부분인데, 영화 안에서 보면 그렇게 메일을 보냈던 내용이 납득갈 만한 내용으로 충분히 설명이 됨에도 불구하고 앞뒤 다 잘라버리고 그부분만 공개해 버려서 사람들을 열받게 만들고, 열받은 사람들이 난리를 쳐서 영화를 보러 갈 사람들도 안보러 가게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예 그 부분을 빼고 '내가 읽던 소설이 현실에서 펼쳐진다' 이런 깃으로만 광고를 하는게 훨씬 나았을겁니다.
두번째 사람들의 비난이나 악플에 대해 대응한 제작사나 감독의 반응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당연히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왠만큼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 한 '원작을 왜 이렇게 만들었냐?'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악플 다는 사람"취급해 가면서 이겨먹으려고 하면 안되죠.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과 싸워서 이길 수 있습니까? 개인적으로 그런 대응은 어차피 이길 수 있지도 않은 상대에 대해 그냥 자기 에고 드러내며 자위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팬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는 줄 안다. 영상화 과정에서 마케팅이나 여러 부분 때문에 불가피하게 원작을 따르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원작을 사랑한다면 한 번 영상으로도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어르고 달래도 모자랄 판에 왜 대중들이랑 왜 싸움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이 대응 하나로 영화를 보러 가자고 맘 먹은 사람이 많았을까요? 아니면 더 안보러 갈 마음을 굳게 먹은 사람이 많았을까요? 오히려 사람들의 반응에 불을 붙이게 되니 적이 생긴 사람들은 더 타오르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여론이 되어버리니 리뷰하는 유튜버들도 여론의 비위를 맞추는 리뷰를 할 수밖에 없어지고, 결국 공인된 유튜버들에 의해 졸작으로 낙인찍혀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흥행을 위해서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스토리나 액션 부분은 나름 유치하지 않게 잘 다듬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일의 호불호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쌍팔년대 방학때 애들 상대로 한 방학특선영화들 같이 보이지 않도록 신경쓴 티가 좀 보였습니다. 냉정하게 전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괜찮은 킬링타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옛날에 비해 이 킬링 타임 하는 비용 가치가 너무 높아져버렸긴 하지만...) 다만 이 영화 주 타깃층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게임이나 판타지 등에 관심이 없는 중장년층은 모두 버린다고 치고, 그렇다고 애들 상대로 하기는 좀 그렇고, 중고생은 너무 시장이 작고, 20대들이 보기엔 '굳이 이걸 영화관에 가서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뭐랄까 되게 애매한 것 같습니다.
배우들은 나름 괜찮았습니다. 김독자 역의 안효섭과 이현성 역의 신승호는 아주 괜찮았습니다. 안효섭은 특히 어리버리한 부분과 활약을 하는 부분 모두 찰떡으로 연기를 했습니다. 이건 진짜 캐스팅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유중혁 역을 맡은 이민호나 유상아 역을 맡은 채수빈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이길영은 좀 더 똑똑박사 어린이를 생각했는데 지금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지혜 역을 맡은 지수는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할 생각이면 딕션을 좀... 아, 박호산 배우가 공필두 역 맡은건 진짜 웃겼습니다. 원래는 좀 더 뚱뚱한 머리벗겨진 아저씨를 생각했는데 박호산 배우도 아주 잘 소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후속작부터는 성좌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나오고 이야기가 소설에서도 한층 더 재미있어지는 부분으로 나가게 되는데... 아무래도 손익분기점이 너무 높아서 2차창작으로 돈을 벌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순수하게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받는 것 보다 홍보방식의 문제와 제작사의 언행으로 많은 표를 깎아먹은 것 같아서 아쉽네요.
추천인 8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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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참 희한해요. 영화를 안 보고 댓글을 다는 분들...!
저를 포함해 원작을 본 분들은 거의 불호에 가까웠고,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은 나이대나 영화를 즐기는 정도에 따라 나뉘는 듯하죠. 아주 명확하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전지적 독자 시점 아쉽게도 좀 그런 상황에 처한 것 같아 안타깝기는 합니다.
어쨌든, 글 잘 봤어요.
감독의 각색이 지극히 상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원작을 영화화 할 때 감독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하죠.
원작 팬덤만 보고 갈 것인가
현실 개연성을 충족할 것인가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전지적독자시점은 이 관점에서 굉장히 각색이 어려운 작품입니다.
특정 장르층과의 약속 - 정확히는 극중 개연성에 충실한 작품이라
해당 장르팬이 아니라면 근본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흔히들 원작 팬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말들을 하는데
제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작품을 만든다면
300억의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독시는 슈퍼맨처럼 극중개연성만 충실해도 관객이 선택할만큼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어야
5~6백만의 관객수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원작 팬덤을 따른다는 갈래길은 제작진 입장에서
결코 선택할 수가 없는 길입니다.
그래서 외통수에요.
현실개연성에 맞게 각색을 하되 원작의 특성을 남겨둬야 한다면,
결국 원래 설정에서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원작 팬덤과 일반 남녀노소 관객을
동시에 충족하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유니콘을 찾듯이
해결할 수 없는 희망사항을 투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실패에 가장 큰 과실이 있는 이는
이것을 드라마나 애니로 만들지 않고 단편 영화화로 결정한 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병우 감독이 23년 당시 이미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있었던('대홍수')만큼, 본인이 전독시 영상화에 열정적으로 혈안이되어있었다면 넷플릭스를 진득하게 설득해서 시리즈로 내놓는 선택지는 없었을까.. 정말 그게 안타깝습니다. 대홍수 끝나자마자 바로 전독시 촬영 들어간것같은데 꼭 그런 스케줄을 소화해야할만큼 영화판이 필수 선택지였나 싶고요. 황동혁 감독이 영화판 각본을 아주 오래 매만져서 넷플 시리즈로 낸 그 대박 작품을 생각하면 더욱 더욱 그래요.
리얼라이즈 픽쳐스 또한 작업시간을 더 오래 여유롭게 가져갔다면, 개봉 한두달 전에서야 홍보를 쫓기듯(그것도, 본글의 요지처럼 예고편의 핀트를 잘못잡아서) 하다가 원작팬들한테 얻어맞지도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롯데엔터 또한 텐트폴작품으로 어서내놔야된다는 조급함이 있지않았나싶고..
전 제작사가 딱 목숨 보전할 정도만 수익을 거둬서
드라마로 다시 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다른 제작사에 판권을 팔아서 드라마로 제작되는 희망사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