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키안 스킴> 늦은 후기

메가박스 아트나인에서 웨스 앤더슨의 <페니키안 스킴>을 보고 왔습니다.
<페니키안 스킴>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가 짙은 첩보물이자 부녀관계 회복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제가 봤던 웨스 앤더슨의 영화 중에서 가장 유머가 많이 들어간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터지는 개그씬에 상영관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네요.
웨스 앤더슨의 작품세계는 <프렌치 디스패치>와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갈수록 점점 더 강박적이고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술성은 높아지지만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는데요. <페니키안 스킴>은 <애스터로이드 시티> 같은 영화보다는 훨씬 직관적이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에 따라 초기 스타일로 돌아왔다고 반가워하는 사람과 흥미로워지던 앤더슨 세계의 심오함이 약간 꺾인 데에 아쉬워 하는 사람이 나뉠 것 같습니다. 전 예고편을 보지 않았다면 후자에 가까웠을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음에 들었네요.
딱히 어려운 편은 아니었던 내용과 별개로, 영화의 핵심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갭'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특히 중간에 약간 중의적인 의미로 쓰이는 장면도 있는지라 한 번 감을 못 잡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이지만 영화가 진행되며 차츰 성장하는 베니시오 델 토로, 그리고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미아 트리플턴과 마이클 세라도 좋았습니다. 사실상 영화의 메인 빌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 중 촬영 감독이 처음으로 변경되어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인사이드 르윈> 등으로 유명한 브루노 델보넬이 촬영을 맡았는데, 크게 티는 안 납니다. 영상미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앤더슨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했고요. 특유의 화면비 때문에 약간 화면이 작아보이고 자막이 거슬린다고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총평은 웨스 앤더슨의 최근 작품들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내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성장 드라마를 담은 좋은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고,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를 총 8편 보았는데, 그중 5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1. 프렌치 디스패치
2. 애스터로이드 시티
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4. 다즐링 주식회사
5. 페니키안 스킴
6.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7. 문라이즈 킹덤
8.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마침 시험도 끝나서 한창 여유로울 때이니 <개들의 섬>과 <로얄 테넌바움>은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기작인 <바틀 로켓>과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는 아직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못 찾았네요. ㅠㅠ
★★★★
도삐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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