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89] 돌아온 공룡 테마파크 -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2025)
돌아온 공룡 테마파크
공룡이 돌아왔습니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전반적인 영화 완성도 면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공룡을 사랑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반가운 복귀입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영화의 완성도나 서사 구조보다는 '스크린 위에서 날뛰는 공룡'을 그 자체를 만나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장엄하고 경이로운 고대 생명체들을 오랫동안 사랑해온 관객이라면, 영화가 가진 허점이나 서사적 결함조차도 상관없을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 중 한 명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거대한 공룡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순간, 그 자체로 이미 만족스러웠으니까요.
이야기는 전작인 <도미니언>에서 5년 후가 배경입니다. 신약 개발을 위해 공룡 DNA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특수 작전 전문가 조라 베넷, 고생물학자 헨리 루미스 박사, 그리고 던컨 킨케이드가 팀을 꾸려 인간의 접근이 금지된 위험한 공룡들의 섬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이들은 3종의 공룡들로부터 피를 확보하는 미션을 수행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섬을 지배하는 공룡들에게 하나 둘씩 죽음을 당하게 되죠.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인간 캐릭터나 드라마적 기대감은 제로였습니다. 단지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다는 점이 반가웠을 뿐이죠. 거대하고 아름다운 공룡들이 우글대는 혼돈의 세계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팬으로서 꽤 흥미로운 경험이니까요. 그녀가 맡은 용병 캐릭터는 특별히 깊은 서사나 감정선을 갖고 있진 않지만, 공룡과 마주선 장면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 영화가 인물 서사에 할애한 시간은 공룡의 등장을 기다리는 긴 인트로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중간에 조난 사고로 합류하는 한 가족 캐릭터는 그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하고, 소중한 러닝타임만 축내며 스토리에 끼어듭니다. 그들이 말하는 대사나 감정선은 설득력이 없고, 오히려 우리가 진짜 보고 싶은 공룡들과의 대비 속에서 그들의 비호감도가 더 부각됩니다. 이 가족은 인간 드라마의 진부함과 캐릭터들의 평면성을 보여주는 등장으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드라마가 전개되는 구간은 지나치게 나른합니다. 캐릭터들의 갈등, 갈등의 해소, 감정적 성장 등 서사의 기본 공식은 모두 갖추었지만,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뻔하고 흥미롭지 않습니다. 굳이 왜?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거부감의 의문이 스멀스멀 목구멍에서 기어 올라옵니다. 그래서인지 사랑스러운 공룡들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이어질 때마다 마음속에선 “이제 그만 공룡을 보여줘...” 라는 간절함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렇게 인간 캐릭터는 빨리 죽어주길 원하게 되죠.
이번 영화의 공룡 연출은 전반적으로 인상적입니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시각적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스케일과 디테일, 긴장감 모든 면에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특히 거대하고 공격적인 공룡들이 눈앞에서 달려들 때의 압박감은 단순한 스펙터클을 넘어선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잠을 자며 뒹굴 거리다 배를 드러낸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은 순간 귀엽다가도, 깨어나는 순간 역시나 최상위 포식자다운 위엄과 박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죠.
그리고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끝판왕은 더 이상 '공룡'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돌연변이 괴수더군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생명체라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 형상은 오히려 '고질라'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괴수나 에이리언의 제노모프에 더 가깝습니다. 그 생김새는 혐오감을 자극할 정도로 기괴하고 무섭고, 강한 호러적 분위기를 풍깁니다. 특히 연기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은 스릴을 넘어 공포의 감각이 훨씬 더 강하게 밀려옵니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이 지닌 경이로운 실용적 특수효과의 매력을 디지털 시대에 재현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특히 오리지널을 떠올리게 하는 오마주 장면들이 인상적인데, 그 중에서도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첫 등장을 확장시킨 오마주 장면은 1993년 작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꽤나 감성적인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하고, 서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기만 할 뿐, 뚜렷한 감정선을 살리는데 완전히 실패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핵심은 이야기와 인물이 아닌, 무엇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가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은 거대한 공룡들이 스크린을 압도하며 움직이는 모습, 그 존재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과 동시에 인간에게 가하는 원시적 위협감입니다. 비록 빈약한 스토리와 재미없고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날뛰며 영화의 완성도를 야금야금 갉아먹었지만, 공룡의 위엄과 무서움만큼은 제대로 구현해냈다고 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쥬라기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매력인 '공룡과의 만남'이라는 원초적 경험을 살리고자 노력합니다. 영화가 끝난 후, 인물들의 이야기보다는 머릿속에 공룡의 울음소리와 괴수의 실루엣이 더 오래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공룡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셈입니다.
덧붙임...
1. 스칼렛 요한슨은 무려 10년 이상 쥬라기 시리즈에 출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는군요. 그녀는 "첫 5분 만에 죽는 역할이라도 상관없다", "간식 담당이라도 하겠다"고 에이전트들에게 말할 정도였다고. 새로운 쥬라기 영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캐스팅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쥬라기 공원>의 열렬한 팬이었고, 침실에 <쥬라기 공원> 텐트를 치고 1년간 잠을 잘 정도로 광팬이었기 때문이라고.
2. 영화에 등장하는 돌연변이 공룡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거대한 냄비에 좋아하는 괴물들을 모두 넣고 끓인 결과물이라고 하는군요. 그는 <에이리언>의 제노모프, <제다이의 귀환>의 랜코, 그리고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를 모두 섞었다고 밝혔습니다.
3. 이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에서 영화화되지 않았던 장면을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티렉스로부터 탈출하는 시퀀스이죠. 또한 고생물학자의 독백도 소설에서 직접 가져왔다고 하는군요.
4.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쥬라기 시리즈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작품의 배우가 한 명도 돌아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5. 가렛 에드워즈 감독은 오리지널 <쥬라기 공원>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35mm 필름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는 파나비전의 카메라와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1993년 작품의 시각적 느낌을 되살리려 노력을 했다는군요. 이는 최근 대부분의 블록버스터가 디지털로 촬영되는 추세와는 반대되는 선택입니다.
6. 스티븐 스필버그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개봉 직후부터 이 영화의 개발을 시작했으며, 최종 영화에 크게 반영된 초기 스토리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프랭크 마샬과 패트릭 크롤리 프로듀서는 스필버그가 이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첫 번째 초고가 완성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크맨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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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참고하겠습니다.

퍼시픽림, 몬스터 유니버스 영화(고질라 콩) 에 우리는 사람들간의 이야기가 아닌 거대한 그것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
데 자꾸 인간 서사를 넣는데 그것도 재미없게 느껴지게 만드니 ㅠㅠ
워낙 이런 영화류도 좋아해서 보긴하는데 확실히 아쉽긴 하네요.


랭코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 느낌도 있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