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 조셉 코신스키 “이 영화는 이야기다. F1을 몰라도 즐길 수 있다”

― <탑건: 매버릭>처럼 세대 간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로 읽힌다. 브래드 피트와 댐슨 이드리스의 관계 설정은 어떤 의도였나?
<탑건>이 부모와 자식 관계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나이차가 있지만 경쟁자 관계에 더 가깝다. F1의 흥미로운 점은 팀 동료조차 가장 큰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것. 영화는 그 갈등에서 출발하고, 이들이 결국 팀을 위해 협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 F1 측과의 협업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가장 어려웠던 건 라스베이거스 촬영이었다. 임시로 설치된 도로 서킷이라,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브래드와 댐슨은 실제 주행 연습도 못하고 시뮬레이터로만 준비했다. 그 장면은 단 15분만 허락된 야간 촬영이었고, 매우 미끄러운 환경에 벽도 바로 옆이라 가장 위험한 장면이었다. 짧은 시간에 해낸 결과물이기에 특히 자랑스럽다.
― F1의 ‘속도감’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을 텐데.
실제 메르세데스 F1팀과 함께 제작한 진짜 레이스카를 사용했다. 여기에 이 영화를 위해 새로 개발된 초소형 고성능 카메라를 차량 내부 곳곳에 장착해, 배우들이 직접 주행하는 동안 실제로 촬영했다. 관객이 마치 차에 탑승한 듯한 몰입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 최근 <포드 V 페라리>나 <그란 투리스모> 같은 레이싱 영화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지점은?
우리는 진짜 F1을 찍었다. 특정 서킷을 세트로 대체하지 않았고, 실버스톤, 헝가리, 몬차, 라스베이거스, 아부다비 등 실제 경기장을 돌며 촬영했다. 또 실제 드라이버들과 팀 관계자들이 자신의 역할로 출연한다. 현대 F1의 정수를 담고자 했다.
― 스포츠로서의 F1, 그리고 팀워크를 다룬 면에서 가장 즐거웠던 점은?
팀으로 하나 되어 불가능을 극복하는 이야기, 그것이야말로 스포츠의 미학이다. 실제 촬영 과정도 마치 F1 팀처럼 전 세계를 이동하며 함께 움직였다.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질 정도였다.
― 레이스 전 준비나 드라이버의 심리 상태를 표현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긴 점은?
루이스 해밀턴에게 많은 걸 배웠다. 그는 레이스 전의 준비 과정, 심리적 긴장감, 육체적 스트레스 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가 경기 전 책을 읽거나 복잡한 조작 시스템을 익히는 모습도 그 조언에서 나왔다. 경기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에너지가 투입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 F1 팬과 아닌 관객에게 각각 어떤 접근을 기대했는가?
이 영화는 우정, 속죄, 팀워크, 그리고 두 번째 기회를 다룬 감정의 이야기다. F1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경험을, 팬이 아닌 관객에게는 충분히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기술적 지식은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건 이야기 자체에 빠져드는 경험이다.
― 실제 F1 드라이버들이 영화를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들었다.
안도감이 컸다. 실제 드라이버들은 우리 촬영을 매우 관대하게 받아들여 주었고, 그들의 세계를 왜곡 없이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뻤다. 속도감, 운전 감각, 그들의 일상을 영화로 담아낸 것이 의미 있었다.
― 실제 경기 중간에 촬영한 만큼, 리얼리즘과 영화적 연출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맞췄나?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었다. 통상 한 장면에 몇 시간도 투자하지만, 이번엔 몇 분밖에 없었다. 연극 무대처럼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완성해야 했기에 생생한 현장감이 오히려 살아났다고 본다. 관객 역시 진짜 경기를 보는 듯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브래드 피트 등 배우들의 운전 훈련 과정은 어땠나?
<탑건>과 마찬가지로 수개월에 걸친 훈련이 필요했다. 스포츠카부터 시작해 레이스카까지 점차 단계를 높였다. 촬영 장비가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거의 눈을 감고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코스를 익혀야 했다. 그들이 해낸 걸 보면 지금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