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 <28년 후> 감상 후기(노스포)

일단 예상했던대로 저는 극호였습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요 특정 작품의 호불호가 세게 갈릴 때, 난 어디쪽으로 기울지 관람 전부터 대충 감이 올 때가 있죠. 다행히 적중했고 스크린에서 1분 1초도 눈을 못떼며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혹평도 이해는 갑니다. 전편들과 연속성을 거의 가지지 않고, 또는 좀비 영화에서 기대되는 요소들이 많이 배제된 채 대니 보일이 자기만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는 느낌이 강했죠. 이제 막 야심찬 첫 발걸음을 내딛었고 그 발걸음에 온갖 찬사와 환호를 보내는 바입니다.
좀비 영화는 B급이다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기에 충분한 "무게감"을 갖고 있고, 한 샷 한 샷 포스터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억소리나게 아름다운 촬영에 프로덕션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까지 훌륭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감정선이 정말 짙게 잘 깔려 있어서 몰입도를 최상으로 유지시켜줍니다. 후반부엔 "어 나 이러다 우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생각 이상으로 훨씬 찐하고 찡했습니다.
대니 보일 아직 안죽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절정에 달해 있을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니 보일 영화 다 재밌게는 봤지만 뭔가 묵직한 한 방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이 저에게 그 한 방이 될 것 같습니다.
비록 속편 <28년 후: 본 템플>이 보일이 아니라 니아 다코스타인게 조금 걸리지만, 각본은 그대로 갈랜드가 맡으니 조금 안심은 됩니다. 보일이 프로듀싱을 하긴 하니깐요. 현지 반응을 보니 3편 제작은 따놓은 당상인 것 같네요. 엄청난 흥행은 아니더라도 평론가 평이 이정도면 충분히 트릴로지를 완결지을 명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속편이 당장 내년 개봉이라니 너무너무 기쁘고 설레네요.
배우 얘기를 하자면 레이프 파인즈는 역시 "레이프가 레이프했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고, 조디코머 역시 완벽했으며 "스파이크"를 연기한 아역배우 알피 윌리엄스도 대단합니다. 장래가 매우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애런 테일러 존슨은 항상 그렇듯 기억에 아주 많이 남지는 않습니다. 아직 인생캐를 못만나서 그런지 배우 자체의 한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가 됐든 일단 제임스 본드는 극구 반대입니다. 정말로 그가 본드를 맡게 된다면 아마존이 007 프랜차이즈를 완벽하게 "맥도날드" 화 시키겠다는 심산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잭 오코넬...오마이 갓...뭐 길어야 한 1-2분 나오는 것 같은데 너무너무 강렬합니다. <씨너스: 죄인들>에 이어서 이번 작품까지 임팩트가 너무너무 강합니다. 저한텐 독보적인 "올해의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모든 호러 영화에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오코넬 시네마틱 유니버스).
(아이리쉬 갱은 언제나 유쾌하죠)
정리하자면 정말 간만에 퀄리티 높은 극장 경험을 했습니다. 기존 좀비물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트로프는 완전히 버리고, 심지어는 전작들에 대한 관념들도 버리고 아예 새로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오히려 좀비물을 안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좋아하실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p.s. 아이폰 15 프로맥스 정말 좋은 카메라구나...ㅋㅋㅋ)
곰크루즈
추천인 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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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은 이유로 재밌게 보고 왔습니다. 앞으로의 좀비물의 구조가 다양해질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거 같아 좋습니다 :)

매운 영국맛 가득 담은 영화였어요.^^
리뷰 잘 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요… 아이폰 15 프로 맥스 였습니다. 애플의 그저 기술 협찬 광고용 이었구요... 소량,일부 장면만 보여주기 식으로 찍은겁니다.

즐겁게 관람하셔서 다행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