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뜬금없는 그 인물? 사실은 3부작 핵심”

ㅡ 이 시리즈를 다시 쓰게 된 계기는?
알렉스 가랜드: 대니랑 이 시리즈에 대해 오랜 시간 자주 얘기했어요. <28일 후>는 단순히 사라지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계나 우리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었거든요. 코로나 이후에 한번 각본을 써봤는데 그 버전은 너무 진부했어요. 하지만 그 실패 덕분에 더 넓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고, 결국 지금의 큰 이야기 구조가 떠올랐죠. 그게 우리가 “이거다” 싶었던 순간이었어요.
ㅡ 코로나가 시나리오에 영향을 줬나요?
알렉스 가랜드: 초기 각본은 사실 코로나와는 큰 관련이 없었어요.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클리셰에 빠졌죠. 그건 흔한 접근이고, 잘 만들면 멋질 수 있지만..제가 쓴 버전은 좀 게을렀던 거 같아요. 저랑 대니는 영화에 있어서 ‘다른 영화에 반응하는 게 아닌,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을 더 선호해요. 그래서 코로나가 이 영화에 영향을 준 건 맞지만, 주제나 중심축은 아니에요.
ㅡ 작품 속 고어와 노출 장면에 대해 스튜디오에서 제재는 없었나요?
대니 보일: 약간의 의견 조율은 있었지만, 톰 로스먼(소니 픽처스 회장)이 큰 지지를 해줬어요. <28일 후>는 저예산이었지만 성공했고, 그걸 바탕으로 야심 찬 3부작에 투자했죠. 공포 장르라면 당연히 강한 임팩트를 주는 게 중요하고, 저희는 그걸 자연 풍광과 아이들의 순수함에 대비시키면서 최대한 밀어붙였어요. 스튜디오도 이 접근에 지지했어요.
ㅡ 잭 오코넬이 연기한 '지미 크리스털'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알렉스 가랜드: 지미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이 시리즈 전체의 핵심 주제를 상징하는 존재예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미래보다 과거에 집착하는 시대죠. 그런데 그 과거는 항상 있는 그대로 기억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기억을 선택적으로 왜곡하거나, 어떤 건 잊고 어떤 건 미화하곤 하죠. 지미라는 인물은 바로 이런 집단 기억의 왜곡, 망각, 왜곡된 향수가 뒤섞인 결과물이에요. 그가 등장하는 세계와 공동체 역시 그런 왜곡된 기억들 위에 세워졌죠. 그래서 지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과거를 대하는 방식 자체를 비추는 거울이에요. 그게 바로 이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 중 하나예요.
ㅡ 아이폰 촬영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장면은?
대니 보일: 유튜브에선 보여줄 수 없어서 아쉬운데, '알파'가 기차에 뛰어드는 장면이 있어요. 그의 나체와 스웨덴 출신 에릭에게 가한 행위가 한 숏에 담기거든요. 이 장면이 우리가 카메라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예요. 솔직히 영화 홍보에도 쓰고 싶었는데, 수위 때문에 극장에서만 보실 수 있어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장면이에요.
ㅡ 킬리언 머피와 다시 작업한 소감은?
대니 보일: 이번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니아 다코스타가 연출한 2편에도 짧게 출연해요. 그게 큰 스포일러는 아닐 거고요. 3편에선 주요 캐릭터로 중심을 잡을 예정이에요. 그와 잭 오코넬, 랄프 파인즈의 이야기로 이어질 거예요.
ㅡ 3편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알렉스 가랜드: 대본은 아직 없어요. 이야기와 구조, 큰 그림은 잡혀 있는데 글로 쓰진 않았어요. 이 3부작은 서로 분리된 이야기이면서도 인물이나 주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요. 이건 TV 시리즈 작업 방식과 닮아 있어요. 일단 전체 틀은 있지만, 현장 촬영에서 배우들과 함께 발견해나가는 게 많아요. 그래서 지금은 1, 2편의 흐름을 보고, 거기서 무엇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지켜보는 중이에요.
ㅡ 스튜디오 환경에서의 공포 영화 제작, 예전과 달라진 점은?
대니 보일: 예전엔 “공포 영화는 여성 관객이 안 본다”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 있어요. <28일 후> 당시 나오미 해리스 캐릭터 비중 얘기할 때였죠. 하지만 지금은 여성 관객이 공포 장르의 주요 층이 됐고, 이건 아주 바람직한 변화예요.그리고 이건 공포 장르가 여전히 ‘극장에서 함께 보는 경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혼자 소통하고 세상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지만, 공포 영화는 여전히 사람들과 어둠 속에서 함께 보는 데서 오는 해방감이 있어요. 이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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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아직 지미 새빌이 영국에서 성범죄자가 아니어서 이미지 좋을 때 지미를 알던 아이가 자라서 지미를 따라한다는 게... 뭔가 설정이 있지 않을까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