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후기.. 압도적 좀비 액션과 뜻밖의 감성 드라마

20여 년 전에 나온 시리즈 첫 작품 <28일 후>은 분노 바이러스 좀비 사태로 영국이 쑥대밭이 된 걸 보여줬고, 이후 속편 <28주 후>에선 그 바이러스가 영국을 넘어 다른 유럽 국가에까지 확산된 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시리즈 3편 <28년 후>는...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영국만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내에서 자세한 설명은 안 해주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유럽 확산은 저지됐고, 영국만 봉쇄 조치가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좀비들이 판을 치는 생지옥 영국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수십년 간 폐쇄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퇴보된 문명사회의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현실의 브렉시트에 대한 은유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로 둘러싸여 자연적으로 좀비들을 막아낼 수 있는 섬의 공동체에서, 마초적인 아버지와 아직 소년에 불과한 아들이 굳이 위험한 좀비들이 창궐한 본토로 나갑니다. 이건 일종의 성인식인데, 아들을 좀비 킬러 사냥꾼으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아버지의 뜻이 담겨 있죠. 이들 부자의 모험담을 다룬 초반부가 기대 이상으로 강렬하고 스릴 넘치게 묘사됩니다. <28일 후> 시리즈의 특징인 사나운 좀비들의 무자비한 공세와 조마조마한 서스펜스가 여기에 집중돼 있어서, 시리즈 팬이라면 대부분 이 초반부를 마음에 들어할 거라 생각합니다. 대니 보일 감독은 나이가 벌써 일흔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란한 편집과 카메라 워크로 관객의 혼을 빼놓더군요.
그리고 중반부터는 꽤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요. 뭔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소년의 어머니 쪽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초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적인 휴먼 드라마가 됩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굉장히 수상쩍은 괴인처럼 나왔던 레이프 파인즈의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활약하면서부터, 뜻밖의 애달픈 전개로 이어져요. 여기까지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는데, 흉폭한 고어 액션과 기괴하게 진화된 새로운 타입의 좀비들이 압도적이었고, 거기에 더해 감성적인 드라마가 시적으로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지면서 굉장한 울림을 주더군요. 하지만 시종일관 쫄깃한 호러 액션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일관되지 못한 톤의 구성이 호불호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실제로 영화를 같이 본 지인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이에요.
그리고 엔딩이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영화의 중후반부의 감성적 분위기를 깨트리는, 엉뚱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영화의 톤이 또다시 확 바뀝니다. 그 캐릭터는 과거 영국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된 실제 인물과 관련이 있는데, 그런 문화적 맥락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양쪽 모두 황당하게 느낄 것 같네요. 다분히 속편을 예고하는 세팅인데, 본편과 바로 연결되는 엔딩으로 하지 말고, 차라리 엔드 크레딧 후 쿠키 영상에 넣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속편에선 또 어떤 뜻밖의 전개를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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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겁쟁이라서 ㅠㅠ




보아하니 드라마로 제작 됐어야 했겠네요...


좀비들의 옷이 20여년 동안 다 썩었는데.. 하체가 노골적으로 다 드러나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씨너스 봤을 때도 살짝 무섭긴 했는데...그럼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 더욱 쉽지 않겠죠...? 극장에서 본 유일한 좀비 영화가 레지던트이블 6편이었는데 그것도 꽤 힘들었거든요ㅠㅠ


20, 21세기 인물입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93090948

음.. 이제 읽었는데 연출을 상당히 감성적으로 섞었네요. 마치 '나는 전설이다'의 정서적인 면이 깃들어 있는 듯한.
호불호가 좀 갈릴것 같네요.

쿠키 영상이 있다고 들었는데 하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