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맥라클란, “데이비드 린치의 말투와 취향에서 데일 쿠퍼가 탄생했다”

“그는 나를 처음으로 믿어준 사람..매일이 마법 같았다”
<트윈 픽스>의 데일 쿠퍼 요원은 단순히 FBI 요원이 아니다. 배우 카일 맥라클란은 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말투와 취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주말 열린 BFI 필름 온 필름 페스티벌에서 <트윈 픽스> 첫 회의 35mm 필름 상영 후 진행된 Q&A에서 맥라클란은 “나는 FBI 요원을 따로 조사하진 않았다. 그냥 내 식대로 만들었고, 데이비드에게서 몇 가지 태도를 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린치에 대해 “나무, 커피, 파이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에 깊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의 그런 순수한 경이로움이 캐릭터 쿠퍼에게도 담기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린치는 맥라클란의 영화 데뷔작이자 주연작인 <듄>(1984)으로 그를 처음 발탁했고, 이후 <블루 벨벳>(1986), <트윈 픽스>(1990)로 함께 작업했다. 린치는 맥라클란을 ‘케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이는 로라 던의 ‘티드빗’, 나오미 왓츠의 ‘버터컵’과 함께 린치 특유의 애칭 문화 중 하나다.
맥라클란은 린치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듄> 스크린 테스트 때,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하다가 집중을 잃었어요. 머리를 떨구고 ‘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죠. 그때 린치가 다가와서 ‘케일, 넌 잘할 거야. 잠깐 쉬고, 준비되면 시작해’라고 했어요. 그 믿음이 저를 일으켰고, 결국 <듄>에 캐스팅됐죠”
2017년 <트윈 픽스 리턴> 시즌3에서 두 사람은 다시 협업했다. 맥라클란은 이를 두고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날도 새벽 4시에 커피 마시면서 ‘오늘도 데이비드와 일하러 간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했어요. 심지어 털북숭이 남자들에게 피를 뒤집어쓴 채 마사지받는 장면을 찍을 때도 ‘데이비드, 사랑해’라고 했을 정도죠”
이날 Q&A에서 BFI는 2026년 1월 데이비드 린치 특별 회고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회고전에서는 장·단편, 뮤직비디오, 웨더 리포트, 관계자와의 Q&A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맥라클란은 린치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그는 세상을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바라봤고, 그의 메시지와 예술은 우리 깊은 곳에 직접 말을 거는 유일한 마법이에요. 그는 제게 전부였고, 지금도 아주 많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