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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펭귄(2024) 리뷰

해리엔젤 해리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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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펭귄>의 스포와 박훈정 감독의 <폭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평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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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드라마 <더 펭귄> 이야기를 하기 앞서 피카레스크에 대해 질문을 하나 해볼까 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경계해야할 악인이 주인공인 피카레스크에서, 관객이 드라마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악인에게 어느 정도 공감과 동정의 여지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만약 준다면 얼마 정도가 적정한 선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얼마 전 본 박훈정 감독의 드라마 <폭군> 때문이었습니다. 센 척과 욕설만이 난무하는 <폭군>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공감의 여지가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들이었습니다. 문제는 저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드라마의 몰입을 해치고 결국 피카레스크 장르가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재미조차 망쳤다는 점입니다. 보다보면 걍 서로 죽이고 빨리빨리 끝내라... 이런 생각 밖에 안들죠. 어떤 작품이 제게서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반응입니다. 
 
이제 <더 펭귄>의 이야길 해보죠. 배트맨의 대표적 빌런인 펭귄, 오즈왈드 코브는 감정의 이입 여지가 많은 캐릭터에요. 사람을 뒤흔드는 언변과 뛰어난 행동력, 날카로운 사업수완과 더불어 불우한 성장과정,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효심, 새로 들어온 조직원 빅터를 아버지처럼 꼼꼼히 챙기는 부성애까지 있죠.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 캐릭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어요. 보다보면 콜린 패럴이라는 미남 배우에게 저 추한 분장을 굳이 뒤집어 씌웠는지 납득이 갑니다. 미드 <고담>의 펭귄처럼 얼굴까지 반반했으면 정말 답이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가는 관객이 오즈에게 몰입하는 순간 맛깔나게 후려치는 통수의 타이밍입니다. 오즈는 오로지 상승에 대한 욕망만으로 가득찬 속물입니다. 의리, 명예, 충성심 따위는 일찌감치 개나 줘버렸으니 배신은 그냥 일상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3화에서 4화로 이어지는 장면이죠. 새 보스 소피아에게 절절하게 충성을 맹세했다가 라이벌 조직의 습격을 받자 단 5분만에 말을 바꾸는 장면을 보면, 이 캐릭터의 천성적인 얄팍함에 헛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한편 오즈의 반동인물인 소피아 팔코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묘사됩니다. 세상물정 몰랐던 순수하고 착한 아가씨는 조직의 보스인 아버지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아캄에 갇힙니다. 무려 10년간 치료를 빙자한 고문에 미쳐버린 소피아는 퇴원 후 자신에게 지옥을 경험하게 한 가족들을 모조리 죽여버리죠. 그런 소피아가 라이벌 조직 수장이지만 가족애만은 남다른 살 마로니에게 연민을 넘어 부성애를 느끼는 장면은 애잔하다 못해 짠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드라마는 그녀의 악행에 대해서도 오즈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댑니다.
 
이처럼 <더 펭귄>은 피카레스크에 대한 제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안지입니다. 악인에게 감정이입의 여지를 주고 관객을 드라마에 몰입시키되, 그들의 악행에는 칼같이 선을 긋습니다. 주인공의 의도와 행위를 신파로 뭉개지 않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차갑고 예리하게 통찰하게 만듭니다. 오즈가 피해자인 척 하는 가해자라면 소피아는 그냥 피해자입니다. 이쯤되면 제작진도 누군가의 손을 조금이라도 더 들어주고 싶을 법도 한데, 그런게 없습니다. 주인공들이 파멸로 향하는 과정을 일말의 동정도 없이 삭막하고 싸늘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온갖 복잡다단한 감정의 소용돌이와 길티 프레져, 씁쓸한 뒷맛은 온전히 그들을 지켜본 관객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PS.
1. 콜린 패럴은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그 두툼한 분장속에서도 복잡한 감정연기를 격정적으로 해냅니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크리스틴 밀리오티의 광기어린 연기도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꽂혔던 건 살 마로니 역의 클랜시 브라운이였어요. 평생 헐리우드의 온갖 악역이란 악역은 모조리 도맡았던 이 연륜넘치는 노배우는 백발에 풍성한 수염마저 어찌나 그리 잘 어울리던지...^^ 
  
2. 막상 본편인 <더 배트맨>은 겨우 러닝타임 세 시간인 반면 외전인 <더 펭귄>은 8시간짜리 풀 시즌 드라마라니, 보기 전엔 솔직히 이거 너무 주객전도 아니냐 싶었어요. 하지만 보고나니 생각이 달라집디다. <더 펭귄>은 <더 배트맨>에서 러닝타임의 한계로 보여주지 못했던, 고담을 덮친 재난의 후일담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면서 본편의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확장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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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5

  • 타미노커
    타미노커
  • 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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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lgo
  • 카란
    카란

  • mi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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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아직 못 봤는데 봐야겠어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18:20
25.06.16.
profile image 2등
평이 좋던데.. 배트맨 2도 얼른 만들어서 세계관 계속 이어가길 바랍니다.
22:02
25.06.16.
profile image 3등
처음 앞부분은 완전 좋았는데 갈수록 조금 그렇더라고여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긴 합니다~
00:28
25.06.17.
profile image
방랑야인
펭귄이 너무 운빨이 좋아 쉽게쉽게 커버하는 느낌이 있죠^^
00:54
25.06.17.
profile image
도덕적인 개연성도 개연성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일그러진 작품은 대중의 공감을 받기 힘들고
흥행, 성공과도 연계가 되는듯 하더라고요.

자극적으로 악마적인 주인공을 묘사하면서
상업적인 목표만 쫓으려 해도
그 안에 보여주고자 하는 철학이 없으면
관객, 독자들을 붙들어두기 힘든듯 합니다.
06:00
25.06.17.
profile image
클랜시 브라운은 90년대 슈퍼맨 애니에서 렉스루더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 전설이시죠.
기막힌 캐스팅인듯
12:20
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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