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류 베리모어 “<스크림>이 발신자 표시 보급에 영향 줬다”

“지금 그 영화 못 만들걸요!”
1996년 개봉한 <스크림>은 슬래셔 영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자기반성적이고 재치 있는 각본으로 신선함을 주면서도, 장르의 긴장감을 그대로 유지한 공포영화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5편의 속편과 TV 시리즈, 할로윈의상으로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이 한 가지 기술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인공 드류 베리모어는 영화의 상징적인 오프닝 장면에서 낯선 이로부터의 전화에 응답하며 끔찍한 연쇄 살인의 서막을 연다. 해당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회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개봉 당시, 미국에서는 ‘발신자 표시 서비스’가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기술 자체는 1993년부터 상용화되어 있었지만 보급률은 낮았고, 심지어 1990년대 초반까지도 “개인 정보 침해”라는 이유로 비판받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화 가입자의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를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크림>이 개봉된 후, 발신자 표시 서비스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화를 받기 전에 누가 거는지 알고 싶어졌다”며 발신자 표시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됐고, 드류 베리모어 역시 “<스크림> 이후 발신자 표시 서비스 사용률이 세 배로 늘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발신자 표시는 별도의 단말기나 고급형 전화기를 따로 구입해야 했고, 추가 요금이 붙는 서비스였음에도 영화 이후 발신자 표시의 실사용률이 크게 늘었다는 믿음은 오늘날까지도 회자된다.
물론 <스크림>이 공포영화와 전화기를 처음 결합한 작품은 아니다. 1979년 <웬 어 스트레인저 콜스>, 1948년 <살인 전화> 등에서도 유사한 테마가 등장했다. 하지만 <스크림>은 당시 시대와 기술을 반영해, 전화의 ‘누구인지 모를 익명성’을 현실적인 공포로 변주하며 시대적 영향을 남긴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