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리트 언노운-뜻밖의 배우 발견
제가 전기영화나 음악영화를 좋아하고, 밥 딜런 무지 좋아하고, 제임스 맨골드 무지 좋아합니다(인디아나 존스도 저한텐 너무 좋았습니다). 근데 뭔가 예고편만 보면 너무 뻔한 웰메이드 영화 레파토리처럼 보여서 기대치가 높지 않았습니다. 무려 아카데미 주요 후보에 많이 들었는데도 말이죠. 티모시 샬라메도 지금까지 본 영화들 모두 좋았는데 뭔가 마음 한 켠에서는 이제 연기가 다 비슷해 보일 때가 됐다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배우들도 모니카 바바로, 엘르 패닝, 에드워드 노튼, 보이드 홀브룩 모두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아니어서 더 기대가 잘 안됐습니다.
근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습니다. 작품상 후보에 든 거 보고 전기영화 쿼터제로 넣은 게 아님을 알았어요. 스타 탄생과 갑자기 늘어난 대중의 관심이라는 다소 뻔한 주제로 영화를 진행하는가 싶더니 밥 딜런이 가지고 있는 예술관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근데 그것도 대중영화의 방식을 차용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주제의 영화들은 주로 독립영화들이 많잖아요?
실제 역사를 모르고 가면 훨씬 좋을 거라 이야기에 대한 건 이쯤 하고, 연기 중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티모시 샬라메 죽입니다. 애드리안 브로디와 경합중인 걸로 아는데, 브루탈리스트를 더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연기는 왠지 티모시의 연기가 더 좋더라고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깊은 연기를 하다니, 매번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력이 과대평가가 된 게 아닐까(커리어가 너무 흠이 없으니까요) 했는데 이번에도 제 뺨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그보다는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배우가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엘르 패닝인데요. 예고편이랑 포스터만 보았을 때 가장 매력 없을 거 같았고, 초반 이야기만 봐도 굳이 이렇게 유명 배우를 넣어야 했을까 했는데 중반부터 이 분 연기에 휘말렸습니다. 총 세 번 정도 크게 놀랐는데, 첫 번째는 둘 사이가 끝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을 때 잔디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아련하게 쳐다보는 장면, 두 번째는 1965년 페스티벌 무대 뒤편에서 보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장면, 세 번째는 보신 분이라면 아실 철창 장면입니다. 첫 번째랑 두 번째는 사실 장면이 갖는 의미는 같은데 두 번 모두 같은 수준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엘르 패닝이 이 정도의 감정 표현 연기가 되는 배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철창 씬은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 머릿속에 가장 기억이 남는 건 엘르 패닝이네요. 딱 연상이 되는 배우가 있는데 바로 엠마 스톤입니다. 이 분도 미녀배우로 뜨셨다가 지금은 그냥 할리우드의 최고 연기자 반열에 올랐는데, 엘르 패닝도 조만간 아카데미상 수상 확정일 것 같네요. 스스로가 배역 선택만 잘하면.
결론은 너무 좋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즌이라 보는 영화마다 완성도가 높아서 보는 보람이 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는 만드는 영화들이 장르성이 강해서 좀 시네필들 사이에서 무시받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저는 근데 옛날 아이덴티티부터 왕팬이라 이번 영화도 너무 잘 뽑혀 다행입니다. 사운드 좋은 극장에서 보시는 거 추천드립니다. 밥 딜런 노래들이 주구장창 나와서 좋았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의 노래인 <death is not the end>가 안 나와서 아쉽긴 했네요. 물론 시기상 안 맞긴 합니다. 88년도 노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