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안 (2022) 세련된 맛은 없지만 소름 끼치는 공포영화. 스포일러 아주 많음.
어느 흑인여자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폐허들로 가득한 버려진 마을로 온다. 그녀는 너무나 거센 비에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른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작은 집에 들어가려 애쓴다. 맙소사. 마을이라고 하는데 어째 불이 켜진 집은 하나도 없다. 깜깜한 어둠뿐이다. 다니는
사람도 개미 한 마리도 없는 정적 속에 칠흑같은 어둠. 이거 마을이 맞는가?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 문을, 집주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열려 하니 열리지 않는다.
거센 빗줄기를 맞고 흠뻑 젖었는데, 웬일인지 비밀번호가 맞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누군가 버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젊은 남자가 집에서 나온다. 에어비앤비로 자기가 예약한 집이니 비어있어야 정상이다. 갈 곳 없는 여자는 그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기로 한다. 악몽의 시작이다.
영화 시작이 훌륭하다. 여자에게 감정이입하며 동시에 이 버려진 음울한 마을의 불길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왜 인터넷에서 보면 버려진 인도의 마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마을로 선정된)이 있지 않은가? 이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런 마을은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기 있는 것만으로 소름이 쫘악 끼칠 것이다.
영화는 아주 강렬하다. 제임스 완 감독 영화같은 치밀함이나 굉장히 계산된 완급조절은 없다. 말하자면 아주 저예산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이 그런것에 관심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고 화끈하게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이 영화를 보며 떠올린 영화는, 클라이브 바커 감독의 헬 레이저이다. 버려진 마을에 있는 아주 평범한 집 지하실 벽이 열리며 문이 나타나고, 그 문속에는 지옥으로 뻗어가듯 무한히 길고 검은 어둔 복도가 있다. 평범한 작은 집에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전개라서 기발하게 느껴진다. 그 어둠 속으로부터 악마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사이코 살인마가 뛰쳐나와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는, (거대한 대저택이 있고 거기서 기괴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고딕호러영화 분위기가 난다. 넓지도 않은 평범한 집에서 말이다. 감독의 재기발랄한 재능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주택가의 넓지 않은 집 내부를 무대로 해서 고딕호러를 찍은 셈이다. 참 안 어울리는 둘을 조합해서 강렬한 호러영화를 만들어냈다는 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그 집에 등장하는 공포의 정체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흥미롭다. 하지만, 영화 2/3쯤에 상자를 확 열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공포의 정체를 까놓고 보여준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정체를 관객들이 알아버린 순간, 공포는 반감된다. "뭐야 그랬던 거야?"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 이후 영화의 공포와 힘은 푹 꺾인다. 영화는 말미에 갑자기 슬래셔무비로 바뀐다. 슬래셔무비로서 이 영화는 이류라고 생각한다. CG티가 너무 나고, 실상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괴물(?)이 무슨 마블영화 주인공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억지가 있다. 날 것 그대로 피냄새가 역력한, 그런 느낌은 없다. 여기에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삐걱거린다. 감독은, 쟝르를 능수능란하게 옮겨다니는 마법까지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기에 더해서, 서로 담벼락을 맞대고 살지만 실은 서로 모르는 도시의 폐쇄성과 비인간성, 평범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 그리고 모성애같은 것을 주제로 더한다. 과욕 같다. 이 영화는 결국 마지막에 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상징하는 도시전설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소재와 주제들이 한 영화에 꽉 채워져서, 전체적으로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섬세한 상징들이 미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수준의 영화는 아닌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아주 잘 만든 호러영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번 이 영화가 주는 공포의 롤러코스터에 타면, 관객들은 엄청난 속도와 힘에 이끌려, 감독이 보여주는 화끈한 공포의 지형도를 구석구석 달려간다. 호러영화의 본질은 사실 이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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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다가 만 느낌ㅠㅠ
제 후기는 여기 정리해 놨습니다. https://iriwatch.com/237
후반은 취향 갈릴 것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