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한단계 진화한 신파... (스포)
뮤지컬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 2016년에 나왔던 영화 '라라랜드'가 영화계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컸던가를 몸소 실감했습니다.
라라랜드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감히 그동안 죽만 쒀왔던 한국 뮤지컬 영화를 다시 만들 생각을 할 수나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다시금 도전하는 뮤지컬이다 보니, 흥행을 위해 설정, 스토리, 노래,그리고 타겟 관객층 등을 신중하게 고려한 것이 곳곳에 보입니다.
특히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흥행요소가 신파인데, 너무나 다행히도 그게 영화를 망쳐놓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의 표피적인 감정이 발산하면서 신파의 공식을 답습하기 바로 직전에 추억의 노래가 이를 덮어 주기 때문이지요. 어떡하든 신파의 흥행코드를 붙잡으면서도 그 저열함을 중화시키려는 감독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타겟으로 삼고있는 관객세대의 정서와 영화가 묘사하는 세대의 정서는 좀 어긋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부부가 고등학생 아이들을 둔 40대 후반 나잇대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노래가 90년대 가요인 것을 보면, 2-30대 관객층 뿐만 아니라 70년대생 중년 관객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70년대생이시니 자기 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을 것 같고.
하지만 류승룡, 염정아 이 두 배우분들이 연기하는 중년부부의 정서는 그 세대 분들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 부모님 세대의 것으로 느껴집니다. 남편의 말과 행동은 깜짝놀랄 정도로 가부장적이고, 그것을 받아내는 아내의 모습은 노예라 싶을 정도로 순응적입니다.
아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인데도 남편이 아내에게 짜증과 고성만 버럭버럭 질러대고, 심지어 회사에서 돌아와 아내 면전에 옷과 양말을 휙휙 던져대는게 과연 저들 세대 부부의 전형적 모습일까요. 저도 주인공들과 같은 세대입니다만, 부부 사이가 저런 지경까지 가는데도 가정이 유지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모습은 저희 부모님 세대가 즐겨보셨던 '전원일기'에나 등장하는 상황이지요. 지금 전원일기를 다시한번 보세요. 가정에서의 소통이 가학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영화 말미에 실은 남편이 아내를 끔찍이 사랑하고 있었고 죽기 전 소원을 들어주고자 노력했다는 설정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너무 과했어요. 아무리 결혼하면 남편의 태도가 연애 때와는 달리 판이하게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저 정도면 이혼사유에 해당하지 않나요. 사랑 표현이 서툴고 무뚝뚝한 남편을 좀더 섬세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었는데, 너무나 낡은 방식으로 평면화시켜 몹시 아쉬웠습니다.
흥행을 위해 시대고증을 포기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거리에서 데모를 하며 경찰들에게 쫒겨다녔던 세대는 중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입지 않았어요. 당시는 군사정부에서 학생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미명으로 교복 자율화 정책을 실시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학생시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교복을 등장시켜야 했겠지요.
염정아 배우와 염혜란 배우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배우와의 외모 싱크로율은 대단합니다. 비록 영화가 아쉬운 부분도 많았지만, 바로 이 점에서 감독님의 섬세한 안목을 느낄 수 있었어요.
류승룡 배우님은 대 배우이시긴 하지만, 춤추는 장면은 참 어색하더군요. 과연 연습을 충분히 하고 촬영에 임하신 건지 의심될 정도로.
추천인 5
댓글 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