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늑대사냥> 재미있게 본 사람의 리뷰
<늑대사냥>(2022)을 보고 나서 <랑종>이 생각났다. 영화가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관람 전후의 반응이 비슷해서. 당시 많은 시네필들이 태국 버전의 <곡성>을 기대했던 것 같다. 많이들 불쾌한 것 같았다. 사람 죽는 장면은 필연적인 공포 장르는 태생적으로 불쾌한 장르다. 사람이 죽는데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야 적당한 걸까. 조용히 죽이면 괜찮고 잔인하게 죽이면 나쁜 살인일까. 각자가 느끼는 잔인함의 기준도 다 다를테고, 이런 논의조차 불편하다면 공포 장르는 피하는 것이 답이다. 그러니 공포는 여전히 마이너한 장르인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늑대사냥>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지만, 나는 정반대다. 한국 액션 호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 한국 액션 영화, 호러 영화를 통틀어 이렇게 눈치 보지 않고 잔인함의 끝판을 보여줬던 적이 있었던가? 영화 내내 신체가 훼손되고 피는 분수처럼 튀고 팔다리는 공중분해된다. 타협 없는 노빠꾸 수위와 액션에 입이 쩍 벌어진다. 제작사 눈치 보느라 보여주고 싶은 것의 반도 못 보여준 다른 한국 액션 영화 감독들은 배 아파할 것 같다.
여기서는 남녀차별도 없고 망설임도 없다. 그냥 걸리면 가는 거다. 조연들은 잘 죽이다가 주인공 앞에서만 실수하는 악당도 여기서는 없다. 그냥 걸리면 팔다리 해체되는 거다. 기존의 한국 액션물과도 다른 액션을 보여주는데, 만화적 액션에 가깝다. 일본 만화 <격투왕 바키>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주먹으로 배를 때리면 배가 뚫릴 것만 같고, 칼로 찌르면 칼잡이까지 몸에 박힐 것 같이 깊고 묵직하다. 타격감의 수준이 다르다. 특수효과도 뛰어나며, 2.5톤을 썼다는 피는 묽고 가짜 같긴 한데 만화 같은 액션이기에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진짜 같은 피는 이 영화의 액션 톤과 맞지 않는다.
김홍선 감독은 장르적 새로운 시도도 많이 보여주는데, 먼저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부터 관객을 감쪽 같이 속인다. 경찰 무리와 종두(서인국)를 비롯한 범죄자 무리가 벌이는 생존 게임 정도로 기대하게 만든 후, 갑자기 뒤집어 버리고 SF 호러로 전환해버린다. 새로운 존재의 등장에 경찰과 범죄자 무리가 굳어버린 것처럼 이를 전혀 예상치 못한 관객도 함께 굳어버린다. 이후 벌어지는 잔인함의 수위는 초반에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 잔인함의 수위를 훌쩍 뛰어넘어버리며 한 번 더 당황시킨다.
즉, 초반에 경찰이 무기력해 보이고 범죄자들이 너무 쉽게 탈출하는 등 개연성이 빠지는 연출은 "뻔하게 흘러갈 줄 알았지?" 하는 감독의 의도된 속임수다. 아직도 개연성이 맞니 안 맞니 타령하고 있다면 김홍선 감독에 완전히 속은 것이다. 등장인물이 죽는 순서의 전형성도 뒤집는다. 주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캐릭터가 초반에 죽기도 하고, 정 좀 붙을라치면 갑자기 죽고, 이 캐릭터가 진짜 주인공이구나 하면 죽어버린다. 이 정도면 누가 장르의 전형성을 더 꿰뚫고 있나 관객과 심리전을 하는 수준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도일(장동윤), 대웅(성동일) 캐릭터. 대웅 캐릭터는 압도적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성동일이 그 정도의 액션을 소화하지 못해 결말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도일 캐릭터는 이야기에 잘 섞이지 못하고 어정쩡하다. 성동일이 아무리 김홍선의 페르소나라고 하더라도 이 캐릭터는 아니다. 그 외 캐릭터 구성은 잘 짜여있고, 종두 역의 서인국은 완전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그 부담스러운 전신 문신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소름 끼치는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늑대사냥>은 장르영화고 허구의 이야기에 지나친 개연성을 요구하면 즐기기 어렵다. 어찌어찌 말이 되는 거면 됐고 뇌리에 꽂히는 캐릭터 있으면 됐다. 무엇보다 감상 포인트는 기존의 장르물 관습을 뒤집는 시도들과 역대급 피칠갑 액션의 대향연이다. 잔인한 액션물에 부담이 없다면 개연성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무엇을 상상하는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호러팬들이 <늑대사냥>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지금은 비난 일수지만 국산 액션 호러의 기준을 끌어올린 작품이며, 장르물에선 10년 뒤에도 회자될 영화다.
공기프로젝트 별점: ★★★★
추천인 8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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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봤습니다.
분명 한국영화계에서 과감한 시도, 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본문 중 스포성 내용이 있어서, 제목은 관리자 권한으로 수정했어요. 양해 바랍니다.
2편에서 잘 정리되어져야할듯한데 2편이 나올려면 넷플릭스 도장을 찍어야 하나? ㅋ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