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7
  • 쓰기
  • 검색

엔젤 하트 (1987)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094 5 7

엔젤 하트를 꽤 오래 전에 보았다. 

당시 엔젤 하트는 여러 면에서 충격이었고 화제였는데, 지금 보아도 나이를 잘 먹은 것 같다. 

 

엔젤이라는 뒷골목 탐정이, 척 보기에도 악마인 어느 신사의 방문을 받아 

사라진 록가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수행한다. 하드 보일드한 세계를 넘어서서 오컬트와 인신공양 그리고 악마 숭배가 만연한

미국 남부 흑인사회로 가서 록가수를 찾는다. 그런데 자신이 그동안 맡았던 비정하고 잔인한 업무 수준을 넘어서는 

초현실적이고 악마적인 것들이 튀어나온다. 그는 이 속에서 절망적으로 허우적거린다. 더 절망적인 것은, 

그가 이런 악마적인 것들과 부닥칠수록 과거 기억이 돌아온다. 그는 깨닫는다. 여기가 바로 그가 살아왔던 곳이라는 것을. 

그는 이 속에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 절망 또 절망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악마는 엔젤로 하여금 자기 딸과 섹X하고 자기 딸을 살해하도록 만든다. 악마적인 곳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모자라 

자기 혐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완전 파괴, 자기 포기까지 갖게 만든다. 배드 엔딩의 극단이다. 

 

엔젤 하트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는 당시 일세를 풍미하던 섹시 가이 미키 루크였다. 미키 루크는 손 대는 것마다 성공하던 

말하자면 절정을 향해 올라가던 무서운 기세의 배우였다. 미키 루크는 그때, 웅얼웅얼하는 발음과 어딘지 건성건성하는 듯한 연기,

권투를 한다는 둥 배우 이외 다른 일에 기웃거리는 탓에 게으른 천재같은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 보면 기름기를 쫙 빼고 스마트하게 연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대적으로 보인다. 미키 루크는 뭐니 뭐니 해도 나인 하프 위크나 와일드 오키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을 유혹해 쾌락과 섹스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비스런 섹시가이가 본령이었다. 그런 그가 하드 보일드 오컬트 무비에 등장해서 

피웅덩이 속을 헤메는 역할을 하다니! 그것이 가장 큰 셀링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 

미키 루크가 얼마나 대스타였는지는 저 로버트 드니로가 조연으로 등장한 데서 알 수 있다. 지금 와서는 나이 든 노배우이지만, 당시로서는 영화계의 지존이었던 로버트 드니로가 조연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로버트 드니로는 악마로 나온다. 악마의 저 소름끼치는 카리스마를 어떻게 살려내냐에 따라 영화 성공이 좌우된다. 엄청난 공포의 상징으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가 어딘지 허술해 보인다면 영화 전체가 무너진다. 로버트 드니로는 그런 점에서 이 영화 성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내내 축적되는 악마적인 것에 대한 공포 - 관객들은 악마에 대해 엄청난 상상을 하며 기대를 증폭시킨다. 영화 마지막에 악마가 턱하니 나타나서 사람들의 이 엄청난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로버트 드니로는 이 기대를 충족시키며 소름끼치는 경험을 선사한다. 로버트 드니로라는 대배우 조연 출연도 당시 큰 셀링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윌리엄 요르츠버그의 원작 소설 폴링 엔젤을 영화화했다는 것도 셀링 포인트였다. 이 원작 소설은 굉장한 걸작으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영화화하려 했으나 실패했던 것을 감독 앨런 파커가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 성공은 미키 루크와 로버트 드니로였다. 이 영화는 아다시피 부두교에 대한 이야기다. 

부두교니 좀비니 하는 것이 때때로 나와 히트 치는 소재이기는 했지만, 주류 영화 소재는 아니었던 때다. 메이져 스튜디오에서 

대규모 예산을 들여 대스타들이 부두교 영화에 출연한 예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 영화가 소재로 삼고 있는 

저 미국 남부의 흑인 폐쇄적인 문화가 살아남은 지역, 인신공양과 부두교와 악마 숭배가 일상이 된 지역, 그 속에 들어가 악마적이고 초현실적인 악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탐정 - 이것은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미국 남부가 진짜 그런 곳일까?)

아다시피, 탐정은 원래 미스테리와 폭력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법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탐정영화라면, 탐정은 서서히 실마리를 잡아가며 이 미스테리를 풀고 안정적인 사회로 복귀한다. 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악마의 손아귀에서 허우적거린다면? 냉철하고 사회에 닳고 닳은 탐정이라도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이 언밸런스함이 이 영화의 생명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악마가 인신공양을 바치고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난 엔젤을 찾아와 그에게 벌을 내린다는 장면은 그다지 충격은 아니었다. 당시 더 막나가는 일본영화들이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었으니까. 그 벌이라는 것이 자기 딸과 근친상X을 하도록 만들고 자기 딸을 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는 설정도 그다지 충격이랄 것 없었다. 그런 영화 이미 있으니까. 충격적인 소설이 너무 늦게 영화화되었다고 할까. 이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하지 못한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영화 만듦새는 당시로서도 탑으로 느껴졌다. 두 대스타가 함께 공연하는 영화에 대규모 예산과 이정도 만듦새는 당연했다. 오히려 

너무 짜임새 있게 만들어져서 거칠고 난폭한 힘과 생생함이 좀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본다면 전성기 미키 루크가 얼마나 그 매력으로 헐리우드를 사로잡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연기력, 성실성,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능력도 없었던 배우가 

(퇴폐적인) 매력만으로 헐리우드를 휘어잡았던 예가 얼마나 될까?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엄마손
  • 천둥의신
    천둥의신
  • 핑크팬더
    핑크팬더
  • Nashira
    Nashira
  • golgo
    golgo

댓글 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얼마 전 시사회로 봤는데 뉴올리언즈 할렘가, 남부 부두교 집단 분위기 묘사가 제 기억보다 대단했어요.

과거에 보셨던 분들이라도 재개봉 볼만합니다.

11:10
22.08.18.
BillEvans 작성자
golgo
저도 그 장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자면 단연 탑급입니다.
11:16
22.08.18.
2등
예전에 별생각없이 극장갔다거 공포에 질려서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무서웠어요. 드니로의 비주얼과 연기도 가히 충격적이었어요.
11:47
22.08.18.
profile image
고스틀리
이번 재개봉이 확실히 리마스터링됐고, 후반 장면 무삭제라 다시 보실만합니다.
11:53
22.08.18.
BillEvans 작성자
고스틀리
그러셨군요. 샤이닝의 피가 콸콸 쏟아지는 장면에 버금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미국 남부 부두교가 성행하는 흑인사회의 묘사죠. 그안에서 허우적거려야 한다니.
17:53
22.08.18.
profile image 3등
드니로는 짧은 분량이었던걸로 기억나네요...
Ip라도 한번더 보고 싶네요..^^
12:41
22.08.18.
BillEvans 작성자
진스
드니로가 그런 분량을 나오다니 정말 충격이었죠. 그런데 드니로가 그 영화 성공에 끼친 공헌은 무지무지합니다.
17:54
22.08.1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2022년 9월30일 국내 박스오피스 5 golgo golgo 4시간 전00:01 1168
HOT 아나이스 인 러브 프리미어상영 포스터증정 2 북회귀선 북회귀선 4시간 전23:37 534
HOT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경품 현황 (오후 11시 18분에 찍은 사진) 1 HarrySon HarrySon 4시간 전23:30 478
HOT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호기심의 방] 공식 예고편 2 카란 카란 4시간 전23:26 695
HOT 더 로브 (성의) 1942년 원작 소설, 1953년 실사판 무료 공개 중 3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6시간 전22:03 334
HOT 성덕(?)된 록밴드 6 카란 카란 6시간 전21:39 1157
HOT 일본영화 대결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개봉기 4 카스미팬S 7시간 전21:12 616
HOT 레딧 유저들이 뽑은, 짜증나는 영화 클리셰 15 5 mcu_dc mcu_dc 7시간 전20:52 2148
HOT <엘비스>블루레이 ^^ 4 피아노걸 피아노걸 7시간 전20:26 592
HOT 일본에서 컬트 괴작 '자도즈' 재개봉하네요. 8 golgo golgo 8시간 전20:12 852
HOT 현재 춘사영화제 홈페이지 현황(feat. 수상자 명단) 5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19:45 949
HOT 할리우드 영화 속 유명 엑스트라들 4 golgo golgo 8시간 전19:38 1567
HOT 《올드보이》블루레이는 전부 모은듯한... 3 spacekitty spacekitty 9시간 전18:48 916
HOT 크리스찬 베일,마고 로비 '암스테르담' 10월 개봉, 예고편 공개 2 golgo golgo 9시간 전18:19 1764
HOT [블랙 아담] 핫토이즈 피규어 사진 3 kimyoung12 10시간 전18:02 665
HOT 전종서,정호연 앞서 ‘오겜’ 새벽이로 나올 뻔했던 사연[스타와치] 5 시작 시작 10시간 전17:57 2045
HOT '브로커' 27회 춘사영화제 국제 감독상, 신인여우상 수상 2 golgo golgo 10시간 전17:51 734
HOT 윤희에게 포스터 2종 ~ <에무시네마 계절예감> 2 피프 피프 10시간 전17:36 553
1056329
image
카마도탄지로 카마도탄지로 2시간 전02:01 429
1056328
image
hera7067 hera7067 3시간 전01:10 140
1056327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0:02 399
1056326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0:01 1168
1056325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23:59 196
1056324
image
북회귀선 북회귀선 4시간 전23:37 534
1056323
image
HarrySon HarrySon 4시간 전23:30 478
1056322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23:26 695
1056321
normal
오기 5시간 전23:01 316
1056320
normal
himurock 5시간 전23:00 238
1056319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22:16 1012
1056318
image
시작 시작 6시간 전22:14 178
1056317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6시간 전22:03 334
1056316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21:39 1157
1056315
normal
아쿠추 6시간 전21:38 506
1056314
image
카스미팬S 7시간 전21:12 616
105631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21:00 566
1056312
image
mcu_dc mcu_dc 7시간 전20:52 2148
1056311
normal
마이티밤톨이 7시간 전20:51 762
1056310
image
피아노걸 피아노걸 7시간 전20:26 592
1056309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20:12 852
1056308
image
꽃나은 8시간 전19:54 254
1056307
image
손별이 손별이 8시간 전19:45 949
1056306
image
캐리캐리 8시간 전19:40 779
1056305
image
golgo golgo 8시간 전19:38 1567
105630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9시간 전18:49 573
1056303
image
spacekitty spacekitty 9시간 전18:48 916
1056302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8:39 1633
1056301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8:37 673
1056300
image
golgo golgo 9시간 전18:36 884
1056299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18:34 2112
1056298
image
golgo golgo 9시간 전18:19 1764
1056297
image
N N 10시간 전18:16 585
1056296
normal
카스미팬S 10시간 전18:12 751
1056295
image
샌드맨33 10시간 전18:09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