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스포 후기. 적은 양의 접시 뒤에 또 한 접시가 찾아오는 코스요리처럼
데뷔작부터 주목 받던 조던 필의 신작
흑인사회에 내재한 공포를 다룬 <겟 아웃>부터 대중과 평론가들에게 호평받은 조던필의 3번째 영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겟 아웃>과 <어스> 모두 나에게 와닿는 공포는 아니었기에 다수의 평가와 비교해 대단하다 느끼지 못했고 이번 작품도 안 맞으면 내 취향은 아닌 감독인 거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찍은 분량이 50분가량 되는 만큼 괜찮은 좌석을 구해 아이맥스로 관람했다.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아이맥스의 압도적인 몰입감
어떤 이야기일지 흘려지는 정보조차 적어 UFO에 대한 영화라는 사실만 알고 영화를 보러 갔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명료했다. 이야기 면에서 반전이라기보다는 장르의 전환에 대한 부분이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커 홍보하기 애매했겠다 싶다. 영화는 우주선의 미스터리로 시작해 그 미스터리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 다른 장르로 급선회한다. 사실 <겟 아웃>부터 미스터리의 정체를 파고드는 이야기를 계속해온 조던 필이지만 이번만큼 그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과 이후의 이야기가 잘 맞물리는 사례는 없었던 거 같다. 그는 미스터리가 밝혀졌을 때 찾아올 수 있는 허무감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이를 다른 장르적인 재미에 재빠르게 활용함으로써 관객들의 엉덩이를 다시 붙이게 했다. M 나이트 샤말란이 <식스 센스> 이후 못하고 있는 거 중에 하나. 조던 필에게 <놉>이 과연 <식스 센스> 같은 작품으로 남을지 아니면 이 폼이 계속 갈지는 미지수지만 이렇게만 간다면야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아이맥스의 몰입감 또한 상당했는데, 기존에도 IMAX로 영화를 본 적이 없지 않은데도 이번 <놉>의 경험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수직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화면에 입을 다물지 못할 따름.
조금만 더 허무감에 집착했어야 했다
앞서 미스터리의 허무감을 잘 커버했다고 표현은 했지만, 결말부에 도달했을 때 그 허무감은 다시 찾아온다.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이 미스터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찾아오는 의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찾아오는 허무함은 카우보이 풍선이 터지면서 다시 밀려온다. 애초에 이 기현상을 찍는다는 것에 목적을 두던 이들이 결국 이 존재를 왠지 익숙하게 다가오는 진공청소기 괴물처럼 물리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결말이 난 너무 허무하게 다가온다.
적은 양의 한 접시 뒤에 또 한 접시가 찾아오는 코스요리처럼
우주선이라는 미스터리를 테마로 극을 이끌던 전반부와 달리 주인공들의 서사를 기반으로 진행이 되는 후반부의 변주는 실로 인상적이다. 그 전환되는 지점이 워낙 인상적이기도 하고 후반부에 짙게 풍기는 아날로그 세대를 향한 찬가에 대한 부분도 나로서는 너무도 황홀하게 다가온다. 한때 잘 나가던 서부극과 가족 시트콤의 잔재인 이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분골쇄신하여 현대에 적응하려 노력한다는 주인공들의 플롯은 나에겐 언제나 먹혀들어 가는 구석이 있다.
스필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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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특급 같은 SF 서부극이랄까요?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