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있음) <블랙폰> 익무 시사 후기입니다.
이번주에 <블랙폰> 익무 시사회를 다녀온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관람 전이시라면 뒤로가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1회차만 관람한 상태인지라, 제가 놓치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런 부분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시사회 전까지에 제가 알고 간 건, "블랙폰" 영화 제목, 메인포스터 사진, 그리고 저 포스터의 인물이 에단 호크라는 점,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공포 장르라는 점 정도였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니, 익무 시사회 신청할 때 윗 포스터의 문구 "사라진 아이들, 고장난 전화기, 죽은 친구들과의 통화, 전화가 울리면 반드시 받을 것"이라는 문구는 제가 분명히 봤었어요.
하지만 에단호크의 저 가면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위 문장들은 사실 영화 보기 전에 이미 제 기억에서 사라졌었네요.
저는 사전에 예고편도 잘 안 챙겨보는지라, 거진 백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영화를 봤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제가 시작 크레딧에서 알게 된 건,
오호라, 이 영화 블룸하우스 제작이구먼. (지금 확인해보니, 사실 포스터에 이미 나와있던 것. 이 영화 배급사와 수입사는 유니버설입니다)
감독은 스캇 데릭슨, 잠깐만 닥터 스트레인지 1편 감독 아니시던가... (이것도 역시 포스터에 떡 하니 나와 있던 것ㅎ)
그리고 "and Ethan Hawke" 이렇게 에단 호크 이름이 마지막에 나오길래 어랏? 에단 호크는 제일 마지막으로 이름이 나오는데?
대개 주연급 배우는 크레딧 자막 처음에 바로 등장하는 편이고, with XXX 또는 and XXX 이런 식으로 중견 배우 이름이 마지막 쯤에 나온다면 '특별출연 또는 분량 자체는 적지만, 비중은 꽤 있는 조연 정도의 역할'일 경우가 많던데, 이건 에단 호크가 주연은 아니라는 뜻?
이 정도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어느 정도 옛날 시대 배경에서, 어린 소년들이 야구 게임을 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거기서 저는, 타자는 동양인 아이인데, 투수는 서양인 아이이고, 뭔가 얼굴 모양새도 그렇고 투수 쟤가 딱 에단 호크 배역의 어릴 적 시절이구나,
어린 시절의 어떤 사건을 보여주고나서, 뭔가 어릴 적 트라우마가 될 만한 큰 사건이었을까,
아무튼 저 아이가 현 시대의 에단 호크 얼굴이 되어 지금 시대 이야기로 넘어오겠구나 라고,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예측을 하며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어떤 영화에서든, 모든 사건들의 이유나 결과에 대해서 전부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추리 장르나 케이퍼 무비에서나 사실 이건 이러이러한 거고, 저건 저러저러한 거였음. 이라고 끝 무렵에 가서야 명쾌하게 해설을 해주는 게 필요하지, 특히 공포 영화 장르라면, 굳이 모든 것에 대해 일일히 나열하며 설명할 필요는 더 없는 법이죠.
보통 가장 중요한, 그들은 누구인가, 왜 그런 나쁜(또는 기이한) 짓을 하는가,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실행했는가 등등 경우에 따라, 공포 영화에서는 이런 종류의 것들을 더욱 감추거나 반대로 더욱 과장하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래버(에단 호크 배우)의 정체나 그가 벌이는 행각 등에 대해 대부분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직업이 마술사이듯이 (사실 그가 마술사가 맞는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가 끌고 다니는 밴에 "아브라카다브라 엔터테인먼트"라고 붙여는 놓았으니, 그래도 겉보기로는 마술사 행세는 하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마술사가 자신의 '매직 트릭' 비법을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 마냥, 많은 것들을 꽁꽁 숨겨놓았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후기 쓰기에 앞서 이 영화를 제 한줄평으로 정리하고 가자면,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되어, 가슴을 죄어오는 성장 드라마" 정도로 정리하고 싶네요.
이제 제가 영화를 보며 생긴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그 물음표들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추측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1. 그래버
우선, 그래버는 도깨비나 악마 같은 모양의 가면을 쓰고 나옵니다.
가면의 종류도 몇가지 다양하게 있는 것 같구요.
야외에서는 흰 화장으로 얼굴을 다 덮고 나오는데요.
안경이나 검은 선글라스도 자주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반증 같은 피부 질환이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햇빛에 노출되면 심하게 피부가 손상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면으로 가리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주인공 피니와 죽은 아이들과의 전화 대화 중에서 이런 대목도 있었거든요.
"내가 그놈한테 1억 정도의 손해를 입혔지!"
대사는 그렇게 정확하진 않은데, 과거의 자기가 납치한 아이가 그래버한테 화학 물품 같은 걸 얼굴에 뿌린 게 아닐까, 그래서 그 병 때문에 막대한 지출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리고 후반 피니와의 몸싸움에서 가면이 벗겨지자, 소스라치게 놀라는 대목도 그런 연유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보네요.
작중에서 그래버는 마술사 행세를 합니다.
검은 밴을 타고, 뒤에는 검은 풍선을 잔뜩 실어놓구요.
잠시 마술 등으로 아이들의 경계심을 허문 뒤, 납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왜 하필 검은색 밴에 검은색 차량일까,
사실 그보다도 저는 왜 하필 마술사 위장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피니를 가둔 창고에서, 초반에 그래버가 이런 말도 하거든요.
"그 전화기 당장 끊어, 어릴 때 나도 그 전화기가 작동되는 줄 알았지."
역시 대사는 정확하진 않은데, 정황을 미루어 역시 제맘대로 짐작해본다면,
그래버의 아버지가 서커스단 마술사였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집에 돌아오면 그래버를 그 창고에 가둬두고 폭력이나 학대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 나중에 죽은 아이들과의 통화를 들어보면, '나쁜 아이 게임'을 한다고 하는데요.
피니 보고 계속 창고에만 있으면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가 없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까지 얘기합니다.
이렇게 거실에서 그래버가 감시하고 있고, 아이들이 창고에서 도망치면 나쁜 짓을 했으니, 그래버가 벌을 준다고 얘기합니다. (그래버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것은 혁대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한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설명이 나오지는 않는데, 죽음 또는 죽음 직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본인이 겪은 어릴 적 사건이 트라우마가 되어 어른이 되고 나니, 모르는 아이를 납치해서 반대로 자기가 폭력을 가하는 것만이
그래버의 '삶의 목적'으로 변질된 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래버의 검은 밴에 쓰여진 마술사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 처럼, 납치된 아이들이 그래버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주문이었다, 라고도 한 번 생각해봅니다.
놀라운 것은 그에 반해, 그래버의 동생 맥스는 눈치없다고 해도 될 만큼 순수하기까지 하다는 점도 신기하더군요.
아, 이렇게 자꾸 상상력을 제맘대로 굴리는 건, 이 영화가 놀랍도록 배경 설정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어서 그렇습니다.
3. 블랙폰과 그 아이들
왜 하필 검정색 폰일까, 연결선까지 끊어진 폰인데, 어떻게 전화 벨이 울리는 것일까,
게다가 죽은 아이들과는 어떻게 통화 연결이 되는 것일까.
저는 처음에 외부에서 그웬이 영적인 교감으로 창고에 갇힌 피니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스텔라? ㅎㅎ)
영화를 보다보니 그건 아니었고, 그래버에게 죽음을 당한 아이들이 마치 스무고개하듯이 피니에게 하나씩 힌트를 줍니다.
이 화면처럼 피니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혼이, 관객들에게는 보이는 연출도 있고,
죽은 아이들이 피니를 도와주려고 죽은 자기 모습까지 드러내기도 합니다.
일부 공포 영화에서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서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의 배경이나 원인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만, 그런 요소들을 적절히 잘 써먹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죽은 아이들 중에서는 '브루스 야마노' 라는 일본계 아이도 나오는데,
작중에서 피니가 친구와 대화 중에 Enter the Dragon (용쟁호투) 영화도 언급하는 걸 보면, '브루스 리'를 오마쥬한 이름인가 싶기도 하네요ㅎ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ㅎ
3. 남매들: 피니와 그웬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피니와 그웬 남매입니다.
아직 어린 남매 답게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여동생은 괴롭힘 당하는 오빠를 위해서 돌멩이도 불사지르는 당찬 동생이기도 합니다.
다만 여동생은 어머니의 특징을 이어받았는지 예지몽 같은 것을 꾸기도 합니다.
덕분에 꿈속에서 납치 당한 아이들 모습이나 사소한 단서들을 알아내기도 하는데요.
피니가 납치 당했을 때, 이렇게 주님께 제발 이번만큼은 꼭 도와달라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날 밤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하자, 다음날 바로 "What the Fuxx! What the Fuxx!"
시사회 때도 다들 웃었던 장면이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입니다ㅎ)
재미난 점은 아이들을 학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비추는데, 영적인 교감을 보였다는 어머니는 대사로만 언급되고, 어머니의 존재는 사진조차 보여주지 않아요.
환영 때문에 미쳐버려서 작중 시점에서는 이미 세상에 없는 인물입니다만, 그웬의 대사로 미루어 보면 그래도 가족한테는 따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네요.
이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지만, 반대로 영화 시간이 흐를수록 이 두 남매의 가족애와 성장을 보여주는 훈훈한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아이들이 실제 성장 속도가 한참 빠를 시기라서 그런 것도 있을텐데, 영화 결말에 이르러서는 실제 주인공 남매가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느낌도 받았었구요.
때로는 관객들이 영화의 빈 여백을 상상하며, 공포감을 키우거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는 공포 영화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상들이 얼토당토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요소요소들 덕분에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블랙폰" 영화가 그런 류의 영화일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영화였어요.
좋은 공포 스릴러 영화, 익무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유니버설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블랙폰-놉>까지 시사회 라인을 잘 구성해 왔으니,
사심을 듬뿍듬뿍 담아, 다음에는 <할로윈 엔즈-오펜하이머>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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