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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2005)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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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기억될 영화인가?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실패는 각본이라고 생각한다.

친일파 논란이 있던 박경원의 주인공 선택은 잘 한 것이라 생각한다. 친일/반일 논란에서 벗어나

가장 현실적인 일제시대 인물이 박경원이 아니었을까? 지금 일제강점기가 다시 온다고 해서 샹하이로 달려가 임시정부에 가담하거나

압도적인 현실이 된 식민지정부를 온몸으로 저항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식민지정부에 적극 가담해서 동포들을 억압하는

데 앞장설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대다수는 아마,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며 그냥 그 안에서 자기 이상을 추구할 것 같다.

그 사람들더러 왜 소극적으로 식민지정부를 인정하냐고 물으면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부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상이 얼마나 진실되냐 그리고 얼마나 절실하게 내가 그것을 추구했냐 하는 개인적인 물음이 아닐까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식민지정부가 앞으로도 계속 된다면 내가 오히려 진실하게 내 이상을 추구한 사람이 되겠지요.

다 상대적인 겁니다." '내 한 몸 다 바쳐서 독립이 된다면 내 한 몸 다 바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는 그냥 초라한

개인일 뿐입니다. 초라한 개인의 어깨에 거대한 역사의 무게를 내려놓지 마십시오. 초라한 개인으로서 초라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겠습니다." "일제에 협력을 하지 않는다면 진짜 사회적 말살을 당할 것 같은 위협을 받았습니다. 개인에게는 생존권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등등. 실제 일제시대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한 발언이고, 요즘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있는 말들이다.

박경원이 속하는 세계는 여기다.  박경원을 다룬 이 영화 청연은 굉장히 도발적이고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가 그랬듯이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애니메이션은 이 질문을 정통으로 때린다. 청연은 이 점에서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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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은 조선 최초 여류비행사다. 일제 고위관료와 줄 타기를 잘 해서 비행사 훈련도 받고 일본 제국주의 마스코트 역할을 스스로

자임해서 비행기 한 대 받아내서 만주로 일만친선 황군위문 비행을 떠났다가 하코네 숲 속으로 추락해 사망한다. 

이 잊혀진 여자를 주인공으로 해서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영화 청연은 이 문제에서 철저하게 실패한다. 

 

청연에서 장진영이 분한 박경원은 일제 치하 개인의 선택문제에 대해 굉장히 모호하다. 어떻게 보면 영화속 공간이 일제 식민치하가 아니라고 가정해도 영화에 하등 지장이 없을 정도다. 철저하게 몰역사성을 유지하면서 박경원을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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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박경원이 이런 몰역사적인 환경 속에서 살았을까? 아무리 눈 돌리려고 해도, 식민지인 취급, 차별, 주변에서 보이는 식민지 사회

모순들 등이 안 보였을 리 없다. 나는 아무리 눈 돌리려 해도, 주변에서 보이는 나이든 분들이 말해주는 망한 조국의 추억, 말로만

들려오는 독립투사들의 전설, 아무리 해도 나는 식민지 조선인이지 일본인이 될 수 없다고 계속 인식시켜주는 일본 주류사회 - 박경원도

당연히 이런 것들을 인식하며 때론 순응하거나 때론 강하게 반발하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완전히 배제시켜 진공상태로 만든 다음, 순정만화 풍의 여성판 탑건을 찍으려 한 것이다. 이 영화가 박경원의 식민지 사회 속 현실적 고민과 선택을 정통으로 다뤘다면. 친일논란에 그렇게 맥 없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성공했을 수도 있다. 

 

박경원의 잔뜩 미화되거나 꾸며진 이미지는 별 설득력이 없다. 감독은 실제 박경원 대신, 일직선을 질주하며 마치 백미터를 전력으로

달리듯 짧은 생을 살다 간 불꽃같은 삶을 그려낸다.  1980년대 까치 오혜성같은 캐릭터다. 너무나 자기 한계를 초월해서 질주했기에

추락하거나 파멸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실제 캐릭터 박경원의 일생을 보면, 일본 고위관료들을 구워삶아 원하는 것을 얻어낼 정도로

설득력과 매력이 대단했던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백미터를 질주하듯 짦은 생을 살다 간 것도 맞는 듯하다. 하지만 순정만화적인

인물은 절대 아니었던 듯하다. 실제 인물은 훨씬 더 복잡하고 입체적이었을 것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인물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공상해서 뚝딱하고 설득력 있는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화면이 너무 만화처럼 이쁘기만 한 것도 박경원이 처한 상황이나 사회를 표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무슨 여성판 탑건이나 

건 버스터 톱을 노려라를 연상시킨다. 그럴 것이면 왜 박경원 전기영화를 표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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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선택은 친일파 아버지 때문에 고민하는 김주혁을 등장시켜서 박경원을 친일과 독립운동에 연관시킨 사실이다.

굉장히 인위적이고 재미 없는 부분이다. 김주혁이라는 인물 자체가 별 매력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왜 반일과 러브스토리를 등가로 

연결시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러브스토리를 통해 박경원을 반일과 연결시키려 했던 것일까? 식민지시대 모순을 김주혁과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깨닫게 하려고? 혹은, 친일에 고민하는 김주혁을 사랑하고 공감하는 박경원도 간접적으로 반일정신을 가진 것이다 하고 

암시하려고 했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의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에서 "나도 전쟁은 싫고 평화가 좋아. 하지만 내가 전투기를 개발하지

않는다 해도 다른 누군가 하겠지. 그럴 바에는 내가 전투기를 만들면서 내 꿈을 추구하겠어" 하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것이

답인데, 이 영화 청연은 이 말을 어떻게든 회피하면서 박경원을 몰역사적인 환타지 속에 사는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만든다.

 

박경원의 최후 비행은 아주 중요한 상징을 가진 사건이다. 그것은 박경원의 오랜 꿈 추구가 완성되는 것임과 동시에

만주에 주둔하는 일본 황군 위문이라는 목적을 가진 정치적 사건이다. 기가 막힌 예술적 상징과 깊이를 가지는 사건이 될 수 있었다.

비슷한 예가 1945년 노천명의 시집 창변 출간인데, 친일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이 존망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1945년 군국주의의 마지막 발악 한가운데서 우리 말로 시집이 줄간된 사실 자체가 큰 의의를 가진다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평가했다는

말이 있다. 이 폭압의 와중에서 우리말로 시집이 출간된 것에 감격한 사람들도 있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우리나라 말의 생명 연장"이라는 커다란 역사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1945년이면 일본 역사 패망이 바로 코 앞인데, 무슨 생명 연장인가 하는 비판은 하지 말자. 그런 정보 없이 불확실성에 온몸으로 직면했던 당대 사람들의 인식에서 평가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1945년 우리 국문학사는 원고를 한글로 써서 서랍 속에 넣어두는 지사들로만 채워졌어야 했다 하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경원의 마지막 비행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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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 청연에서는 정치적 성격을 쏙 빼고 숨긴다. 자신의 꿈 추구가 완성되는 순간  황홀한 죽음에 도달하는 젊음의 표상으로서의 박경원을 그려낸다. 마지막 장면은 아주 좋았다. 박경원은 죽음 직전까지도 비행간을 붙잡고 어떻게든 폭풍우를 이겨내려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비행간에서 손을 마침내 놓아버리자 비행기는 먼 점 하나로 허공 속에 스러져 간다. 그리고 저 아래 산중턱에서 불꽃 한 점이 일어난다. 주인공 박경원의 죽음에 대한 어떤 과장도 드라마틱하게 포장함도 없다. 제목 그대로 푸른 제비 한 마리가 날개 꺾여 

스러진 것이다. 이 영화의 유일하게 좋은 부분이다.   

 

약간 톰보이쉬한 연기를 하다가 마악 개화하려 할 즈음에 사망한 장진영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별로다. 말한 대로 박경원은 아주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다. 톰보이쉬하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청춘의 상징같은

인물이 아니다. 누군가는 박경원을 미화한 것이라고 비판하던데, 내가 보기엔 미화가 아니라 오히려 실제인물 박경원을 바보로 만든

것일 수도 있다. 김주혁의 캐릭터는 왜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김주혁 캐릭터 비중이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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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4

  • 양파썰다실명한
    양파썰다실명한
  • 해가뜬다용가리
    해가뜬다용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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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김주혁님, 장진영님 두 분 다 출연하신 영화군요. 과거에 뭔가 불편한 감이 있어 보질 않았는데 리뷰를 보고 다시 보자니 저 배우분들 생각나서 다시 보기가 힘들듯 합니다. 더 열심히 봐야 잊혀지지가 않는데 말이죠. 잘 보고 갑니다.
00:27
22.08.14.
BillEvans 작성자
양파썰다실명한
그래서 이 영화는 뭔가 아련함을 주는 것이 있죠.
09:23
22.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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