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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너무나도 깊고 넓고 촘촘한 (스포 O)

라일락요정 라일락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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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부득이한 이유로 보게된 <겟 아웃>은 공포영화에 대한 저의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공포와 메시지를 눌러담은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공포영화라면 질색을 하는 제가 <놉> 시사회를 신청하고 당첨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이유도 바로 <놉>이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놉>은 겉보기에 단순한 공포영화 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주 깊고 넓고 촘촘한 작품입니다. 관객이 어디를 보느냐, 누구를 보느냐에 따라라 영화에 대한 해석은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메시지와 다층적인 함의가 포함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공포(두려움)"에 포커스를 두고 영화를 감상했는데 영화를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놉>이라는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이것은 공포와 욕심과 교만과 길들임에 대한 이야기이며, 영화의 역사이자 곧 세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1. 교만과 심판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로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성경구절입니다. 성경구절의 출처인 나훔서는 악독하고 교만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담은 내용이라고 합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괴생명체가 떨어뜨린 정체불명의 물체에 맞아 숨진 OJ의 아버지, 아버지의 사망 후 목장 주위를 떠돌며 영화 주인공들을 계속해서 공포로 몰아넣는 괴생명체의 모습은 성경구절과 꼭 닮아있습니다. 고디를 길들였던 것 처럼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주프의 교만과 탐욕, UFO 사진을 찍어 유명해지고자 하는 에메랄드의 야망,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를 훔쳐보는 OJ엔젤의 욕심 감독은 마치 괴생명체를 통해 이들에게 심판이 올 것을 경고하고 있는듯 합니다.

 

2. 두려움

 

영화 속에서 괴생명체는 정지된 구름 속에 숨어있다가 미끼가 보이면 예고없이 들이닥칩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다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두려움도 이러합니다. 의식하지 못할 때는 보이지 않지만 트리거가 눌리는 순간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우리를 집어삼킵니다. OJ는 두려움의 정체를 밝혀(습성을 파악), 제대로 응시하고 종국에는 두려움을 극복(길들임)해내는 인물입니다. 반면, 에메랄드와 엔젤은 두려움을 회피하고 두려움에서 도망치는 인물이지요. 에메랄드와 엔젤이 목장을 떠나야 한다고 말할 때 OJ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말에게 사료를 줘야한다." 두려움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것과 제대로 마주하는 것만이 정답인 것을 그는 알고있습니다.

 

3. 눈에 보이는 것과 진짜

 

쨍하고 눈에 띄는 형형색색의 깃발은 괴생명체를 유혹하기에 아주 적합한 미끼입니다. 괴생명체는 깃발을 소화시킬 수 없음을 알면서도 깃발을 삼키고 말지요. 마치, 화려한 겉모습에 매혹되어 감당할 수 없는 멍청한 짓을 하는 인간과도 같습니다. 괴생명체는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지 못합니다. 눈을 마주치면 행사용 풍선이라도 집어삼키고, 모형 말을 삼켰다가 혼쭐이 납니다.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 그것은 과연 진짜일까요?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을까요? 의문이 들었습니다.

 

4. 길들인 다는 것

 

OJ와 에메랄드는 말 조련사입니다. 말을 길들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OJ가 안전브리핑에서 말과 눈을 마주치지 말 것, 큰 소리를 내지 말 것, 말 뒤에 서지 말 것을 경고하지만, 영화 스태프들은 이를 어기고 호된 벌을 받습니다. 그들은 말을 길들이려 하지 않고, 그저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길들인 다는 것은 길들여지는 대상의 자아를 발견하고 이해하고 교감하는 일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마주해야 합니다. 어린시절 에메랄드 대신 진 재킷을 훈련시키던 OJ는 창문에 서있던 에메랄드와 눈을 마주칩니다. 그리고 에메랄드는 과거를 회상하며, "아버지는 나를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오빠는 나를 봤다"라고 말하지요. 그래서인지 에메랄드는 OJ에게 길들여진 동물처럼 매번 OJ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OJ의 의견을 따르게 됩니다. 괴생명체 역시 자신과 똑바로 마주한 OJ에게 길들여지지요.

 

하지만, 모든 길들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주프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침팬지 고디의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고디는 주먹을 내밀어 인사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결국 주먹은 닿지 못하고 고디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고디는 길들여진 것일까요? 길들여지지 않은 것일까요? 주프는 신발이 세로로 서는 것 같은 나쁜 기적을 경험한 것은 아닐까요? 주프는 성인이 되어 말을 길들이려고 하지만 완전히 실패합니다. 눈을 마주칠 생각없이 그저 탐욕과 교만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5. 희생과 잊혀진 사람들

 

에메랄드는 말합니다. 최초의 영화를 찍은 감독은 기억하지만, 말에 타고 있던 기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써내려 온 역사 속에는 사소한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영화감독이 괴생물체에게 먹히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은 것 처럼 말입니다. 그 결과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존재했습니다. 목숨을 바쳐 희생하고 기여했지만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떠오르는 대목이었습니다. 

 

6. Nope! 

 

조련사들은 동물이 말을 듣지 않을 때 "Nope(안돼)"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호기심에 이끌려 금기된 행동을 하려 할 때 "Nope(안돼)"이라고 외치지요. 감독은 관객들에게 "Nope"이라고 외치고 있는게 아닐까요?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교만하지 말라고, 소중한 존재들을 잊지 말라고,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언제나 깨어있으라고 말입니다.

 

IMAX를 통해서 좋은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주신 익스트림 무비에 감사드립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리뷰이지만, 좋은 기회를 주신만큼 열심히 적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일락요정 라일락요정
17 Lv. 29059/29160P

프리다의 그해 여름, 벌새, 남매의 여름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윤희에게, 라라랜드, 우리들, 아가씨, 패왕별희, 리틀미스선샤인,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비정전, 중경삼림,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쉘부르의 우산, 러브레터,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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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요정
아니에요.. 익무님 리뷰보고 어제 영화장면들이 하나하나 다 생각나고 여운이 가네여
11:08
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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