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자막 사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개봉한 헌트에 대해서도 배우 대사가 잘 안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저도 대체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분명 약간 뭉개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고요.
지금도 절찬리에 상영중인 한산의 경우에는 이 불만을 막기 위해 큰 배경음이 많이 들어가는 전투장면에서는 자막을 입히는 방법을 사용했죠. 사실 그때 얘기를 하려고 했건 거긴한데, 좀 뒷북인 것 같기도 해서 그냥 말았거든요.
일단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에 자막을 사용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외국 영화를 볼때 자막을 읽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은 자막을 불편해한다고 하더라고요. 봉준호 감독께서도 기생충을 홍보하며 미국 관객들에게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낼 정도죠. 미드 '프렌즈'에서 유럽영화를 보러가자는 로스에게 조이가 자막 달린 영화는 보기 싫다는 얘기를 한 것도 기억나네요. 유럽의 경우에는 할리우드 영화도 더빙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죠.
반면 한국 관객들에게 자막은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명절특선영화로 외화 영화를 틀어줄때 사용되는 더빙버전을 더 어색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죠. 때문에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때 자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보입니다. 이런 현상은 관객 개인의 ott 감상뿐 아니라 영화계에도 늘어가고 있죠. 모가디슈에서 북한말에 자막을 삽입한 경우나 이번 한산에서 전투신에 자막을 삽입하는 등 영화 자체에서 자막을 삽입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산의 해전 자막 사용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분들도 많았고, 헌트를 비롯한 일부 영화에 차라리 자막을 넣어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죠.
그러나 저는 자막은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국 영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관객인 우리가 앞장서서 '차라리 자막을 넣어달라'가 아닌 '이제는 음향믹싱에 공을 들여라'라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듯, 현장에서 음향팀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니 음향이 좋아질 수가 없고, 이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에 자막을 넣는 임시방편을 사용한거죠. 저는 좀 심하게 말하면 그건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고까지 생각합니다.
북한사투리의 경우에는 문화가 다르고 어휘가 다른 경우가 일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한산에서 사용된 대사는 우리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대사들이었죠. 그렇다면 제작진은 마땅히 음향에 공을 들여야 하는 겁니다. 이런 흐름은 자막에 거부감이 없는 한국 관객들을 이용해 음향 보강을 무시하는 태도로 보일 정도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상당히 스케일이 큰 전투나 폭발을 적잖이 사용합니다. 할리우드의 아이덴티티가 될 정도죠. 그런데 그런 할리우드 영화에서 대사가 안들린다는 이유로 자막을 사용한 경우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만큼 음향믹싱에도 공을 들이는 덕분이겠죠.
놀랍게도 한국의 영화 드라마가 유행을 선도하는 마치 꿈만 같은 이 시대, 우리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자막 사용이라는 임시방편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들리지 않는 대사에 불만을 표함으로써 기술적 발전을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하필 최근작 한산에 자막이 사용되어 한산의 예시를 많이 사용했지만, 한산 영화 자체에 대한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자막에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한국 영화에 자막 사용이 자연스런 흐름이 될까 하는 노파심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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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사용이 일반화 안되려면 현장에서 음향과 배우 발음 같은거에 공 많이 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산은 대사만 따로 따려니 사운드가 100채널이라 무리였다고 하셨던걸로 기억해요
한산의 전투씬 같은 그런 화면에는 음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듣기 힘든게 당연하다고 생각되거든요.
근데 안들리면 답답하고 오히려 너무 또렸히 들리면 이질감있을거 같고..
쉽지 않은 문제네요.
다른 익무님이 정리해주신 글이 있네요. 현장에서 음향 스태프의 목소리가 약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외국영화처럼 자막이 없으니 안들리는 부분이 있으면 짜증나긴 하더라구요ㅜㅜ 자막 찬성입니다 ㅎㅎ 음향쪽도 많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후시 녹음이 상용화될 필요가 있어요.청력이 안좋은 편이지만
듣는덴 이상이 없는데,진짜 국내 영화 볼때마다 죽을 맛이네요.
넷플에 올라올때까지 기다릴까 하는 생각도 함.
요즘 넷플릭스로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최근한국영화 대작들을 영화관에서 볼때 대사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들어야하다 보니 피로도가 꽤 올라가서... 한국영화도 자막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
+작성자님 말씀도 맞지만 음향 부분이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이 금방 바뀌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자막만이라도 표시를 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