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번주에 읽은 가장 아름다운 영화글 문단

그리하여 나의 뇌리 속에 박힌 <탑건:매버릭>의 얼룩은 해변가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는 장면이다. 원리퍼블릭의 «I Ain’ t Worried»를 배경으로 탑건 조종사들은 근육질의 몸매와 함께 에너지를 발산한다. 팀워크를 다진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이건 서사적으로 불필요한 예외적 장면이다. 정확히는 서사와 별개로 떨어져 단독으로도 위력을 발휘한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가 끝내 붙들어 정지시키고자 하는 꿈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그 지워지지 않을 욕망의 흔적이자 (언젠가 좌절될) 꿈의 얼룩들 앞에 서 있다. 문득 영화라는 행위 전체가 이 얼룩을 향한 연서(戀書)처럼 느껴진다. «I Ain’t Worried»의 가사가 이토록 애잔하고 결연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네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조금씩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 이 상황에 두려워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지금 난 걱정 따윈 안 해/ 난 뺏고 싶을 만큼 원하는 게 생겼을 때 가장 열정적이지/ 별거 아닌 일에 신경 쓰긴 너무 바빠/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는 끝났어.” 기어이 정지된 영원에 머물겠다는 각오. 기꺼이 눈이 멀겠다는 결심. 영원히 당도하지 않을 연서를 손에 쥔 채 나는 언제까지 스크린의 해변가를 서성일 수 있을까. 문득 슬프고 두렵고 안타까운 파도가 차례로 발밑을 적신 끝에 문득 내가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야 마침내.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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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뢰하는 송경원 평론가가 쓴 글의 마지막 문단입니다.
위 글은 <헤어질 결심>과 <탑건: 매버릭>을 하나로 묶어 쓴 뒤늦은 소고이지만,
저에게 이 글은 결국 영화에 대한 사랑, 스크린에 보내는 러브레터로 보입니다.
제가 그동안 읽어온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송경원은 늘 그렇게 진솔하고 간결하며 마음으로 전해오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입니다.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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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정말 아름답네요. 닮고 싶은 글솜씨입니다.
더불어 2022년 현재를 살면서 탑건:매버릭을 일반 상영관과 각종 특별관의 포맷으로 즐긴것, 그리고 그로 인해 익무에 가입하게 되고 여러 소중한 경험을 한것. 어쩌면 영화가 아니라 익무를 사랑하게된걸지도 모르겠다는걸 깨닫고 갑니다.

저는 요 부분... 제가 어렴풋이 느끼던 걸 저 문장 읽고 또렷하게 알게 됐어요

좋은 글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