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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세상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창작자의, <헤어질 결심> (스포)

Byung_se_o_k
1584 21 12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가끔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글로 찾아뵙는건 처음인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두려움을 무릅쓰고나마 펜을 잡았습니다.

 

시사회를 통해 처음 보고 난 이후, 며칠간 이 영화에 대해 앓고 또 앓았습니다. 아직도 이런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가 있구나, 싶은 생각에 괜시리 눈물도 났습니다.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스포를 포함하고 있다는점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또한, 제 개인적인 감상이니 반박 시 모든 사람의 말이 옳습니다.

 

 

세계의 일식, 충돌하겠다는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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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해준과 서래의 오가는 미묘한 관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혹은 더 나아가, 산과 바다를 각각 은유하며 두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을 바라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양 극점에서, 호기심과 사랑 하나를 보고 포개진 후, 다시 흩어지는 일식같은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지칭하는 세계라는 것이 비단 플롯 속 인물들만의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들이미는 다분히 영화적 혹은 회화적인 쇼트들과 씬들은, 더 큰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마음과 영화, 또 영화와 관객인 우리의 충돌을 응시하는 느낌이 든것도 그때였습니다.

 

시각예술로서의 현현, 보여주겠다는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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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부터 참 의미심장합니다. 하이 앵글과 의도된 아웃 포커싱은 형태를 모호하게 만들어, 산란하는 빛만이 우리 시야에 보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시공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듯 시야가 뚜렷해지고서야 비로소 영화가 시작합니다.

 

이어지는 변사체의 시점 쇼트. 이 영화는 어쩌면 처음부터 관객에게 암시합니다.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기시와 미지 사이의 모든 세계를, 서로를 향해 충돌할 모든 세계를, 다름 아닌 너와 나의 세계를, 뒤이은 충돌의 부산물까지 렌즈 안에 담아내어 보여주겠다. 

 

드라마 대사를 따라하는 극중 캐릭터들처럼, 극과 외화면에 있을 창작자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리는 듯한 오프닝이었습니다. 

 

그 이후, 영화는 끊임없이 다른 층위의 두 세계들을 병치하거나 제시합니다. 극 초반부, 서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해준이 상상하는 환시 시퀀스. 살짝 먼저 혹은 늦게 튕겨져 나오는 오디오들. 취조실의 거울과 밀폐된 공간. 서로 통하지 못하는 언어까지. 두 세계의 곁을 맴도는 것은 기어코 닿지 못하고 흩어질 서래의 향수 향기뿐입니다.

 

이윽고 서래와 해준이 점점 가까워지며, 영화가 제시하는 두 세계도 차분히 서로의 거리를 좁힙니다. 

 

동시대의 비극은 무엇이 전달하는가, 제시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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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두드러지게 이질감을 느꼈던 부분들은 하이테크를 이용한 장면들일겁니다. 플롯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들에는 어김없이 애플워치 혹은 스마트폰 번역기 따위의 하이테크 기기들이 등장합니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서로의 비극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된, 동시대를 적확히 짚어내는 듯 합니다. 알 수 없는 외국어는 기계의 목소리를 빌려 이해의 건너편에 있던 비극을 체감하게 하고, 연약한 나의 마음은 전화와 음성 녹음 파일로 전해집니다. 

 

결국 물리적으로 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제시들은  해준과 서래의 예정되어 있는 헤어짐까지 담아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응시하고 승화함으로써, 비극과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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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영화의 존재를 끊임없이 환기합니다. 해준이 번역되어 프린트된 서래의 녹음 파일을 마치 시나리오를 읽는 듯이 연출한 것이 괜한 일은 아니겠지요.

 

끌리는 관심으로 이윽고 충돌했음에도 와닿지 못하고 흩어져야만 하는, 이 모든 동시대의 비극을 마치 영화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힙니다. 제시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응시하고 해석하고 승화함으로써 비극과 헤어지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파리의 변두리 카페, 열차의 발차로 시작된 영화는 태생이 염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네마의 그 순수한 목적을 이 작품은 새삼 우리 앞에 내놓습니다. 판데믹 시대를 견디며, 서서히 자신과 멀어지는 관객에게 영화다운 모습으로 말이죠.

 

결심의 용합, 그리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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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때 늦은 충돌은 한 쪽의 파괴를 낳았습니다. 이제 모래사장 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바다입니다. 산과 바다, 두 세계가 마침내 만나는 지점에는 높은 파도가 치고 있고요. 

 

우리에겐 아직 파도가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관객을 앓게하는데는 서로 스쳤던 마음의 조각이, 안개속 파도처럼 영화 밖 우리의 마음안에서 메아리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함께 공유할 영화라는 언어 또한 또렷히 남아 있을겁니다. 

 

-

한풀이 하듯 두서도 없이 길게 적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좋아하게된 영화는 오랜만이라 살짝 흥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모쪼록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고, 영화를 또 보고 이 글도 다시 읽으며 수정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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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감정의 공유의 가장 기본이 되는
대화마저도....어떤 수단을 거치고
감정이 소실되어 오로지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들...
참 인상깊었습니다

댓글
글쓴이 추천
23:37
22.06.29.
당직사관
심장과 마음, 진심과 다르게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 언어가 참 애석하더라고요. 제 마음도 함께 무너지는 중입니다.
댓글
23:44
22.06.29.
profile image 3등
와 진짜 유심히 보셨네요. 글도 잘 읽히면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댓글
글쓴이 추천
23:43
22.06.29.
나란46
감사합니다!
처음이라 이게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댓글
23:46
22.06.29.
profile image
해준이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씬들이 많던데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댓글
23:48
22.06.29.
안녕앤

뿐만 아니라, 변사체의 눈과 생선의 눈 클로즈업 등이 빈번히 쓰이는 것으로 보아 눈과 시선 자체에 대한 은유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타 다른 영화들에서처럼, 카메라 렌즈를 떠올리기도 하고요.

결국 눈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고 그래서 말할 수 없는 진심들이 가장 묻어나오는 장기이기도 합니다. 극 중에서 눈물 특히 인공 눈물을 계속해서 넣는다는 점은, 그렇게라도 맘 놓고 울고 싶은 외화면속 인물들의 비극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혹은 그렇게라도 뜬 눈으로 지켜보겠다라는 형사로서의 해준의 직업 정신을 보여준다던가, 사랑의 충돌로 향하는 인물의 에너지 혹은 결심을 보여준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댓글
23:54
22.06.29.
profile image
Byung_se_o_k
그러고보니 눈을 많이 클로즈업 했었네요 궁금했던 차였는데 감사합니다^^
댓글
글쓴이 추천
00:05
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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