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4
  • 쓰기
  • 검색

(스포) '헤어질 결심'과 지독한 붕괴

Monotone
3880 32 14

아까 헤어질 결심 리뷰를 쓰면서 빠뜨린 생각이 몇가지 있어서...

 

- 저는 적어도 어른이 됐으면, 구어체 회화에서 '존X' 또는 '씨X' 등의 흔하디 흔한 극단적 수사 없이도, 얼마든지 치명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할 수 있어야 '멋'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찬욱은 그걸 해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여러 치명적인 사랑들의 강렬한 충동 투성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슴슴하다고?" 하는 반응에 좀 갸우뚱 합니다. 우리가 너무 갖가지 핵불맛에 길들여져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네요. 영화의 키워드를 인용하자면, 우리는 그렇고 그런 '현대인' 입니다.

 

- 박해일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치명적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다들 사랑에 대한 모종의 중대 결심, 그리고 강렬한 욕구의 분출을 수행합니다. 탕웨이에게 사랑은 죽음과 곧바로 등가 교환되는 것입니다. 박정민에게 죽음은 사랑에 대한 인정욕구일 뿐입니다. 방사능이 생식세포를 공격하는 장소인 원전에서 근무하는 이정현은 지독히도 석류나 자라 등이 상징하는 생명력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여기서 타나토스와 에로스가 완전히 교차합니다. 사랑을 죽음에 대한 의지, 즉 타나토스로써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으로써 사랑을 증명하려 하고, 사랑을 삶과 생에 대한 의지, 즉 에로스로써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욕으로서 사랑을 증명하려 합니다. 그래서 타나토스를 믿는 사람들은 다 죽고, 에로스를 믿는 사람들은 다 제 살 길을 찾아 갑니다. 그리고 벽에 피는 곰팡이가 번지 듯이, 치명적 사랑의 포자는 어느새 박해일에게도 깊이 묻어 있습니다.

 

- 이 영화는 '붕괴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용의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의 범행을 은폐하려는 형사입니다. 수십개의 주머니 속에서, 온갖 청결한 물건들을 구비해 놓지만, 정작 범죄의 증거들은 지극히 오염시킵니다. 종국적으로는 자신의 가정까지도 붕괴됩니다. 형사로서도 붕괴되어 있고, 사랑의 실패자로서도 붕괴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가 끝난 이후로도 박해일은 지극히 붕괴된 채, 지독한 불면에 시달릴 것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2

  • 잡식성
    잡식성

  • 오호

  • 쯧쯧
  • DeCaelo
    DeCaelo
  • 아이와나의바다
    아이와나의바다
  • minions
    minions
  • 볼따구
    볼따구
  • espresso
    espresso

  • MJ

  • 멍멍이131

  • yongs

  • 몽몰
  • 뭅뭅뭅뭅
    뭅뭅뭅뭅
  • 오대스시
    오대스시
  • 영화좋아요
    영화좋아요

  • 함덕
  • golgo
    golgo

댓글 1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여러모로 곱씹을 요소가 많죠. 잘 봤습니다.
19:52
22.06.29.
Monotone 작성자
golgo
한번 더 보려고요. 감사합니다. ㄷㄷㄷ
19:52
22.06.29.
2등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군요.
잘 읽었습니다. ^^
19:55
22.06.29.
3등
대박!!! 그런 관점에서도 설명해주시니 이해가 잘되네요!! 너무 신기해요!! 근데 박정민도 죽음으로서 사랑을 증명한건 아닌가요??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기도 자살하는 장면이 나와서요!
20:00
22.06.29.
Monotone 작성자
넥슬라이스
네. 극 중 자신의 죽음으로써 지독한 사랑을 증명한 두 사람이 바로 탕웨이와 박정민입니다.
20:01
22.06.29.
profile image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영화를 이해하는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네요:)

20:05
22.06.29.
Monotone 작성자
뭅뭅뭅뭅
감사합니다. 그냥 좋은 영화라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07
22.06.29.
와.. 읽으면서 제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것같아요!
감사합니다 잘읽었어요ㅎㅎ
20:05
22.06.29.
Monotone 작성자
브로콜리지

감사합니다. 사실 영화 본 뒤에 리뷰 글을 쓰면서 제 머릿속이 정리되었습니다! ㅋㅋ

20:07
22.06.29.
profile image
수십개의 주머니 속에서, 온갖 청결한 물건들을 구비해 놓지만, 정작 범죄의 증거들은 지극히 오염시킵니다.

>> 와 ,, 진짜 분석력 댑악 이마를 탁 치고 갑니다 ,,, 리스펙 ,,,🫢👏👏
21:56
22.06.29.
Monotone 작성자
minions
헐, 그런 수준 못 됩니다. 리스펙 반사입니다. ㄷㄷㄷ
22:20
22.06.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12시간 전08:38 7953
HOT 일본 애니메이터 시노미야 요시토시,애니메이션 <어 뉴 ... 1 Tulee Tulee 30분 전20:44 143
HOT 알 파치노-댄 스티븐스,엑소시즘 호러 <더 리추얼> 출연 2 Tulee Tulee 32분 전20:42 142
HOT 데렉 루크,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마이클> 출연 2 Tulee Tulee 32분 전20:42 138
HOT <시빌 워> 아이맥스 관람 후기 4 빼꼼무비 빼꼼무비 3시간 전18:11 809
HOT 영화도 문제인데 팬들이 더 문제가 되는 희한한 영화 <테... 3 스누P 1시간 전20:03 533
HOT 클리셰 범벅에 신파덕지덕지지만 깔끔한 신파 "인생대... 4 방랑야인 방랑야인 2시간 전19:07 722
HOT <챌린저스> 아이맥스 관람 후기 5 빼꼼무비 빼꼼무비 4시간 전16:27 1975
HOT [챌린저스] CGV 골든 에그 점수 93% 1 시작 시작 2시간 전18:52 393
HOT 변화 나서는 마블, 아이언하트 배우 없이 [아머 워즈] 찍는다 3 시작 시작 2시간 전18:35 885
HOT <악마와의 토크쇼> 메인 포스터 최초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36 762
HOT 박찬욱 감독 미드 '동조자', 전 세계 20개국 1위 4 시작 시작 2시간 전18:34 763
HOT 할리우드 매체의 '범죄도시 4' 사전 예매 신기록 ... 1 golgo golgo 2시간 전18:22 597
HOT 범죄도시 4 후기[약스포] 14 납득이안가요 납득이안가요 4시간 전17:08 1727
HOT CGV 아트하우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전 (5.1~5.14) 1 뚠뚠는개미 4시간 전16:44 689
HOT 범죄도시4 이번에도 천만각 액션약속 7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5시간 전16:08 1785
HOT 한예슬 WWD 코리아 3 NeoSun NeoSun 5시간 전15:51 751
HOT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 '영화 사업은 끝났다' 언급 8 NeoSun NeoSun 5시간 전15:34 1436
HOT 지브리 파크 전시 풍경 근황 1 NeoSun NeoSun 5시간 전15:18 731
HOT 프라임 비디오) 나의 사랑스러운 요괴 여자친구 - 초간단 후기 3 소설가 소설가 6시간 전15:01 625
1133883
normal
보내기 보내기 4분 전21:10 90
1133882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분 전21:05 38
1133881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2분 전21:02 79
1133880
image
Tulee Tulee 30분 전20:44 143
1133879
image
Tulee Tulee 31분 전20:43 51
1133878
image
Tulee Tulee 31분 전20:43 63
1133877
image
Tulee Tulee 32분 전20:42 142
1133876
image
Tulee Tulee 32분 전20:42 138
1133875
image
Tulee Tulee 33분 전20:41 80
1133874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42분 전20:32 141
1133873
image
스누P 1시간 전20:03 533
1133872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시간 전19:49 363
1133871
normal
모피어스 모피어스 1시간 전19:25 759
1133870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9:14 389
1133869
image
방랑야인 방랑야인 2시간 전19:07 722
113386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2시간 전19:01 332
1133867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8:52 393
1133866
image
e260 e260 2시간 전18:50 230
1133865
image
e260 e260 2시간 전18:50 218
1133864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40 377
113386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36 762
1133862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8:35 885
1133861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8:34 763
1133860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22 597
1133859
image
빼꼼무비 빼꼼무비 3시간 전18:11 809
1133858
image
IMAX IMAX 3시간 전18:03 582
1133857
image
왕정문 왕정문 3시간 전17:56 682
1133856
image
지빠겐 3시간 전17:44 386
1133855
image
지빠겐 3시간 전17:43 452
1133854
normal
지빠겐 3시간 전17:42 100
1133853
normal
지빠겐 3시간 전17:38 467
1133852
image
지빠겐 3시간 전17:36 368
1133851
normal
납득이안가요 납득이안가요 4시간 전17:08 1727
1133850
image
뚠뚠는개미 4시간 전16:44 689
1133849
image
빼꼼무비 빼꼼무비 4시간 전16:27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