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윤시내가 사라졌다> 단평
<윤시내가 사라졌다>
톱스타 가수 윤시내가 본인의 고별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집니다. 방송국이나 팬들도 난리가 났지만, 가장 큰 멘붕에 빠진 사람은 이미테이션 가수들이었습니다. '연시내'로 활동해 왔던 순이는 윤시내의 초기 이미테이션 가수와 연이 닿아있어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을까싶어 동료 가수 `운시내`와 함께 가시내, 윤신애, 윤사내를 만나며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합니다. 한편 관심종자인 유튜버 짱아는 어머니 '연시내'의 그런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떡상을 노리는데...
실존인물인 가수 윤시내씨가 특별 출연하고, 그녀의 노래인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가 계속 울려퍼지는 영화라는 점이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에서 순이(오민애)와 딸 장하다(이주영)는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면서 만날 때마다 서로의 상처를 헤집어 놓습니다. 윤시내에게 푹 빠져서 딸에게 관심을 주지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은 쉽게 풀릴 수 없고, 엄마 역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딸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순이가 이미테이션 가수가 된 이유는 스스로의 삶에서 비루함을 느끼는 가운데 자신이 푹 빠진 가수와 비슷하게 꾸미고 행동하면 자신의 삶도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었고, 하다가 관심종자가 된 건 그런 어머니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서 생긴 애정결핍 때문이었습니다.
윤시내가 나오는 브라운관 화면을 가리고 노래와 춤을 추는 딸에게 짜증을 냈던 일이 이 둘의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사건이었는데, 알고보니 엄마는 딸이 자신처럼 될까봐 무서워서 그런 반응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 둘은 사실 나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받는 경험을 하지 못했고, 각기 이미테이션 가수와 관심종자로 거듭난 것이었는데, 사랑의 결핍은 사람을 참 극단적으로 몰고간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이 두 모녀가 속내를 털어놓으며 덤덤하게 화해하는 장면, 자신의 우상인 윤시내씨가 와 있는 줄도 모르고 의식불명의 1대 이미테이션 가수 앞에서 그녀의 노래를 열창하는 순이와 그걸 모른척 하는 하다의 모습, 그리고 운시내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다가 바라보며 엄마의 심정(혹은 이미테이션 가수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헤아릴 줄 알게 되는 장면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에는 공연을 하는 모습이 참 많이 나오는데,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하는 순간만큼은 그들은 세상에서 자유로워지고, 본인의 영역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관객이 대놓고 바라보면 수줍어서 공연을 멈추고 마는 가시내씨의 공연 모습도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였네요.
<경아의 딸>도 그렇고, 엄마와 딸과의 관계는 참 독특한 것 같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존재이면서도, 또 사랑을 갈구하고 서로에게 구애되는... 영화가 끝나고도 <그대에게 벗어나고파>가 계속 생각나는데, 영화의 주제를 잘 담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곡 자체의 후크가 대단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대에게 벗어나고파>
한줌의 미련을 움켜쥐고
울어도 그리움은 맺혀있고
희미하게 멀어질 사연이건만
때때로 폭풍처럼 뜨겁게 휘저가네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지쳐버린 내 영혼 조금 씩이라도
벗어나고파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지나간 어둡잖은 사연일랑
성난 파도야 삼켜버려
옛사연에 휘말려 복받쳐 울어도
떠밀리는 세월에 그사람 떠나가네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지쳐버린 내 영혼 조금 씩이라도
벗어나고파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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