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 예전(2004. 7)에 썼던 리뷰
경쾌한 음악에 맞춰 퇴근하는 한 직장인. 화면이 바뀐 후 그는 창녀와의 섹스 후 갑작스레 쇠파이프로 그녀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친다. 사건현장. 사인은 둔기에 의한 가격이 아닌 목에서 가슴까지 X자로 그어진 자상에 의한 출혈과다. 벌써 두 달간 같은 방식으로 세 명째 희생자가 나왔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시청 형사 타나베는 정신병에 시달리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의 신경증도 점점 폭발해간다...
먼저 <큐어>는 정말 무섭다.
나 자신에게 내재된 것. 타자가 아닌 내안의 그 무언가, 나도 알 수 없는 나 자신이 주는 공포. 그건 령적인 존재,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가 보여 주는 깜짝쇼와는 다른 차원의 전율이다. 이 무서움은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우리가 때때로 얼마나 지독한 악의를 품는가? 우리가 품은 악의의 도화선에 누가 살짝 불만 붙여 준다면. 악마는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타나베 형사가 동네 세탁소에서 우연히 본 직장인은 악의에 찬 말을 중얼대다가 세탁소 주인이 맡긴 세탁물을 돌려주자 다시 예의바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섬뜩! 당신과 내가 다른가?(말할 것도 없이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다. 당장 국내 포탈의 메인 뉴스 리스트들을 보아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최면 치료(큐어 cure?)를 모티브로 한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일상의 소도구들을 남다르게 배치함으로써 공포를 배가시킨다.(타나베 아내는 정신병 때문에 빈 세탁기를 쉴새 없이 돌린다. 그 세탁기 도는 소리, 그리고 라이터 불, 씽크대의 물...)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의 섬뜩한 연기. 조금씩 조금씩 내재된 악의의 봉인이 균열을 일으켜 가는 모습..
라스트 병원에서 아내가 예의 X자 자상 시체로 나타난 시점에 항상 가던 레스토랑에서 전과 달리 맛있게 식사를 끝내고 담배를 피우는 타나베 형사의 모습에서는 정말이지 머리털이 쭈뼛 슨다.
근데 여긴 어디지? 당신은 누군가? 그래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근데 도대체 당신은 누구지???
아. .그 세탁소 장면도
좀 이상한 장면들 많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다 의미가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