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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5 <큐어> GV 전문

목마른철새 목마른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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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5 에 있었던 코엑스 메가박스 <큐어> GV 행사 녹음을 적어봤습니다.

※ 개인적으로 괜찮은 GV 였다고 생각해서 <큐어>를 보신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 ^

 

 

 

참석 :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오승욱 감독
진행 : 주성철 전 씨네 21 편집장

 

 

주성철 : 시간이 너무 부족 하다는 게 너무 안타깝지만 어쨌든 오늘 두 감독님의 간단한 인사 말씀 듣고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구로사와 기요시입니다. 오늘(5월 5일)이 한국의 휴일이라고 들었는데 밖 날씨도 굉장히 좋더라고요. 밖에 나가서 즐겁게 노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 이렇게 어두운 영화를 보러 많은 분이 와주셔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일부러 휴일에 <큐어>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승욱 감독님 : 안녕하세요.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대단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셨을 거 같아요. 저는 오늘 25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는데요. 예전에는 못 봤던 것들도 많이 보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질문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오늘 굉장히 두근두근 거립니다. 감사합니다.

 

 

주성철 : 두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 작품이 1997년 작품이죠. 그런데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시점이 98년 10월입니다. 그 당시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를 시작으로 많은 일본 영화들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죠. 98년부터 개방되었기 때문에 97년 작품인 <큐어>는 그 전에 전국의 수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이른바 불법 상영으로 봤던 작품이었습니다. 당시에 그렇게 상영했던 작품들을 보자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라던가 여러분이 아시는 공포영화 <링 1편> 그리고 <큐어>, 이렇게 세 작품이 빅3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 작품들은 당시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아, 이게 지금 일본 영화의 수준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해준 화제의 중심에 섰던 작품들이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 <큐어>라는 작품은 그 뒤로도 정식 개봉하지 않았고 OTT 서비스로도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여러분은 사실상 25년만에 좋은 화질로 <큐어>라는 작품을 제대로 만나는 경험을 하셨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오승욱 감독님 : 그...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초창기 때에는 다 불법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특히 오타... 매니아가 되면, 전 세계의 모든 매니아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다 불법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를 데뷔 후 작품을 준비하던 98년도에 처음 봤는데요. 아는 지인이 ‘정말 깜짝 놀랄 작품이 있다.’ 라고 하면서 두 편의 비디오를 보여줬는데 그게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헬프리스> 그리고 <큐어> 이 두 작품이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 두 영화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열등감에 이르는 것과는 다른 건데... 질투...랄까. ‘와 진짜 영화 잘 만드는구나. 어떻게 저렇게 완성도 있게 영화를 만들 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말이 되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친구하고 둘이서 앉아서 "우리도 정말 이렇게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열망이 어마어마하게 가득 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감회가 새로워요. 그 해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주성철 : 먼저 이 두 사람의 열광적인 반응을 전해 들으셨을 텐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구로사와 감독님 : 일단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전부터 한국 분들이 이 영화를 봐 주셨다는 점에서 감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25년 전에 이 영화를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순수하게 ‘이러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욕망이 크게 있었다는 점이고요. 영화라는 게 굉장히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데 ‘영화가 할 수 있는 표현의 한계까지 도전하고 싶다’라는 그런 순수한 욕망과 바람, 그리고 저의 정열이 들어가 있는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이 영화를 만들 때 이 영화를 관람한 분들의 반응이나 국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고 일본 사회의 문제 같은 것을 많은 분에게 들어내 알리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점 또한 확실합니다. 그저 한계까지 도전하고 싶다는 심플한 욕망으로 만든 영화였지만 의외로 이러한 영화가 시대를 넘어서서 여전히 트렌디하고 많은 세대에게 여러 가지 시점으로 해석되면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아주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오승욱 감독님 : 22~23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이 <큐어>라는 영화에 압도당한 이유는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꽉 쥐고 가는 것, 그것이 그 당시에 굉장히 놀라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의 행동도 없고 깔리는 음악이나 소리도 없지만, 화면 전체에서 공기는 흐르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놀라웠어요. 그래서 이 <큐어> 이후에 많은 한국 미스터리, 공포물들이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다시 이 영화를 보니까 우리나라 영화에서 인물이 하는 고민에 대한 샷을 항상 뒷모습에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공기로 미루어 짐작하도록 연출을 많이 했는데 이것 또한 이 영화에서 잠재적으로 가지고 온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단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 이전에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정면을 증명사진처럼 나오는 샷들이 많이 없었고 굉장히 꺼렸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이후에는 정면으로 샷을 주는 것들에 대하여 부담스러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느낀 게 저희는 배우가 말이 없이 행동으로만 하는 장면을 편집할 때 굉장히 부담스러워 하는데 그것들을 영화 속에다가 적극 사용하려는 모습을 <큐어>에서 보고 정말 너무나도 놀라운 영화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인간의 감정을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놀랬었던 거 같아요.

 

 

구로사와 감독님 :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저도 전주 영화제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저희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것이었는데 요. '잘도 이렇게 내가 찍었구나'라고 저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렇게 찍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하고 영화를 찍었었는데 지금 보니 몹시도 불친절하고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점들 때문에 수많은 해석이 나오는 영화가 된 거 같긴 하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고 가다니'라고 스스로 조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찍을 때 제가 기억이 나는 것은 조금 전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과 관련이 있는데 '텅 비여 있다‘라는 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하여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마미야가 하는 대사 속에서도 나오는데요, "나는 텅 비여있다."라고 말하는데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를 표현하기 위해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실내를 찍어보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이 아닌 실내라는 어떤 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빈 의자를 찍어보기도 하고 아주 넓은 공간의 구석에 3명의 사람만 서 있는 장면을 찍어보기도 했고 프레임 안에 있던 사람이 그 안에서 벗어나 버린 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장면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다'라는 것을 찍어보기 위해서 수많은 실험을 했던 작품이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로 알수 없게 찍은 영화가 겨우 성립하게 된 이유는 말 그대로 이 영화는 '사이코 스릴러' 장르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데 이러한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아무도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확하게 형사가 있고 범죄가 일어나고 범인이 있고 범인을 체포하는 장르 영화의 구조를 확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큐어>가 장르영화의 구조를 빌려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성에 대하여 실험을 하고 실현을 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승욱 감독님 : 장르 영화적인 접근법에 대하여 말씀을 해주셔서 드리고 싶은 질문인대요. 사실 이 작품이 그 당시 얼마나 대단한 반응을 얻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 중 하나가 90년대 일본에 <영화예술(映?芸術)>이라는 유명한 월간 예술 잡지가 있었는데 97년에 일본 영화 베스트를 선정할 때 베스트 1위로 뽑은 영화가 바로 이 <큐어> 였습니다. 그런데 97년이 바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라고 하는 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을 해왔거든요? 그런데 그 <우나기>를 제치고 유명한 영화 문화 잡지에서 1위로 꼽았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고요. 이 영화가 특별하다는 점들이 어떤 곳에서 발견될까 생각해보면 앞에서 장르적인 접근을 말씀해주셨는데 다들 이 작품을 오늘 보셔서 아시겠지만, 연쇄 살인범이 등장하는 장르적인 연출은 조금 지양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X자로 목을 긋는다거나 잔인하게 살인이 벌어지는 순간들을 장르적으로 담아냈다는 느낌은 없다는 게 굉장히 놀라운 건데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무서운 장면을 하나 꼽으라 하면 연쇄 살인을 하는 순간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세탁기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 저는 그게 제일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지 궁금합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먼저 설명해 드리자면 말씀하신 <영화예술(映?芸術)>이라는 잡지에서 그때 저희 <큐어>를 베스트 1 영화로 뽑아주신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영화예술(映?芸術)> 잡지에서 베스트 10을 고르는 심사위원들이 전부 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 잡지에서는 <큐어>가 1위였는데요. 그 당시에 있었던 다른 영화 잡지들이 뽑은 영화 순위에는 <큐어>가 순위권에 들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일단 이 부분을 설명해 드리고요. <큐어>를 전 처음에는 정말로 순수한 사이코 스릴러 장르로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각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원하던 미국 영화처럼 그러한 장르 영화가 되길 바랐는데 쓰다 보니 그렇게 잘되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사이코 스릴러 장르 영화는 형사가 있고 형사는 오로지 수사만 하고 그렇게 해서 범인을 체포하게 되는 것이 기본적인 장르의 법칙인데 <큐어>는 그렇게 풀리지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장르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형사의 아내를 등장시켜보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르적으로 이 형사가 수사만 해야 하는데 아내가 나옴으로써 프라이빗한 삶이 나오게 되는 거잖아요? 그것은 절대 하면 안 되지만 어쩔수 없이 넣어보았더니 갑자기 그 순간부터 <큐어>라는 이 영화의 내용이 다른 곳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면서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영화로 뻗어져 나가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승욱 감독님 : 굉장히 행복한 경험이신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번번이 실패를 해서요. 제가 영화를 찍을 때 무언가를 넣을 때마다 항상 편집할 때 곁가지가 되는 거 같아서 빼버리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형사와 형사 아내 부분이 이 영화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리고 또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저같은 경우에도 영화의 장르나 무슨 이야기를 할까를 되게 생각 안 하는 편인 거 같아요. 시나리오를 계속 쓰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나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할까 같은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어떤 이야기를 할까는 정해져 있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죄를 지은 사람이나 배신자가 그리는 이야기는 항상 대체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어떤 옷을 걸칠까 그러니까 형사 느와르를 걸칠까 깡패를 걸칠까 SF를 걸칠까 무협 영화를 걸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거죠. 그런데 감독님의 인터뷰나 이런 것들을 쭉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영화광들이 비슷하게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러니까 영화광들은 내가 할 얘기는 항상 밑에 있고 그 위에 어떤 옷을 입혀서 이걸 만들어볼까 같은 생각들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님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저도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님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서 감독님 만나면 그 이야기 꼭 해야겠다. 이런 생각 하면서 왔었거든요?

 

 

구로사와 감독님 : 네 일단 저는 말씀하신 대로 굉장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긴 합니다. 원래부터 영화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고 있고요. 그리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다가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 저의 인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어떤 분들은 영화를 만들게 되시면서 영화를 보지 않게 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보는 것도 싫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많은 영화를 봤고 좋아하는 영화도 많고 이렇게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님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영화 팬으로서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 세대적으로 저는 젊을 때 정말 많은 영화를 본 세대였습니다. 그때가 1970년대였는데요 특히 제가 많이 보았던 영화는 미국 영화들이 많이 있었고 그 영향을 지금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떠한 감독님들의 영화를 보았느냐면 일단 로버드 알드리치 감독님, 돈 시겔 감독님, 리쳐드 플라이셔 감독님 등의 영화를 자주 보았습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1940~1950년대에 걸쳐서 미국의 장르 영화라는 것을 만드신 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장르영화라는 것을 만들고 70년대쯤이 되어서는 본인들이 만들고 확립시킨 장르 영화의 법칙을 스스로 해체하는 영화를 만드셨습니다. 등장인물 중에서도 등장시켜서는 안 될만한 인물을 등장시키기 시작하시고 그러면서 본인들이 만드신 법칙을 배신하는 작품들을 만드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러한 작품을 만드신 대표적인 감독님이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님이시고요. 그래서 저는 그분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고 <큐어>도 당연히 그분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장르 영화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넣어서는 안 될 인물을 넣는다거나 이러한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도 제가 영화를 만드는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주성철 : 지금 시간이 거의 절반이 지났거든요. 시간 정말 잘 지나가죠? 그래서 금방 말씀하셨던 내용을 요약을 해보면 장르적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어떻게 독특한 영화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잘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님이나 돈 시겔 감독님, 리쳐드 플라이셔 감독들은 사실 다른 감독님들이 좋아하는 감독님 명단에서 보기 힘든 분들인데 이 두 감독님께서는 늘 영향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끼친 감독님들이시기도 하죠. 그래서 조금 더 찾아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 같구요. 그리고 제가 쭉 질문들을 보고 있었는데 너무 많아서 지금부터 조금씩 소화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가장 중복되게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데요. 사실 <큐어>라는 제목 자체가 원래 일본 영화 제목이 있고 그걸 해석한 제목이 아닌 원제목 자체가 <큐어>이거든요. <큐어>라는 제목이 치료, 구제 구원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마지막 타카베 형사의 모습이 뭔가 좀 구원받은 상태, 치료된 상태라고 이해를 한다면 사실 굉장히 소름이 끼치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더군다나 마지막에 타카베 형사가 원래 마미야가 하던 것을 넘겨 받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많은데요. 감독님께 마지막 장면에 대하여 해석까지 포함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제가 마지막 장면을 왜 그렇게 찍었는지는 솔직히 지금은 잊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현장에서 야쿠쇼 코지 배우에게 했던 이야기는 기억이 납니다. "타카베는 지금 이때까지 앉고 있었던 모든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부인으로부터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포지션, 모럴, 질서, 반복된 관습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거기에서 겉으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즉, 그런 의미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스트레스로부터 치료되었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까 제목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런식으로 영화가 끝이 나기 때문에 제목이 <큐어>다 라고 말씀드리면 굉장히 멋지겠죠? 하지만 사실은 이 영화의 제목은 <큐어>가 아니었고 <전도사>였습니다. 영화 각본을 쓸 때도 <전도사>였구요. 촬영을 할 때도 <전도사>라는 영화로 찍은 것이었습니다. 제목의 전도사는 영화에서 나오는 x자로 사람의 목을 가르는 의식을 계속하고 그 의식을 계속하면서 누군가에게 전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고 결국에는 타카베가 그 의식을 계승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를 찍은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편집하는 당시 여러분도 아실 수 있겠지만, 일본에서 옴진리교라는 종교단체가 일으킨 아주 엄청나게난 사건이 일어나 일본 전체가 난리가 났고 그래서 전도사라는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제목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제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이름을 뭐로 하지라고 다들 고민하다가 누군가가 ”큐어 어때요?“라고 했는데 다들 마음에 들어 해서 어쩌다 보니 <큐어>로 제목이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되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큐어>라는 제목에 관련해서 이러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주성철 : 그리고 또 중복되는 질문 중 하나가 뭐냐면요. 오프닝에 한 여성이 <푸른 수염>이라는 소설을 낭독하고 있고 그 여성이 알고 보니 다카베 형사의 아내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되는데요. <푸른 수염>이라는 소설 자체를 읽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게 그 소설 자체가 자신의 6명의 아내를 죽인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영화 초반부터 스포일러 한다고 느낄 수도 있는 굉장히 야심적인 도입부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푸른 수염> 이야기로 영화를 시작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푸른 수염>에 대해서도 굉장히 여러 번 질문을 받았는데요. 사실은 그렇게 깊은 의도가 있어서 <푸른 수염>을 넣은 것은 아닙니다. 사실은 정신 분석학이나 정신 분석 의학에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분에게 의사가 치료할 때 그분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잘 읽게 하는 책이 <푸른 수염>이고 그걸 읽고 나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서 그분의 감상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정보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정신 의료에서 전형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책을 영화에 넣은 것이지 <푸른 수염>이 영화 전체의 심볼이 된다거나 그런 의도를 가지고 영화에 넣은 것은 아닙니다.

 

 

주성철 : 네 그리고 또 이 작품이 장르적으로 시작했는데도 독창적인 영화로 나아가게 되었을까 생각하면서 궁금했던 점인데요.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라이터 불, 이 불과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물의 이미지가 있어요. 물의 이미지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의 이전 영화들에서도 많이 볼 수가 있던 이미지인데 영화에서 이 불과 물의 이미지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쿠로사와 감독님 : 먼저 라이터 불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이 라이터 불이 지금 여러분께는 어떻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최면 암시를 걸 때 상대의 시선을 유도해서 한곳에 고정해서 최면을 걸게 되잖아요? 그러한 집중 유도 도구로서 자주 불을 사용하기는 하는데요. 사실 지금 여러분이 라이터를 얼마나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시는지 궁금하긴 한데 그 시대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라이터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만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이 있었고 우리 주위에 있는 물건 중에 가장 흔해 빠진 물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었고 갑자기 어디에서 누가 라이터를 꺼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누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가지고 있는 물건인데 그걸로 누군가에게 최면을 건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소품을 사용하기보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품으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사용한 소품이 바로 라이터 불 이였습니다.

그리고 불을 사용하다가 영화 중간에 도구가 물로 바뀌게 되잖아요? 그것은 사실 제가 갑자기 떠올라서 설정한 것이긴 했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물이 조금이라도 흐르고 있으면 아무 이유도 없이 문득 그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 듯 그냥 흘러가는 물이 신경이 쓰여서 계속 보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물 또한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것이기 때문에 아무 의미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시선을 끌게 되는 도구로써 사용을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생각해보면 마미야라는 인간 자체는 적극적으로 누군가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강하게 무언가를 주장하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존재감이 없어 보이고 텅 비어있다고 본인도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있으면 주위에 누군가 다가와서 괜찮으냐 물어보고 이름은 뭐냐 물어보는 등 이유도 없이 주목을 받는 존재가 마미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위의 사람들이 본인을 주목하면서 다가오면서 본인의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를 시작하게 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마미야라는 사람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는 의미에서 불과 물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성철 : 질문 중에 이 작품 전후로 해서 감독님이 다루고자 하는 근본적인 주제, 테마에 대하여 질문을 해주신 분들이 있으신데요.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인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간다가와 음란전쟁> 등의 작품들을 한국에 있는 젊은 영화광들이 보면서 열광했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큐어>를 전후로 해서 작품들이 이전과 달리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제목 자체도 굉장히 달라졌죠.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같은 제목에서 <큐어> 이후로는 <회로>, <절규> 같은 제목의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에요. 그러면서 ”기억의 상실“같은 깊이가 있는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신 거 같다고 하시면서요. 이 시기에 이러한 테마를 집중적으로 다루시게 된 계기라던가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합니다.

 

 

 

쿠로사와 감독님 : 일단은 말씀하신 초기부터 중반까지 제가 의식적으로 뭔가를 변화시키려고 했다거나 무언가가 딱히 변했다는 생각은 확실하게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 알고 있는 것은 적어도 <절규>까지는 제가 만들었던 대부분 작품에서 주인공이 나와 연령이 비슷한 남자였다고 생각을 하고 그 대표적인 배우가 야쿠소 쿄지 배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그려냈던 것은 대부분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 내가 생각했었던 고민 그러한 것들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주인공에게 투영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고민이 많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항상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큐어>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그때 영화를 만들 때에는 마지막에 엔딩을 어떤 식으로 할지가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해피엔드로 끝낼 것인지 어떻게 결말을 내릴 수 없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알 수 없이 영화를 끝내버리는 그러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가장 많이 변화가 된 시기라는 것은 결국 아까 이야기한 남자주인공에게 저를 투영하는 것을 졸업하게 된 시기입니다. 그것은 저와 전혀 별개의 인물에 대하여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그것의 계기는 제가 집필한 작품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하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최근 10년 정도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굉장히 많이 늘렸고 그러한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그러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젊은 여성이 주인공으로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 말은 제가 이때까지 앉고 있던 문제와 전혀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거죠.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다 보니 주인공은 저보다 훨씬 자유롭고 문제가 닥쳐오면 그것을 가볍게 넘어서고 행복을 향해 스트레이트 하게 전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젊은 여성을 제가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야 저는 '나는 누구인가?' 혹은 '너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들에서 벗어나고 해방될 수 있었고 그 뒤로 최근까지 계속해서 젊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서 굉장히 다양한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그려내게 되었다는 점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성철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이 지금 올라와 있는 질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한 인기가 굉장히 높잖아요? 그런데 하마구치 감독이 기요시 감독님의 제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학생' 하마구치 류스케에 대한 질문이 아주 많아서 어떠한 학생이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요 옛날에 학생이었을 때 항상 똑같은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넌 이런식으로 똑같은 영화 계속 만드는 것을 관두라고 너무나 많이 했는데 제 말을 하나도 듣지 않았고요. 이후에도 그의 여러 가지 영화를 봤는데 "야 이거 너무 길다.", "대사가 너무 많다.", "인물을 좀 움직이게 해라.", "그렇게 클로즈업만 많이 찍으면 안 된다." 같은 잔소리를 엄청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이야기는 하나도 듣지 않았구요. 본인이 믿고 있는 영화만을 계속 만들어서 오늘날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하마구치는 이미 나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성철 : 정말 시간이 아쉽습니다. 끝을 내야 하는 시간인데요. 좋은 질문들이 많이 올라왔지만, 시간관계상 여기까지 해야 한다는 점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두 감독님의 마지막 인사 말씀 듣고 오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승욱 감독님 : 존경하는 감독님을 뵙고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코로나 상황에서 좀 더 좋은 미래가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오늘 또 간절하게 소원을 빌어봅니다. 감독님의 건강 그리고 다음 좋은 작품을 또 만나뵙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구로사와 감독님 : 여러분과의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같이 영화를 찍는 일을 하는 감독님과 함께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역시나 같은 일을 하니까 말을 하면서도 같은 감각을 느끼고 바로 통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기분 좋은 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25년 전에 제가 만들었던 영화가 드디어 한국에서 제대로 스크린에서 개봉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일은 일본에서도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일단 굉장히 기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기 앉아계신 여러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 영화를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화라는 것은 시대와 사회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갑자기 짠하고 여러분 앞에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영화의 힘을 믿으시고 이 큐어라는 영화를 두 번 세 번 좀 더 체험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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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개인적으론 전주 GV에 비해 꽤 실망스러웠던 GV네요 ㅠㅠ
그래도 끝난 후 감독님 싸인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12:20
22.06.28.
3등
익스트림무비 인터뷰보다 양질의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07:56
22.07.01.
옥수수쨩
삭제된 댓글입니다.
22:13
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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