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시사] 헤어질 결심 - 여운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이제서야
영화를 보고 난 뒤 정훈희,송창식의 '안개'를 계속 들으며 영화 속 해준과 서래의 모습들을 그리면서 며칠 째 여운에 잠겨있네요-
영화에서는 서래의 주제곡인줄만 알았는데 엔딩과 함께 크레딧에서 등장하는 송창식님의 남자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영화를 다시 되짚어보는 여운이 참 좋았습니다-
바위산과 바다는 이들의 관계뿐 아니라 남녀관계를 잘 보여주는거 같았어요-
계속 맞닿아있는게 아니고 조수간만으로 밀당하는 모습, 잔잔하다가도 바람이 불면 성나게 파도치는 모습 등 결국 서로 닿아서 소리가 나고 물결이 생기는 남녀의 만남을 떠올리게 하네요-
초반 시체실에서 탕웨이를 바라보는 몇초 간 박해일의 눈빛을 보자마자 저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그래 이거지' 하며 그 눈 속에 아니 영화에 빠져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박찬욱감독하면 떠오르는 미장센이기에 이번에 어떠한 장면들을 보여줄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화면 가득 꼼꼼한 영상미 이전에 영화 곳곳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카메라의 각도와 시선은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을 색다르고 재미있게 보게 해주었습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모습이나 스마트폰 안에서 밖을 보는 모습, 높은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모습 등 다양한 각도의 시선은 예전 영화에서도 항상 보이던 시선을 이번엔 사람을 벗어나 더 흥미로웠네요-
관음을 빼먹지 않는 변태감독님이기에 이번 잠복수사를 핑계로 등장한 망원경이 반가웠습니다-
단순히 바라보는것을 넘어서서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숨소리에 냄새까지 가져가는 포인트는 역시 박찬욱이다! 즐거웠네요-
그냥 어항일 뿐인데 카메라 이동과 각도, 캐릭터 위치, 물고기 한마리, 색 등 디테일이 살아숨쉬는 장면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화면 전환시에 인물의 행동이나 조명, 배경등이 비슷하게 넘어가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사건이나 장소이지만 비슷한 행동과 사물을 통해 바뀌면서 이동하는 장면들이 다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는거 같았습니다-
리뷰를 쓰다보니 아직까지도 초반부분인것을 보면 그냥 초반부터 푹 빠져있었구나를 느끼네요 ㅎㅎ
기대한만큼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했고 또 그이상으로 예쁜 장면들을 보여주시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발생한 사건에서 건물옥상추격씬은 평소에 그저 강하게 느껴졌던 청록색페인트들이 필터가 들어가서 예쁜 청록색으로 보이는 장면도 기억에 남네요-
두 배우의 모습말고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보를 모르고가서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있어서 좋았고 하나하나 독특한 모습과 연기가 좋았습니다-
중국인이 말하는 한국어의 발음이나 경상도 사투리가 들어간 말투 등 처음에는 어색하고 잘 안들리다가도 익숙해지니 어울리고 재미있었네요-
매 영화마다 나오는 남자배우들의 대사 마지막에 툭툭 내뱉는 짧은 대사들도 역시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송강호 배우나 하정우 배우가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이번 박해일배우의 깨알대사들도 웃음짓게 하네요 ㅎㅎ
질문마다 대답을 길게 해주시는 모습에 하나하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탕웨이배우를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였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19세 관람가가 붙어서 피 튀기고 자극적이고 눈을 찌뿌리게 하는 장면없는 감독님의 작품이라니 어색하려나 했지만 그것을 오히려 남녀의 감정에 투자를 하니 이렇게 여운이 길게 밀려오네요!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리뷰도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게되었네요-
그래도 주변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는거는 틀림없습니다!
다른걸 떠나서 영화가 재미있어야 추천을 하는데 그냥 영화 자체가 재미있네요!
부담스러운 장면도 없고 수사물로 단서를 찾고 해결되어지는걸 보는 맛도 있고 남녀의 진한 멜로도 가져가는 순한맛 박찬욱표 영화 꼭 영화관에서 보시길!
곧 n차 할 생각에 두근두근합니다!
어색한 한국어 연기가 오히려 매력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