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 시사) 헤어질 결심 감상문(영화 내용 있음)

사랑의 강렬함과 슴슴함이 갈마드는 이곳!

산들바람인 줄 알고 창을 활짝 열었더니

어느새 태풍이 휘몰아쳐 온 마음을 헤집다.

1. 사람

만남도 일종의 사고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정말 신만이 알고 있겠죠.

아내를 살뜰히 챙기던 해준이

서래와의 만남으로 자신이 그렇게 바뀔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간병하던 어머니를 당신의 소원대로 떠난 보낸 서래가

우여곡절 끝에 정착한 이 땅에서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길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싶습니다.

삶의 어귀마다 운명이 던져 놓은 함정들이 있다면

그리고 이런 사랑의 함정이라면 한번쯤 발목을 잡혀도 좋겠습니다.

2. 산

바위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그의 젊은 부인.

그녀를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는 보는 형사.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존재이죠.

묵묵히 우리를 둘러싸고 지켜봅니다.

사람이 아무리 산을 올라도

산 전체를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해준이 잠복수사 하며 매일 밤 서래를 지켜보아도

그녀의 일부만을 볼 수 있을 뿐이죠.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랑한다고 해서 속속들이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적당히 가려지고 묻힌 진실들 사이에서

사랑은 더 활짝 피어나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만유인력의 법칙에 이끌린 사과가 낙하하듯

심장이 쿵! 서로에게 반응하는 해준과 서래.

3. 바다

낙조에 물든 잔잔한 바다에 일렁이는 눈부신 물비늘.

한없이 고요할 것 같은 바다에 일순 해무가 피어오르고

강한 해풍에 밀물이 몰아치는 광포함이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 갖는 고요함이면서

사랑의 격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려드는 파도는 앞에 있던 것을 부수고 덮어 버리고

흔적마저 말끔히 지워버리지요.

그렇다고 해준과 서래의 만남이, 그들의 사랑이

없던 것이 되는 걸까요?

4, 마음

헤어질 결심.

앞으로 그리 하겠다는 다짐이죠.

해준과 서래는 아직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헤어진다는 건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고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감정이 싹 텄음을 전제로 하고요.

실체가 없는 마음이란 것은

어떻게 존재할까요? 어디에 존재할까요?

이별한다고 해서 혹은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한 때 존재했던 마음까지도 부정되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서 헤어질 결심이란 말은 역설적으로

해준과 서래의 가장 뜨거운 사랑의 순간을

돋보이게 방점을 찍는 표현입니다.

다시 볼 결심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