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익무 헤어질 결심 GV 후기(스포가 있음)
헤결 GV시사화 다녀왔습니다. 영화 감독 중에서 제가 제일 사랑하는 감독님이라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익무 감사합니다!
1.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님의 로맨스 영화입니다. 그동안 봤던 박감독님 영화와는 달리 잔잔하고, 두 사람의 감정선을 위주로 이야기를 다룬 찐 로맨스라 새로웠습니다. 게다가 유머까지 들어있어서 감독님의 이러한 시도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2. 그동안 로맨스는 이별과 사랑이 분명하게 나눠지는 영화가 많았다면, 헤결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 점에서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별합니다. 역시나 셔레이드(인물의 말이 아닌, 표정,행동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를 활용하거나 은유적인 대사를 통해 이둘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린 느낄 수 있습니다.
ex.)" 그 폰은 바다에 버려요(?)"-서래가 범인인 것을 알았음에도 숨겨주려고 했어요.
3. 헤결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서래가 해준(형사)을 만나기 위한 방법은 꼭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해준은 유부남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기 위한 가장 합당한 방법이 사건현장밖에 없었죠. 해준 또한 서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사건을 빌미로 서래를 만납니다.
4.박찬욱하면 미장센 다들 아시죠? 특히 벽지! 산인지, 바다의 파도같은지 모를 푸른? 녹색?의 벽지가 정말 인상적이였습니다. 영화에서도 서래의 옷이 파린색인지 녹색인지 해준이 헷갈려하는데 이또한 벽지도 의도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푸른색은 바다, 녹색은 산인거죠.
5. 이 영화는 산에서 시작해, 바다로 끝납니다. 산은 첫 사건현장이자 서래를 만났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어질 수 없었던 사랑에 결국 서래는 바다에서 자살을 선택합니다. 이때, 서래가 죽기위해 땅을 파고, 팠던 모래는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이는 산 사건으로 인해 처음 만났던 해준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곧이어 파도가 물려와 그 산을 깍아버리고 서래 또한 물에 잠겨 죽게 됩니다. 이는 자신이 해준을 잊지 못하니 누군가 해준을 잊을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파도에 밀려나듯, 자신의 사랑도 끝나다는 것을 말해주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6.서래는 해준에게 자신을 불쌍한 여자라고 말합니다. 첫 남편, 둘 째 남편 모두가 죽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기에 해준의 의심을 받습니다. 저는 이 대사가 자신의 남편이 모두 죽어서 이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질 수 없어서 또는 자신을 불쌍한 여자라고 생각해줬음 하는 바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7. 서래는 이중적인 성격입니다. 첫 번째 남편이 정말로 그녀를 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공무원인 남편을 죽였고, 둘 째 남편 또한 죽게되어 피를 닦고 정리하는 모습은 마치 감정없는 사이코패스 같기도합니다. 하지만 간병인으로 일하는 곳에서의 서래는 에이스이자 할머니에게 사랑을 받는 천사처럼 보입니다.
8. 서래는 중국인입니다. 한국말이 미숙하지만 한국인들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구사합니다. 마침내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는 단어죠. 그래서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서래의 대사가 몇 개 잘 들리지 않아서 자막을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ott로도 나온다면 그때는 자막 설정하시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9.해준은 불면증을 앓고 있으며 안구 건조증이 있어 인공눈물을 자주 뿌립니다. 그의 머리 속엔 오로지 미결된 사건들로 가득했고 얼마나 사건에 집착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습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10. 해준은 산에서 남편이 죽은 사건으로 아내인 서래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첫눈에 반한 해준은 서래에게 비싼 초밥을 사주지만,
두번 째 사건에서 핫도그로 바뀝니다. 이는 해준이 서래에 대한 마음이 사그라들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11. 아이폰의 사용으로 인한 문자, 독특한 화면 구성이 특이했습니다. 특히 눈알의 시점샷이 색달랐고, 디졸브가 많이 사용되었더라구요.
(디졸브-앞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음 화면이 나타나 겹쳐보이는 것)
12. 저는 눈을 파먹는 개미가 인상적이였습니다.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에서도 대수의 환각으로 개미가 팔에 기어다니고, 미도에게는 대왕개미가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올드보이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올드보이에서 개미는 이들의 외로움을 더 극대화 시켜주었다면, 헤결에서의 개미는 육체를 빼앗아가는 존재로 사용되었습니다.
13. 해준과 아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 안개 마을?입니다. 안개는 때론 신비하기도 하면서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해준의 답답한 마음, 범인이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 저의 헤결 후기였습니다. 이날 피곤함으로 인해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어서 정확하지 않지만, n차 후에 더 자세한 분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쓰느라 오래 걸렸지만 박감독님 헤결 많이많이 극장에서 봐주세요! 감독님 영화가 흥행했으면 좋겠어요. (감독님도 그것을 바라고 계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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