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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장문) 영화 실종 보고 왔습니다...review

11과숫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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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한지 기억하는 이들이 랠리전에서 승리한다.
.
가끔씩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말 뜨악하게 만든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누군가에게 당신에게 5억을 주는 대신 감옥에서 1년간 수감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난 애초에 그 누구가 누군지도 모르는 이런 이상한 앙케이트 자체를 엉터리라고 생각하기에 응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웬걸 댓글은 그야 말로 뜨악했다. '당연히 하지 왜 안함?'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무려 연봉이 5억이다 3년 살아도 감' 아무리 천민자본주의가 극에 다다렀다고 해도 어떻게 죄도 안진 사람이 돈 받자고 기꺼이 수감되는 걸까. 난 이 충격의 공감을 받으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건 너가 먹고 사는 문제를 우습게 여기니까 그런 거다 당장에 빈곤과 불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존엄 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 넌 생업의 걱정이 없으니 태연하게 도덕과 윤리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난 한 번도 내 벌이의 시원함을 느낀적이 없지만 그렇다고 생업을 깔본 적은 더욱 더 없다. 여전히 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포기하면서 돈 몇 억을 받겠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고 '모럴리스트'라는 멸칭아닌 멸칭을 들으면서 그야말로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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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사토시는 정말 분주하고 사력을 다해 사는 인물이다. 영화의 중후반부 하라다의 시점으로 내내 진행되며 관객들은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교통사고처럼 급작스럽게 불행이 낙하한 아내의 질병과 고뇌와 번민에 고통받다 결국하게된 어쩔 수 없는 선택부터 하나 남은 외동딸을 건사하기 위한 경제활동에도 그 '어쩔 수 없음'을 양해받고자 한다. 심지어 작중의 메인 빌런인 야마우치를 피살하는 장면에선 어떻게 보면 의롭게도 보인다. 망치를 들어 보일 때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영화의 맨 첫번째 쇼트를 소환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없는 빈 공간을 망치로 내려 찍으며 가격 연습을 하고 있는 하라다를 누군가가 시점 쇼트로 훔쳐보고 있는 모습. 마치 성자처럼 보인다. 악행을 그만큼 수없이 저지르고 다닌 야마우치를 사적제재 하는 건 오히려 박수받을 만한 일 아닌가 떳떳이 설득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작중 내내 하라다 부녀를 따라가며 감정에 깊게 동화된 관객들은 필시 그들의 행복을 응원할 것이다. 거악 야마우치는 죽었고 부녀는 막대한 포상금을 받았고 꿈에 그리던 탁구장을 재개업했으며 아내이자 엄마가 죽는 순간까지 희원했던 탁구 한 판 칠수 있게 됐다. 잘됐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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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국영화 이창동의 <시>를 잠깐 소환한다. 미자의 손자는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연루되었고 그야말로 인생을 조질 위기에 처해있다. 피해자의 유족은 합의를 원했다. 미자는 몸까지 버려가며 결국 500만원으로 손자를 구원할 수 있게 되었다. 합의 과정은 순조로웠다. 두당 500만원씩 총 3000만원으로 합의는 진행됐다. 없는 살림이 걱정있던 소녀의 가족은 거금으로 궁핍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소년들은 법의 처벌을 피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후일 젊은 날의 치기이자 무용담으로 승화될 에피소드를 간직하게 되었다. 우는 사람 하나 없고 해피엔딩이다. 잘됐다 정말이라고 할 차 미자는 위엄있는 선택을 한다. 모두가 행복하지 않다. 비록 고인이 되었으나 소녀는 여전히 저승에서 울고있다. 그 소녀를 배제한 채 모두가 행복해진 최선의 결과라 할 수 있는가. 미자는 합의를 파토내고 제 손자부터 책임을 지게 하며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녀를 위무한다. 소녀의 가족은 여전히 궁핍하고 소년들은 이제 미래를 떳떳이 얘기하지 못한다. 대부분이 불행해졌지만 미자는 생업을 우습게 여기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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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는 죄많은 사람이다. 아내의 수발에 지쳐 아내를 위한다는 핑계로 죽음을 사주했고 자식의 양육을 위해 비열한 방식으로 벌이를 한다. 죽음을 원하는 사람의 원을 들어주며 자신들은 돈을 챙긴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불행한 사람 하나 없으니 최선의 결과이고 그야말로 합리적이다. 만인에게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는가. 악귀 야마우치와 공조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하나님처럼 심판했으며 심지어 마지막 여자는 본인의 손으로 직접 질식사 시킨다. 점입가경으로 야마우치같은 악당을 처치하며 영웅행세까지 한다. 이런 사람이 해피엔딩을 맞는 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깊은 존중과 생업의 위대함을 떠받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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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와 카에데는 탁구 한 판 한다. 실력이 비등한지 누구도 조금도 밀리지 않고 랠리전을 이어 나간다. 무엇을 사러 가려고 했는지 하라는 잊었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얼버부리고 카에데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다그친다. 이 영화는 전적으로 <시>에게 빚을 진 것 처럼 보인다. 이창동이 선창하고 가타야마가 재창한다. 그래선 안된다고 한다. 영화는 결국 가장 인간의 존엄과 위엄을 망각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되는 것을 잊지 않은 카에데는 끝이 없을 것만 같던 랠리전에서 승리하고 망각에 편승하며 잊어버린 하라다는 패배한다. '앞으로 잘 될 것이란 말을 믿어?' 야마우치는 의심을 한 것 같다. 이런 낙천주의에 쉽게 끄덕일 수는 없다. 때론 기대에 못미쳐 잘안될테고 그리고 가끔씩은 기쁨을 누리겠지. 하지만 패배하지 않는 방법은 이제는 알 것 같다. 뭣이 중한지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긴다. 쪼쪼쪼쪼쪼 이번엔 이겼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왓챠에서 그대로 긁어와서 반말 양해 바랍니다.

 

워낙 반응이 좋아서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봐야지 하고 기다렸다고 오늘에서야 관람 완료 했습니다.

 

기대만큼 정말 마지막 한방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직도 한해의 반까지 밖에 안왔지만 아마 올해의 엔딩 후보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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