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벌거벗은 섬], [오니바바] 단평

작은 섬에 유일한 거주자인 가족이 있다. 이들은 봄에는 보리를, 여름에는 고구마를 수확하며 고된 삶을 이어나간다.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아 육지에 내다 팔고, 부모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근처 섬에 가서 물을 길어와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남인 다로가 병에 걸리고 만다. 적은 수의 스태프와 함께 실제 무인도에서 100% 로케 촬영을 했으며 1961년 모스크바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서울아트시네마
이번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상영을 통해서 신도 가네토 감독의 대표작 2편을 감상했습니다. 먼저 '벌거벗은 섬'은 실제 무인도에서 촬영을 진행한만큼 얼핏 다큐멘터리처럼 보일 정도로 사실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특히 육지에서 물을 길어와 나룻배를 이끌고 섬으로 돌아온 부부가 어깨에 물을 짊어지고 가파른 경사의 섬을 오르내리는 장면을 집요하고 묵묵히 담아내는 오프닝에서부터 벌써 그 특징이 두드러지죠. 영화 속 극도로 적은 대사량과 긴 테이크의 샷들은 자칫 지루해질 여지가 생길 수 있는 쉽지 않은 연출인데, 척박한 섬에서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같은 노동을 반복해내야만 하는 가족의 처지에서 느껴지는 처절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숭고함, 그리고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오르내리는 동안 혹시나 물을 쏟는 실수를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한 긴장감까지 객석으로 전해지니 지루할 틈이 없었네요.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있지만 바닷물을 생활에 사용할 수 없으니 매일 물을 얻으러 육지로 가야하는 아이러니와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살아가야한다는 영화 속 상황을 지켜보면서, 새삼 너무 당연하여 의식하지도 않고 있던 생존에 대해서 심도 깊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던 전국시대, 고부 관계인 두 여인은 병사들의 시체를 뒤지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들이자 남편인 기이치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두 여인은 서로 다른 이해 관계 때문에 갈등에 빠진다. 한편 귀신의 탈을 쓴 사무라이가 마을에 나타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불러온다. 1965년 블루리본상 여우조연상(요시무라 지츠코), 촬영상 수상. - 서울아트시네마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1순위 작품인 '오니바바'는 '벌거벗은 섬'(DCP)과 달리 35mm 필름으로 관람했어요. '벌거벗은 섬'과 마찬가지로 '오니바바' 역시 생존의 문제가 이야기에서 중요한 화두로 제시됩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생계의 가혹함에 시달리며 도둑질로 겨우 삶을 연명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두 여인이 주인공으로, 초반부 풀숲에서 방황하는 병사들을 살해하는 장면은 흑백으로, 필름 특유의 느낌으로 매우 강렬한 인상을 안겨줍니다. 그러다 같은 마을에 살던 남자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생환하면서 이 고부 관계에 끼어들게 되고 이제는 생존의 문제에서 성욕의 문제까지 설상가상이 되버립니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벌거벗은 섬'의 상당히 절제된 분위기와 상반되는 지점인데, 배고픔 못지 않게 성욕의 굶주림이 인간의 생존 욕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노골적이고도 우습게 묘사하면서, 동시에 어떤 절실함마저 느껴지게 하는 연출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부 이후로 또다시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아쉽게도 그때부터 예상했던 흐름과 어긋나버리며 이야기의 맺음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네요. 그나저나 '벌거벗은 섬' 속 어머니 역을 맡은 오토와 노부코 배우가가 '오니바바'에서는 시어머니로 나오는데 이미지가 정반대라서 그걸 비교해보는 재미는 쏠쏠했습니다. (오토와 노부코 배우는 신도 가네토 감독의 부인이었다고 하네요)
남은 기획전 기간 동안 한, 두 작품을 더 챙겨볼 예정인데..
그 작품들도 나중에 생각 정리할 겸 글을 올려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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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나고 오니바바가 무슨 뜻인가 검색해보고 아.. 그런 이야기였구나 했는데
그래도 그런 변주가 좀 와닿질 않다보니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두 영화 다 좋아해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