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O)'헤어질 결심'두번 반복되는 영화, 두번 봐야하는 영화.

약하지만 스포가 있습니다. 결말스포는 없지만 스포는 스포니까 스포라 했습니다.
익스트림무비 시사회를 통해 감상했습니다. 박찬욱감독님 실물은 두번째로 보는 GV였는데, 그저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와 멜로, 수사이야기와 불륜이야기가 합쳐진 영화입니다.
보통 사랑이야기를 다루면 그 사랑의 느낌을 팽팽하고 애절하게 보여줍니다. 비슷한 불륜영화 화양연화를 생각해보세요.
둘의 애절한 눈빛, 손짓, 몸짓. 음악과 이미지로 강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미스터리를 섞어서 보다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화양연화는 직접 보여준다면, 헤어질 결심은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미스터리를 덮어서, 안개처럼 둘의 사랑을 가려서요.
그러다보니 처음 보면 미스터리영화처럼 보이겠지만 자세히 보면 그 둘의 감정선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감정선이 미묘하게 가려져있어서 파악하기 힘들지만, 간단하게 "두번 보면" 왜 멜로영화인지 알 수 있는 그런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2회차 예정입니다)
밀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리고 행위들이 대부분 두번 반복됩니다.
1. 이포 수산시장에서 투자 애널리스트와 해준, 정안, 서래 넷이서 만나는 장면에서 그 애널리스트는 손가락을 꺾으며 해준을 경계합니다. 이후 해준은 어떤 장면에서 손가락을 꺾으며 누군가를 경계합니다.
2. 해준은 처음엔 서래에게 초밥정식을 사지만, 두번째에는 작은 소시지만 삽니다. (성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3. 처음 볼 때는 서래가 정말 살인사건의 범인인지, 이 사건은 어떻게 은폐되었는지 해준이 수사하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보게되지만 두번째부터는 장면별로 서래의 표정이나 해준의 표정위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제 2회차감상 기대 포인트입니다.)
4. 1장의 마지막, 해준이 '붕괴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 할 때 휴대폰을 클로즈업해서 서래가 녹음을 시작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보신 분 계신가요?
5. 해준과 서래만이 청록색을 보고 "초록색"으로 지칭합니다. -화요일 할머니가 아플때, 서래는 청록색 노트를 초록색으로 지칭하고, 해준은 그걸 잘 찾아서 읽어주러 갑니다.
6. 다른 익무분도 질문해주셨지만, 신발끈을 묶는 행위도 두번 반복됩니다.
단순히 살인사건만 두번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두번 반복되면서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그런의미에서 밀도가 굉장히 높고, 여러번 볼 때마다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두 남녀의 감정을 전달하지 않고, 안개가 낀 느낌으로 간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던 장면일지라도 두번째로 보면 그 장면에서 남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게될거라 생각합니다.
한국 여자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중국 여배우를 캐스팅해서 중국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이 "안개가 낀 효과"를 만들기 위해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은 GV때 농담으로 넘기셨지만, 인터뷰등을 찾아보면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은 중국인이어야 한다는 정서경 작가의 주장이 있습니다. 다른 국적의 사람과 서투른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이 미스터리는 강화되고, 감정은 보다 간접적으로 미묘하게 전달됩니다. 단순한 불륜이야기가 아니라 미스터리를 섞은 이유는 제생각엔 특히 불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로맨스-) 서로의 마음을 탐색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미묘하게 다루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서래와 해준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됐으니, 그걸 알고서 영화를 보면 어떻게 보일지 정말 궁금하네요.
좋은 영화를 들고 돌아오셔서, 특히 제 취향에 잘맞는 영화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갑고 좋았습니다. 더불어 떨떠름하게 보신 분들도 다시 보면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이 특히 많을거라 생각해서 한번 더 보시는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두번 반복되는 것들을 두번 보면서 찾아내기 시작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영화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영원
추천인 9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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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두 번 반복되는 설정 때문에 홍상수의 <강원도의 힘>도 좀 생각나더군요....그러고보니 영원님 프로필 사진이 ㅋㅋㅋㅋ (제 한국영화 베스트3 중 하나입니다)

오!!!! 알아보시는 분을 찾았네요 ㅋㅋㅋ 강원도의 힘도 두번 반복되는 이야기이고 퍼즐을 짜맞추기만 하면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는 형태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인상깊게 봤습니다. ㅋㅋㅋ 헤어질 결심도 그래서 최소 두번 봐야할 것 같아요. ㅋㅋ



5번 청록색하고 초록색하고 구분지어서 말하는건 2차 때 한 번 유심히 봐야겠네요ㅎ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이네요.

노트색깔과 2부에서의 드레스색이 같습니다. ㅋㅋ 그런의미에서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