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시사회 & GV 후기 박찬욱이 써내려 간 사랑 시 ( 스포 X)
먼저, <헤어질 결심>이라는 좋은 작품의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를 주신 익스트림 무비에 감사드립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중 <아가씨>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못 보는 제가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박찬욱 감독님 영화가 <아가씨>였기 때문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겨우 보기는 했으나 <박쥐>는 재생 후 5분 만에 백기를 들었고, 다른 작품은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해습니다. 그래서 박찬욱 감독님은 제게 들어본 적은 있으나 실제로 본 적은 없는 전설 속의 인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보고나니 이제는 박찬욱 감독님이 그려내는 세계에 한 발작 가까워진 듯 합니다.
저는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감독이 써내려 간 사랑 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만의 수사법(修辭法)과 율격을 사용하여 은밀하게 쓰여진 사랑 시. '시'라는 문학갈래는 시어 하나 하나에 담긴 의미와 시적 허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여러 차례 읽어내려가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갈 수 밖에 없죠. <헤어질 결심> 역시 시를 읽듯 읽어내려가야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에 닿을 수 있습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안개'라는 노래 처럼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어 가시 거리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사랑 시'를 읽고, 서래와 해준의 사랑이 마치 '미술관에 걸린 한 폭의 명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은 찰나를 포착해서 보여주지만, 실제로 그 찰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물감과 붓이 필요하고, 찰나 보다 훨씬 긴 시간과 공을 들여 완성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순간이었으나 그 순간은 영원히 기록되어 마음 속 미술관에 내내 걸려 있을 명화로 남았습니다. 그래서 둘의 사랑은 처철하지만 유일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박찬욱 감독님 영화에 비해 많이 무겁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많아서 많은 분들이 관람하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이 있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신 박찬욱 감독님께 감사드리며,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일락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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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잔인한거 못봐서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은 올드보이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도 어제 기회로 감독님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어 너무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