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의 풍경 <헤어질 결심> 스포x
익무 시사회로 보고 왔습니다. 먼저 신규 유저임에도 불구하고 활동 좀 했다고 바로 시사회에 초대해주신 익무에 감사를 표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인 <헤어질 결심>은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려오던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기에 믿고 기다릴 수 있었고, 거기에 캐스팅까지 역대급이어서 엄청난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본 <헤어질 결심>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2009년까지 만든 작품들은 후반부의 전개를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가령 올드보이의 이우진의 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질 이야기들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그리고 2013년 <스토커>부터는 전보다 우아함이 더욱 가미되고 기묘하게 꺾여가는 플롯이 인상적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아가씨처럼 말이죠. 이번 헤어질 결심은 2009년까지 만든 영화와 2013년 이후부터 만든 영화의 특징들이 섞여들어간 영화입니다. 우아하고 기묘한 플롯과 미장센에 끌려가다 보면 어느새 잊을 수 없는 결말에 도달해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연기력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탕웨이의 연기 칭찬이 많았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박해일의 연기가 돋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 예민함과 섬세함이 탕웨이의 따뜻함을 만나 엄청난 시너지를 이룹니다. 두 배우가 같이 나오는 모든 장면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내적인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조연들 또한 엄청났습니다. 정영숙 배우는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로 등장하는데, 영화 내에 치매 증상으로 인한 유머가 나오는 장면에서의 연기가 엄청나시더군요. 분명 웃긴 상황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짠한 장면이었는데, 정영숙 배우의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민 배우는 정말 잠깐 나오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습니다. 이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장면과 초중반 박정민의 장면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신영 배우는 첫 연기임에도 개그 무대로 다져진 실력을 통해 안정적으로 장면을 끌고 나갑니다.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있었지만, 데뷔작치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현 배우, 고경표 배우를 비롯한 다른 배우분들도 영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좋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영화는 강력한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내내 모든 장면들이 훌륭했지만, 엔딩은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그동안 영화가 관객들에 심어준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을 엔딩에서 하나의 감정으로 통합시키는, 아주 강렬한 엔딩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 두 거장들의 목소리의 합이 마치 서래와 해준 같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이 노래가 몇 번 나왔을 때는 노래가 조금 코믹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노래가 엔딩에서 나왔을 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울컥했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영화가 끝나고 한석규가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나올 때 말이 나오지 않았었는데요, 오랜만에 그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니 반갑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최고의 엔딩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박찬욱 감독 영화는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머릿속에서 재생되지는 않지만, 꿈에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탁월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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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과 듀엣으로 부른 안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