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2부 : The Other One] 스포일러 간략리뷰
스포일러 있습니다.
[마녀 2부 : The Other One] 스포일러 간략리뷰
통상 박훈정 감독님의 작품을 보게 되면 장점과 단점이 극 안에서 극명히 나뉘는 경우가 많기는 하나…정말 [마녀 2부 : The Other One] (이하 [마녀 2부]) 처럼 극명히 나뉘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뛰어난 액션, 신시아라는 엄청난 신예의 발굴, 그리고 한국형 유니버스의 청사진을 호불호의 영역을 떠나 자신의 청사진에게만 집중하며 올곧게 그려가는 감독님의 뚝심 하나만큼은 정말 인정하고, 또 존중해드릴 수 밖에 없겠네요. 이 지점에서 오는 만족감 때문이라도 이 시리즈를 그래도 응원하나 봅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너무 지지부진해져 버린 서사, 전작보다는 나아졌지만 비슷한 대사의 기조들이….비판의 지점으로 여전히 작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마녀 1부]는 분명 판은 작았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숨어들어간 소녀라는 설정에 맡게 구자윤이라는 소녀가 분명 극의 핵심에 있었습니다. 또한 구자윤을 둘러싼 빌런의 구조도, 자신의 창조자와 그저 그녀를 폐기시키고 싶어하는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평행선처럼 달려가는 적절한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또한, 오프닝 크레딧은 아동 실험에 대한 참상을 그려내는 장면들에 집중했습니다. 실험 자체의 내용보다도, 어린 아이들이 유린되어간 작중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죠. 그렇기에 [마녀 1부]의 구자윤은 상대적으로 많이 어린 시절에 자신을 받아 줄 가족을 찾아, 어느 정도 사람으로서의 가치관, 감정, 인생을 쌓아갔었고, 그게 극에서 핵심 줄기를 제대로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상기의 지점들은 후반부에는 구자윤에게 있어 자신의 생존 이외의 큰 행동 동기로서 작용을 하고 있기도 했구요.
이에 반해, [마녀 2부]의 ‘소녀’는 구자윤과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존재합니다. 우선 ‘소녀’는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이름’이 없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 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는 것은 결국 그녀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정신적인 차원에서 어떤 연유로든 연결되어 있는 어머니가 전부이죠. 또한 그녀는 완성체입니다. 구자윤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자신에게는 전무하죠. 구자윤은 생존을 위해서 상위의 조직까지 자신이 죽는 그날까지 직접 찾아다녀야 하지만, 소녀는 그저 잠적해버리면 그만입니다. 혹여나 누가 온다고 해도,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전무후무하죠. 이 점에서 결국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구자윤에게는 ‘생존’이라는 행동의 동기가 필요하지만, [마녀 2부]의 ‘소녀’에게는 행동의 동기를 꼼꼼히 부여하지 않는다면, 그 ‘소녀’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의 자체의 설득력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한계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설정해 놓은 게 1편의 구성환과 같은 캐릭터로서 박은빈 배우님의 ‘경희’와 성유빈 배우님의 ‘대길’이라는 캐릭터가 되겠네요. 이들은 결국 신시아의 ‘소녀’에게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가치를 불어넣어주는 캐릭터들입니다. 자신의 생존만큼은 전혀 위협을 받아보지 못한 자에게 결국 한계란 자신의 관계가 됩니다. 문제는 1편의 구성환은 구자윤과 오랜 시간 부모라는 존재로서 영향을 끼쳐온 것에 대한 설명이 잘 이루어진 것에 반해, ‘경희’와 ‘대길’은 늘어난 러닝타임에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 더불어 애초에 ‘경희’와 ‘대길’의 과거 사연도 제대로 풀어 놓지 않은 채로, 이들이 ‘소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자체도 생략된 지점이 너무 많기에…아쉬움이 컸다고 할 수 있는 것이겠네요. 종국에는 이들의 소실로 인해 벌어지는 ‘소녀’의 폭주에 동기가 되어주는 감정선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은 것이죠.
분명 [마녀 1부]를 고려한다면 이 부분에서 제대로 빌드업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 잘 믿기지 않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물론 1부에 비해서…이제 완전체로 다 거듭나 있는 상황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설정상의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의 감정이 어느새 이렇게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어려운 시기마다 ‘소녀’가 나타나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준 그 지점 밖에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구자윤은 가족으로서 적절한 대우와 새로운 인생을 살았다는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공들여 다루어졌다면, 신시아의 소녀는 그냥 어려운 시기마다 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일방적인 관계입니다. 만에 하나….이 과정에서 잊어가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정도는 느낄 수 있있어도, ‘소녀’의 입장에서는 그저 막 알을 깨고 나온 동물에게 처음으로 ‘각인’된 존재 이상의 존재는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이죠.
더군다나 전작이 빌런 구도가 결국 박희순과 조수민 배우님의 캐릭터의 상호 관계 속에 명료함을 띄었다면, 이번 [마녀 2부]는 정리했다고 생각을 해도 기본 5개의 구도입니다. 우선 ‘소녀’의 창시자인 ‘백 총괄’, 해당 시설을 관리하다가 결국 놓쳐버린 이종석의 ‘장’, ‘백총괄’의 지령을 받고 ‘소녀’를 제거하기 위해 제주도로 온 서은수의 ‘조현’, 연구 시설에서 풀려나 다른 연구 시설을 부수고 다니는 ‘토우’ 등 ‘소녀’의 존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만 4개의 이야기의 갈래가 존재합니다. 그 와중에 ‘토우’와 ‘소녀’의 접점을 만들고, ‘소녀’가 극의 일정 부분에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진구의 ‘용두’라는 캐릭터까지 등장하죠. 세명의 주연을 위해서 무려 5개의 이야기의 갈래가, 세 주인공의 유대감의 설명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러닝타임까지 골고루 가져갑니다.
그렇기에 [마녀 1부]가 중반부 1시간의 지점에서 구자윤의 각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구자윤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과 다르게, [마녀 2부]는 중반부 동일한 지점에서 ‘소녀’의 첫 등장이 이루어진 시점 이후에도, 극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다시금 5개의 이야기 갈래를 이어가기 위해 ‘소녀’에게서 이탈합니다. 이 동안의 1시간의 이야기가…정말 힘들더군요. 그 전의 1시간은 그래도 이 ‘소녀’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톰’이라는 비장의 신스틸러와 서은수 배우님의 새로운 변신을 보고 있는 지점만으로도 어떻게 끌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소녀’의 액션을 보기 전까지만 흥분으로서 작용이 가능했던 지점이지, ‘소녀’의 액션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관객들에게….다시금 급전환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쌓아올리는 것은 조금 악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차라리 아예 더 관계가 확실히 정립되고 나서 ‘용두’라는 캐릭터가 목장으로 찾아왔으면 어땠을 까 아직도 아쉬움이 들어요.
그래도 분명 [마녀 1부] 당시 많은 비판을 들었던 대사의 기조들은 어느 정도 방향을 잘 고쳐 잡은 듯 했고, 여전히 신시아라는 신예를 발굴해서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남겨주시는 부분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액션의 완성도는…이제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가 볼만 한가요....라는 질문보다는 이러한 액션의 발전상을 그래도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할 필요성은 정말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다미의 구자윤이 보여주는 타격감 위주의 액션이 선호도가 더 높지만, 우리나라에서 거의 무슨 다크피닉스 수준의 먼치킨 액션을 이리 속시원하게 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이 부분에서 오는 만족도는 상당했습니다. 더욱이 '소녀'나 토우 뿐 아니라, 다양히 벌어지는 능력자간의 액션들도 상상 이상의 결과물이었구요.
더불어 [마녀 1부] 당시 후속편에 대한 예고의 느낌만 강하고, 유니버스가 어느 정도 정립되었는지는 모르겠었다는 한계도 있었다는 느낌이라면, [마녀 2부]는 확실히 어떤 유니버스가 설립되었다는 느낌은 충분히 주었던 것 같아요. 후반부에 등장하는 김다미의 활용법도 그렇고, 중간 중간 레퍼런스나 전작의 요소들을 차용하는 법, 쿠키 영상에서 공개해야하는 정보의 양 같은 복합적인 차원에서의 고민은 상당히 많이 하신 것 같더라구요. [마녀]라는 시리즈를 그래도 싫던 좋든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나….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떠한 시리즈가 체계성을 갖추고 진행되어 간다는 것 자체에 흥미와 관심을 보내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장점은 정말 아예 강점이 되었고, 단점은 더욱 부각이 되어 버린 영화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작품입니다. 불호의 요소와 관련된 부분을 많이 적기는 했습니다만, 이러한 요소는 언제나 서사와 관련된 측면이기에, 충분히 피드백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단점으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이 유니버스를 닫아버리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도 들정도로....이제 막 서막이 끝났고 이야기는 더 가능성을 내포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히 피드백으로만 나아지지는 않는, 창의성과 유니버스라는 기획력, 그리고 액션의 연출과 구성이라는 재능의 영역에서 만큼은 더욱 발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꼈는지 모르겠네요. 분명 아쉽고 많이 부족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후속편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도, 거짓말이 분명한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 요약 : 노스포 단평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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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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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적어주셨네요. 저도....타격감이 더 생생한 쪽을
좋아해서 그런지,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빌런의 수가 너무 많았던게 결국 ... 이 작품에 큰 타격이 된 것 같아요
자신의 파워가 강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부분이
많았기에...부담감이 적었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2부의 소녀는 대사나 어필이 너무 없어서....당황스럽지 않았나 싶더군요
머릿 속으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던 작품이고...
아직까지도, 조금 애매 하네요 ^^ 마저 금요일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공감가는 글이네요
마녀팬인데도 확실히 2는 화려해 졌지만 좀 넓고 가벼워진 느낌이라 제작비가 더 적은데도 불구하고 1을 체감상 더 빠져서 봤었던것 같네요
그래도 3편을 기다리고 그때는 좀 더 이 밸런스가 잘 조화 됬으면 좋겠어요.. 넓고 화려 하지만 좁힐때는 확실히 좁혔으면.
좀 러닝타임 줄이고 빡세게 달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하게 정리하셨네요ㅎㅎ 양질의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전작의 액션이 분량은 적어도 훨씬 밀도가 높고 취향에 맞았던 것 같아요. 염력보다는 손수 두들겨패는게 제맛이죠ㅋㅋ
저도 손으로 패던 1편의 타격감이 훨씬 더
아직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 듯 합니다
그와는 별개로 스토리 전개가 분량에 비해 너무 지지부진한 느낌입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내용을 좀 줄이고 빌런들 수도 좀 줄이고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