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비스] 스포일러 간략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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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비스] 스포일러 간략리뷰
[더 노비스]는 홍보 단계에서 언급되던 ‘위플래쉬’나 ‘블랙 스완’ 보다는 훨씬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물씬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소재를 다루고,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연출적으로 묘사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만큼 또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조금은 서투른 작품이에요. 특히 ‘조정’에 열과 성을 다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그려낸 것은 인정하나, 위플래쉬가 드럼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극한까지 살렸다는 점, 또는 ‘블랙 스완’을 통해 느꼈던 발레라는 예술에 대해 느껴볼 수 있었던 매력 같은 지점들에 비해 볼때, ‘조정’이라는 소재 자체는 그렇게까지 확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으로 보았을 때, 결론적으로 [더 노비스]는 조정이라는 것도 그저 작품의 소재, 이를 넘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한가지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결말부에 들더군요. 다시 말해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묘사할 필요가 없는, 영화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한 가지 갈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죠. 작중에 등장하는 물리 전공이라는 설정이랑 크게 다를 바도 없고, 더 중요하지도 않은 소재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스포츠 영화로서 접근하면 안되는 작품이에요. 이 영화는 오로지 ‘경쟁’이 삶의 목표인 사람의 삶이 어떤 가에 대해 조금은 극단적인 수준일 정도까지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경쟁의 결과’도 아닌 ‘경쟁’이라는 그 인간의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는 것이죠.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정말 좋았던 연출 지점들이 상당히 많았구요.
하지만 연출 상의 이점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게 된, 이저벨 퍼먼이라는 잊고 있었던 엄청난 배우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많은 분들에게는 ‘오펀’의 그 녀석….으로 더 유명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저벨 퍼먼의 ‘알렉스 달’의 캐릭터의 처음부터 끝은, 아니 애지당초 캐스팅 당시부터 대안은 없었을 것 같네요. 특유의 강렬한 눈빛, 자신의 맹목적이라고 할지언정 목표를 끝까지 이루어낸다는 그 표현 자체를 극의 러닝타임의 후반부로 향할 때 마다, 메이크업 같은 단순한 요소부터, 배우 자신의 눈빛, 그리고 심지어는 이미 조정에 빠져가기에 점점 알게 모르게 다부져지는 몸까지…..가용한 모든 요소를 이용하여 한 가지의 경쟁에 무차별적으로 빠져드는 인간의 모습을 착실하게 그려냅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정말 호러 장면 이상으로 살벌한 장면들도 있었네요.
그럼 이제 다시금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작품은 결코 ‘조정에 입문하는 노비스’의 이야기가 주된 지점이 아니다라고 말씀 드린 이유에 대해서 좀더 길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결말은 상대적으로 열린 결말의 차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명료할 수 있겠다….싶긴 합니다만요. 엔딩에서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기록을 칠판에 썼다가…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번에도 결국 ‘노비스’의 차원을 결국 넘은 그녀의 모습에 대한 표현 아니었나 싶네요. 제가 볼때는 모두에게 자신의 기록을 보여주고, 그 당황한 모습에 웃으며....대표팀 선발을 포기하고 조정팀을 떠나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더욱이 ‘달’의 캐릭터의 설정 자체도 중요한데….’달’은 이미 모든 경쟁에서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승리를 쟁취해온 캐릭터라는 설정입니다. 오히려 그녀 자신은 역설적으로 결과에 제대로 만족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지만, 경쟁이 없는 지점의 삶을 무목적성의 삶으로 간주하죠. 경쟁의 결과도 아니고, 정말 경쟁 자체가 삶의 목적으로 치환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무려 ‘대통령 장학생’이라는 타이틀도 그녀 앞에서는 그저 지금의 자신의 경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죠.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태도에….주변인들은 지쳐 떨어져 나가구요.
그리고 여기서 이 작품은 한번 더 나아갑니다. ‘경쟁’을 삶의 목표로 삼는데, 그 경쟁의 주제가 되는 소재는 항상 그녀가 소질이 없는 분야, 즉 ‘재능’이 없는 분야를 목표로 삼습니다. 말그대로 그 누구보다도 ‘노비스’의 위치에서 한 분야를 시작해서, 눈 앞의 라이벌을 넘겠다는 맹목적임으로 시종일관 밀어붙이는 ‘달’의 캐릭터를 한층 더 부각하죠. 그리고 그 방법은 영화내내 단순합니다. 항상 한번 더, 남들이 쉴 때 나는 한다….식의 연출로 이러한 묘사들이 끊임 없이 반복됩니다. 또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코치가 해준 사소한 발언은 시종일관 배경음으로 반복되며, 그녀의 강박증에 대한 묘사를 한층 더 깊게 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네요..
그리고 이러한 반복들은 9 ~ 이듬해 봄이라는 명확한 시간 순서에 따른 극의 구성과, 대표팀 선발이라는 깔끔한 상황적 설정을 통해 더욱 빛이 납니다. 구체화시키자면 노비스로 겪어나가는 첫 훈련들을 시간 순서, 즉 입문 – 첫기록 측정 – 첫 대회 – 겨울 방학 훈련 – 개인 훈련 – 포지션 훈련 – 호수 합숙 훈련 이러한 틀을 토대로 시간 순서를 쭉 유지하며 올곧게 나아갑니다. 작품 외적으로 이렇게 올곧은 형태를 지니고 있으니, 오히려 경쟁에 치여서 혼란에 빠져가는 ‘달’이라는 인물의 심리는 더욱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구요. 그와중에 조정 용어 'Crab'을 활용한 심리 묘사들이 곳곳에 눈에 띄는 데 혹시 보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유심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더 노비스]는 아직 어떻게 보면 적은 러닝타임으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주인공의 모습에 유지되는 높은 밀도 때문에 재밌는 작품이었어…! 라고 단편적으로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얘기한데로 상당히 투박한 정서가 영화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정말 흘러 넘치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타이틀의 글씨체부터….마치 칠판에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하지만 이자벨 퍼먼의 살벌한 연기와….운동 영화라는 특성을 한껏 활용한 지독한 클로즈업과 고통들은 스크린을 뛰어넘으며 이 작품의 관객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1. 경쟁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되돌아 보게되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2. 이저펠 풀먼이 아마....오펀의 후속작에도
참여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어떤 살벌한
모습을 또 보여줄지 기대되더군요.
3. 개인적으로 조정 수업 정도는 들어봤는데
상당히 정말 조정이 A부터 Z까지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
근데 변변한 조정 경기 장면 하나 없기는 해요.
4. 상당히 고통스러운 묘사들이 많습니다.
이쪽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네요.
추천인 10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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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특유의 살벌했던 눈빛을
아직도 생생히 유지하고 계신 듯 싶었습니다.
후속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궁금하네요....^^
5월의 알렉스가 칠판의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나선 그때.. 경쟁이 목적이었던 삶을 조금씩 깨고 나올거 같았어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역시 계셨네요. 자신의 애인의 충고와,
이제는 끝이다...라는 모든 감정들로 미루어 볼때
저도 그 쪽 방향의 엔딩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봤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경쟁 혹은 자신의 목표치 달성에 강박 혹은 광기의 집착을 가진 주인공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도달해가는 모습과 이때 나오는 현악기의 배경음악에 푹 빠져서 봤어요
제가 많이 단순무식이라 한번에 관통하는 영화가 많지 않아서 곰씹으며 읽었습니다
다시 한번 볼려고 했는데 멋진 후기 갈무리한 후 제대로 복습해볼게요
감사합니다 👍
결말은 전 강박성격 그대로 살거 같다는 쪽입니다
난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니 다른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쪽 ㅋㅋㅋㅋ
사람은 왠만해선 변하지 않다는 쪽이라서요
이번주는 시간 안나는뎅...ㅠㅠ 부디 다음주까지 상영관 많이 확보해줬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