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먹먹해지는 작은 세계 [플레이그라운드] 시사회 후기 ㅠㅠ (약스포)
예고편을 미리 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러 가는 습관에 더해, 외화라면 원제목에도 관심을 둘리 만무했으니, [플레이그라운드] 도 'PLAYGROUND' 가 원제목인줄 알았었습니다. 입장시간이 되어 상영관에 들어가며 입구에 걸려있는 원제목의 포스터를 보기 전 까지는.
Un Monde. 프랑스어를 알지는 못하지만 스페인어는 조금 아는탓에, '세계'를 뜻하는 스페인어 'Mundo'와 비슷한걸 보니 원제목은 '세계'(혹은 하나의 세계)=The World 인가보다 생각하며 상영관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왜 원제목이 '세계'인지 그리고 영어 제목과 우리말 제목은 왜 '놀이터'인지 둘 다 이해가 되는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어릴 적 놀이터(혹은 학교 운동장, 공터 등)에서의 추억이 하나쯤은 있을겁니다. 그 말의 어감이 주는 것처럼 늘 좋은 기억만 깃들어 있는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학교의 운동장이나 동네의 놀이터는 그들만의 작지만 큰 세계일겁니다. 그 안에서 친구를 사귀며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놀이를 통해 사회질서를 배우며, 한 두살 차이에도 현격하게 벌어지는 완력의 차이를 통해 세워지는 계급과 부조리 등을 알게되며 트라우마(보통은 안좋은 의미로 쓰이겠지만, 긍정적인 측면의 동기부여 혹은 교훈의 뜻도 담고자 했습니다.)를 가지게 되죠.
아빠와 떨어져 낯선 곳으로 들어가는 것 조차 무서워 몇번이나 발길을 돌리던 '노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놀이터'에 적응하게 됩니다. 친구를 사귀고 놀이를 배우며 또 다른 세계의 구성원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조그마한 세계 안에서의 각종 불합리함과 모순을 겪게 됩니다. 오빠 아벨이 당하는 괴롭힘과 그런 오빠를 두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당하는 따돌림, 그리고 근본적인 도움을 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무능력한) 어른들과 학교(=시스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다양한 주제나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으나(오빠인 '아벨'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던 모습이나 어른들의 대처를 통해 드러나는 제도나 시스템의 헛점,무력함 등등은 굳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깊었고 주목했던것은 화면을 통해 구성된 연출이었습니다. 시종일관 주인공 '노라'와 노라 주위에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인물이나 장치들이 아니라면 조금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은 모두 뿌옇고 초점이 맞지 않은것 처럼 보여지던것이, 너무나 작은 공간이지만 '노라'에게는 조금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큰 세계처럼 느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점점 먹먹해지던 마음의 원인은 그 뿌옇던 화면에 더해 '노라'가 맞닥뜨리는 일들과 감정에 동화되던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화면구성으로 인해 잠시나마 제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의 장면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흐릿함의 이유나 의도는 완전히 다르지만.)
포스터 속의 저 남매끼리의 포옹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씬 입니다.
낯선 세계가 무서워 오빠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아이는 무기력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오빠를 부끄러워하게 되고 미워하다가 폭력까지 사용하며 멀어지려하지만 결국에는 깊은 포옹으로 화해하게 됩니다. 우리모두가 그랬던 것 처럼, '노라'는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비슷한듯 더 복잡하고 힘든 일들을 겪게 되겠지만 그 작은 세계에서의 경험들을 밑거름 삼아 더 큰 그 세계도 감싸안으며 이해하게 되는 성숙한 사회구성원 중의 하나로 성장하리라 생각되는, 아직까지도 마음이 먹먹하지만 너무나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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